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9 (토)

‘황색 폭격기’ 차범근이 ‘괴물’ 홀란을 이겼다… 그 근거는?[최규섭의 청축탁축(蹴濁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SEN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차범근(71)은 지나간 20세기 대한민국의 ‘축구 영웅’이었다. 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위를 떨친 ‘황색 폭격기’였다. 엘링 홀란(24)는 현금 21세기 노르웨이의 축구 영웅이다. 2020년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호령하는 ‘괴물’이다.

각각 한 시대를 누볐거나 주름잡는 두 뛰어난 골잡이 간에 맞겨룸이 펼쳐진다면, 누가 이길까? 40년 이상 세월의 간극과 활동 무대가 다른 시대적·공간적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현실을 망각한 무슨 헛소리냐고 반문할 성싶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이야기도 아니고, 우주여행도 가능한 21세기에 그만 꿈에서 깨어나라는 일침이 가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현실에서, 두 영웅의 우열이 판가름 났다. 그리고 차범근이 이겼다. 우리나라 축구 팬에겐 무척 반길 만한 낭보다. 선뜻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근거로 이런 결론을 도출해 냈을까?

물론, 맞붙어 각축을 벌인 끝에 우열이 갈라진 건 아니다. 객관적 토대인 기록을 바탕으로 나온 ‘상대 우위론’이다. 그 논거는 각국 국가(A)대표팀 종전 개인 골 기록을 능가한 시점이었다. 그리고 차범근의 손을 들어 올린 이는 개인이 아닌 단체였다. 세계 축구 관련 역사와 통계를 관리하는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이런 결론을 내린 주체였다.

국가대표팀 개인 득점 기록 신기록 작성 시 연령에서, 차범근이 홀란보다 어렸다
OSEN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8일(이하 현지 일자), IFFHS는 세계 모든 A대표팀의 득점 신기록 수립 당시 골잡이 연령을 조사해 집계·발표했다. 30세가 되기 전에 종전 자국 A대표팀 기록을 경신한 골잡이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아울러, 최소 30골 이상을 터뜨려야 하는 조건을 충족한 골잡이로 한정한 집계였다.

이번 조사에서, 차범근은 2위에, 홀란은 4위에 각각 올랐다. 외연을 좁혀 대륙별로 봤을 땐, 홀란은 유럽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차범근은 아시아에서도 2위였다(표 참조). 차범근을 제치고 아시아 1위에 자리한 압둘 카디르(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1위의 영광까지 안았다.
OSEN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차범근은 23세 302일이 되던 1777년 3월 20일에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1978 아르헨티나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 B조 이스라엘전에서, 한 골을 터뜨리며 3-1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박이천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 기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국가대표 발탁 당시 최연소(18세) 기록을 세웠던 차범근은 만 19세 생일을 보름 앞둔(18세 350일) 1972년 5월 7일에 A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1972 태국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조 편성 결정 이라크전(0-0 무)에서였다. 그리고 사흘 뒤(10일), 두 번째 출장인 같은 대회 조별 라운드 크메르전(4-1 승)에서 첫 골을 뽑아냈다. 곧, 데뷔 무대에 올랐을 때로부터는 4년 10개월 13일이, 그리고 첫 골을 신고한 날로부터는 4년 10개월 10일이 각각 흐른 뒤인 A매치 96회 출장 때 영광의 기록 보유자로 자리매김했다.

차범근의 이름은 아직도 한국 축구 기록사에 당당히 아로새겨져 있다. A매치 최다 출장(136경기·홍명보와 공동)과 최다 득점(58골) 기록 보유자 주인공은 차범근이다.

이 부문 기록 수립 연령에서, 홀란은 차범근에게 111일 뒤진다. 홀란은 24세 48일이 되던 지난 10월 10일에 노르웨이 A대표팀 개인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4-2025 UEFA[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 리그 페이즈 B3 슬로베니아전(3-0 승)에서, 선제 결승골을 비롯해 2골을 작렬했다. 20세기 초·중반에 활약했던 외르겐 유베의 벽(33골·45경기 출장)을 넘어서며 새 지평을 열었다.

그래도 홀란은 아시아를 빼면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선두였다. 더구나 내로라하는 강호들이 득시글거리는 유럽 마당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작성한 기록이라서 더욱 값어치가 느껴진다. 홀란의 뒤를 이어 유럽 2위(전체 6위)에 오른 로멜루 루카쿠(벨기에)의 기록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차이 나는 무게감이 엿보인다. 루카쿠가 자국인 벨기에 A대표팀 기록을 깰 때 나이는 26세 185일(31골)이었다.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계의 사나이’로 불리는, 21세기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이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37·아르헨티나)와 대비해도 확연한 차이가 읽힌다. 호날두는 29세 28일이 돼서야 비로소 포르투갈 A대표팀 신기록(48골)을 작성했다. 메시는 이보다 더 늦은 29세 144일을 맞이하던 날에 아르헨티나 A대표팀 기록을 능가했다(57골). 호날두와 메시는 각기 21위와 26위에 자리했다.

한편, 전체 1위의 영광을 안은 주인공은 뜻밖에도 축구 변방인 인도네시아에서 나왔다. 1965~1979년 인도네시아 A대표팀 부동의 골게터로 맹활약한 압둘 카디르는 22세 318일 만에 자국 A대표팀 기록을 깼다. 1971년 11월 10일 말레이시아전(2-0 승)에서 38골째를 수확했다. 인도네시아 역대 A매치 최다 출장(111경기)과 최다 득점(70골) 기록도 물론 카디르의 몫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