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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인터뷰] 유승호 “에이즈 걸린 성소수자 役…식사 어려워 8kg 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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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윌터 役
데뷔 25년 만의 첫 연극 “홀린 듯 선택”
“기회된다면 소극장서 연극 해보고파”


연습 기간 3개월. 공연 기간 2개월. 총 30회차 공연. 25년차 배우 유승호(31)가 쉽지 않았던 연극 첫 도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승호는 지난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LG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이하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무대에 올랐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미국 극작가 토니 쿠슈너의 작품으로, 1980년대 밀레니엄을 앞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 5명이 겪는 차별과 혼란의 이야기를 다룬다. ‘엔젤스 인아메리카’의 파트1(밀레니엄이 다가온다), 파트2(페레스트로이카) 중 파트1을 총 200분의 러닝타임으로 선보였다.

유승호는 “지나고 보니까 추억이 됐다. 여러가지 해결해야할 문제들도 많았는데 벌써 그게 다 끝났고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에는 일주일 정도는 개운하다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제는 무대 올라가기 전 느끼던 떨림이 조금 그리운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대장정을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

유승호는 당시 주류라 할 수 있는 오랜 전통의 백인 와스프(WASP)이지만 동성애자이며 에이즈로 고통스러워하는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았다. 2000년 MBC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한 유승호는 데뷔 25년만에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첫 연극 무대에 올랐다.

유승호는 “무대에 오를 기회는 많긴 했지만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피해왔다. 30대가 됐는데 문득 ‘계속 피하기면 하면 나라는 사람이 무슨 발전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마침 ‘엔젤스 인 아메리카’ 출연 제안이 왔다. 대본을 읽고 나서 하나도 이해를 못한 채로 연출님과 미팅을 했다. ‘단 한구간도 이해를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연출님이 ‘모든 배우가 그럴거다. 걱정하지 말고 할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 마음 속에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내 고민을 해소해줄 수 있을 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홀린 듯 선택하게 됐다’고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첫 무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유승호는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까지 오더라. ‘그냥 배운대로 대사 틀리지 말자’는 마음 뿐이었다. 내가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조차 기억이 안날 정도로 많이 떨었다”고 회상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쉽지 않은 작품이다. 성소수자에 에이즈 환자인 프라이어 월터를 이해하고, 그 모습을 관객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연기를 하는 과정은 연기 베테랑인 유승호에게도 쉽지 않았다.

유승호는 “이 작품은 다양한 문제를 담고 있는데, 인종, 종교 등 차별을 나타내는 단어가 자극적이고 이슈가 될 수 있지만 결국 인류의 사랑이 큰 줄기라고 생각했다. 성별에 상관없이 사랑에 집중해서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했다”면서 “성소수자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지 않기 위해서 과감한 표현은 포기했다. 나 역시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담감이 컸던 걸까. 공연 기간 동안 몸관리에 고생을 했다는 유승호는 “에이즈 환자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에 연습 기간에 조금씩 다이어트를 했다. 외적인 부분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정작 공연이 시작되니 정상적인 식사가 어려워 계속 살이 빠졌다. 몸무게 64kg으로 시작했는데 마지막 공연 때 56kg이 됐다. 총 8kg 정도를 본의 아니게 감량하게 됐다. 죄송한 말이지만, 오로지 버티고 운에 맡겼다”고 털어놓은 뒤 “이제는 다시 밥도 잘 먹고 건강하다”고 덧붙였다.

스타투데이

배우 유승호는 “최대한 빨리 좋은 작품을 결정하고 싶다”고 차기작 계획을 밝혔다. 사진ㅣ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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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에서 오랜 기간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연극 무대는 또 다른 도전과 배움의 장이었다. 첫 연극이니만큼 연기력 논란까지는 아니지만 아쉬움의 남는다는 관객의 반응도 있었다.

유승호는 “내가 못했으니까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공연 중에 그런 반응을 봤을 때 당연히 아팠다. 나 스스로는 변화하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돈과 시간을 들여서 오신 분들에게 형편 없는 연기를 보여주는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동료 배우들에게 물어서 수정할 건 수정했다”면서 “30회차의 공연을 배우로서의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다양한 반응을 보면서 프라이어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신인 연극 배우 유승호의 첫번째 챕터는 마무리됐다. 다음 챕터를 기대해도 될까. 유승호는 “연극을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연극에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줄지 모르겠지만, 잔잔하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작은 무대에서 관객과 가까이 무대에 서보고 싶다. 조금 더 자유롭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믿음을 갖고 용기를 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배우 유승호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유승호는 “보통 작품 중간에 시나리오를 받고 검토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 공연은 나에게 너무 큰 도전이었고 뭔가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아 할 수 없었다”면서 “기회가 온 시나리오라던지 좋은 작품이 있다면 접촉해서 최대한 빨리 좋은 작품, 재밌는 작품을 결정하고 싶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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