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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인터뷰①] 변요한 “기댈 곳 없던 ‘백설공주’…과호흡 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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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요한이 ‘백설공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TEAM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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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박 작품은 아니라도 많은 분들이 봐줄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밀도 높은 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배우 변요한(39)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Black Out)’(극본 서주연, 연출 변영주, 이하 ‘백설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4일 종영한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고정우(변요한 분)가 형사 노상철(고준 분)과 10년 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변요한은 극 중 억울한 누명을 써서 10년간 징역 살이를 하다가 온 고정우 역을 맡아 연기했다.

변요한은 “작품 안에서 제가 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그걸 하지 않으면, 모든 배우들이 학창 시절 모습을 직접 소화하지 않으면 여운을 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방송전) ‘교복에 대한 우려가 있다. 죄송하다’라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자신감이 있어서 말씀드린 거다. 교복을 입고 연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감정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여전히 어색하다. 그때 당시엔 36살이었는데 당연히 어색했지만 어떻게 될지 알기 때문에 몰입해서 들어가야 했다. 감사한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두 번 다시 입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를 마친 소감은 어떨까. 변요한은 “다른 배우들이 인터뷰 한 것을 봤다. 마치 어떤 연극을 하고 첫 공연이 끝난 뒤의 느낌이다. ‘백설공주’ 팀 채팅방이 3년간 있었다.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다. 매 작품 끝날 때마다 ‘고생했다. 또 보자’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할 시간을 넘겼다. 어떻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할지 모르겠고 (앞으로도) 보고 싶을 팀”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백설공주’는 촬영 2년만에 공개됐다. 여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변요한은 “이 작품을 떠나서 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코로나19 시기가 있었고, 할머니가 소천하셨고 변영주 감독님에게도 가족사가 있으셨다”고 촬영 후 일들을 전하며 “부담은 없었다. 저희 작품에서 배우들의 혼신의 힘을 봤기 때문에 그 마음이 세상을 뚫고 나올 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 작품은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한국과 독일이 사회적, 문화적 차이가 있는 만큼 소설 속 주인공인 토비아스 자토리우스와 드라마 속 주인공인 고정우는 다르다. 변요한은 이 지점을 지적하며 “유럽식으로 표현된 자토리우스와 한국의 정서를 담아 한국화된 고정우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변요한은 제작발표회에서 “기댈 곳이 없어 감정으로만 끌고 가야 하는 작품이었다”며 고정우 역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연기하기 쉽지 않은 역할임에도 작품에 참여한 이유는 뭘까.

변요한은 “(제안 받았을 당시는) ‘그녀가 죽었다’라는 작품을 찍고 있을 때였다. 그때 누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는데 ‘이 분의 마음을 충분히 느끼고, 선뜻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노파심도 들고 어렵더라. 제가 100%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분들이 겪었던 트라우마, 상처를 연기하면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무 장치가 없으니 대본 어디를 봐도 기댈 곳이 없다. 사회적으로 봐도 굉장한 약자가 되어버렸다. 아무도 그의 말은 듣지 않고, 그의 말은 힘이 없었다. 그의 편에 서서 한번 다가가고 싶더라. 얕은 감정과 몸뚱이지만 저를 던쳐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참여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통해 변요한이 바랐던 부분은 해소됐을까. 변요한은 “고작 6~7개월 촬영했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표현했다고 해서 그분들의 마음을 감히 안다고 하고싶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신부터 마지막까지 딜레마의 연속이었다. 안타고니스트(대립 인물)가 셀수록, 그들의 사연이 많다. 주인공들이 끌어가야하지만 (고정우는) 힘이 없는 주인공이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고정우의 대사가 ‘감사합니다’밖엔 없다. 그 말이 얼마나 쓸쓸한가. 힘든 게 습관화된 사람의 모습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이어 “적대자 입장에 있던 다른 배우들이 워낙 훌륭하게 연기해주더라. 고정우를 지켜준다는 감정을 받아서 감사하게 촬영을 끝냈다”고 상대 배역들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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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요한은 “상 욕심 많지만 대상 안받아도 괜찮다. 후배들이 받으면 좋겠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사진|TEAM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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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첫 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밀도가 상당한 작품이었다. 변요한의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뭘까. 변요한은 “초반 4회까지 너무 많이 맞았다. 평범한 삶을 사는 입장에선 살면서 한 대 맞기도 힘들지 않나. 고정우는 ‘내가 죽인 것’이라고 (체념하는) 마음먹고 나와서, 그렇게 사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라며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무천마을에 가서 어머니를 뵈니 바로 그 감정들이 체화되더라. (피해자) 아버지들에 맞을 때도 힘들고, 보영이 시신을 발견했을 때도 많이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고정우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15년차 배우인 변요한에게도 쉽지 않았다. 변요한은 “(연기를 하던 중) 호흡곤란이 오더라. 과호흡 때문에 산소통을 들고 찍었다. 산소를 마시고 들어가서 촬영하고, 다시 나와서 산소를 마시고를 반복했다. 혼자 촬영할 때는 산소가 필요했는데 노상철(고준 분)과 함께하니 의지가 되더라”고 설명했다.

고정우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바로 고준이 맡은 형사 노상철이다. 변요한에게도 고준은 소중한 동료가 되었단다. 변요한은 고준에 대해 “되게 여린 사람이다. 그래서 작품에 임했을 때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지는 것 같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 그런 마음을 가지기 쉽지 않다. 철 없어 보이고, 유약해 보이지만 단단해 보이기도 한다. 눈높이를 맞춰 후배들과 소통도 가능하다. 그게 그 형이 살아온 인생의 뿌리인 것 같더라. 높이 평가한다. 오래 보고픈 파트너”라고 말했다.

또 “고준과 함께하면서 너무 행복했다”며 “초반엔 친하지 않았다. 역할 때문에, 그 기류를 교류하기 위해서 그랬다. 그런데 너무 따뜻했던 파트너였다. 생긴 것과 달리 마음은 소녀더라”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까지도 노 팀장처럼 보인다. (고정우에게 노상철같은) 그런 인연을 만난 것 같아 반갑다. 서로가 ‘이렇게까지 서로를 좋아해도 되나?’ 싶은 어려운 감정이 든다”며 “베스트 커플상을 받으면 좋겠다. 만약 받는다면 영원히 함께 가는거다”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백설공주’는 살인사건의 진범과 이를 덮은 조력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으며 끝났다. 하지만 고정우 개인은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변요한은 “최고의 엔딩”이라며 “많은 드라마와 장르가 있다. 엔딩은 각기 존재하는데 이건 저희만의 색깔이 담긴 엔딩인거다. 잘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우가 몇십억원의 손해배상을 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정우의 피해는) 어떤걸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엔딩이다. 깊은 여운을 남긴 엔딩이란 생각이 든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백설공주’는 첫회 시청률 2.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마지막 회에서 최고 시청률 8.8%를 달성했다. 시청률이 순차적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작품이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시청자들이 이탈하지 않았고, 오히려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았다는 뜻이다.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변요한은 “아주 큰 초대박 작품은 아니라도 많은 분이 봐줄 거란 확신이 있었다”며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튜브도 나가고 예능도 나가서 프로모션을 하며 ‘우리는 어떤 작품이다’라는 걸 해야 하는데 저희는 과감하게 하지 않았어요. 이 작품을 홍보하려고 나가서 희희낙락할 수 없다는 마음과 첫 방송 시청률이 어떻게 되었든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열심히 했고, 저희 작품이니 저희가 자신감을 안가지면 안되니까요.”

‘백설공주’의 어떤 부분이 변요한으로 하여금 확신을 가지게 했을까. 어디서 기인한 마음인지 묻자 변요한은 “현장에 있는 매 순간 치열했고 고민이 많았다. 권해효, 배종옥 등 참여한 선배님들도 굉장히 뜨겁고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셨다. 저희 작품의 밀도가 높다는 느낌이었고, 변영주 감독님을 신뢰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변영주 감독은 변요한에 대한 애정과 확신을 바탕으로 올 연말 열릴 ‘MBC 연기대상’에서 그의 대상 수상을 소망했다. 변요한은 “감독님의 어머니 같은 마음”이라며 “받으면 좋겠지만 안 받아도 괜찮다. 이미 받았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으로 상을 줬다고 생각한다. 신인배우들에게 주면 좋겠다. 오히려 그 친구들이 보여줄 게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상 욕심은 많다. 없다면 거짓말이다. 대상이라면 작품을 대표해 받는 상이니까. 하지만 후배들이 받으면 좋겠다”며 다시 한번 겸양을 보였다.

이 작품을 보내주며, 변요한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변요한은 “저는 매번 좀 느리다. 1년이 지나, 2년이 지나, 혹은 10년이 지나 돌아보면 달라진다. 확실한 건 고정우, 엄마, 아빠, 수오, 노상철. 이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깊은 여운 속 제일 먼저 든 생각”이라고 캐릭터들에 애정을 드러냈다.

수많은 고민과 애정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아직 보지 못 한 사람들에게 작품을 어떻게 홍보하면 좋을까. 변요한은 질문을 받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제가 일관성 있는 걸 좋아한다. 작품에 해가 될까 봐 조금의 어필도 하고 싶지 않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생기면서 정주행할 수 있는 편안한 시스템이 생겼다. 보실 분들은 재미있게 볼 거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보신 분들이 서로 재미있게 이야기해주시는 것 같더라”며 시청 독려나 홍보조차 덧붙이지 않는 자신감을 보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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