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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인종차별·피해자 조롱”…하니 국감 패러디한 ‘SNL코리아’, 선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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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국정감사에 출석한 하니를 패러디한 배우 지예은과 한화오션 사장을 패러디한 배우 김의성 [SNL코리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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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증언한 K-팝 그룹 뉴진스 하니를 패러디한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가 도마에 올랐다. 방송을 본 팬덤과 시청자는 시사점을 찾아볼 수 없는 조롱에 불과하다며 비판한다.

19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6′에선 지난 한 주를 뜨겁게 달군 뉴진스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 장면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내용을 패러디했다.

이날 방송에서 배우 지예은은 하니 역할을 맡아 도쿄돔 공연에서 선보인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커버 무대에서 착용한 의상과 가발을 쓰고 등장했다. 지예은이 집중한 부분은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의 한국어였다.

그는 외국인인 하니의 한국어 발음을 흉내, “제가 직장내 괴롭힘을 당해서 출석하게 됐다”며 “옆팀 직원을 만나 인사했는데, (그 직원의) 상사가 ‘야 그냥 무시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가(저는)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어눌한 한국어를 부각하기 위해 ‘제가’는 ‘저가’로, ‘저는’은 ‘저가’로 표현하는가 하면 실제로 하니가 이어갔던 증언의 문장이 아닌 단문 구조로 바꿔 패러디했다. 어색한 발음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국정감사 이후 빈축을 산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의 하니와의 셀카 사진도 패러디 대상이었다. 배우 김의성이 정 사장의 역할을 맡아 이 장면을 연기, 국회의원들을 맡은 출연진들이 “셀카 찍지 마세요”라며 만류했으나 지예은은 연신 미소를 띄며 셀카에 응했다.

풍자와 패러디를 주무기로 삼아온 ‘SNL코리아’는 그간 성역 없이 화제가 된 모든 이슈를 다뤄 패러디했다. 한창 인기를 얻은 ‘흑백요리사’부터 미국 LA에서 포착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과즙세연의 만남, 르세라핌의 코첼라 라이브도 패러디 대상이었다.

코미디는 모든 영역을 풍자할 수 있지만, 이번 회차에서 다룬 뉴진스 하니 패러디가 뭇매를 맞는 것은 풍자와 패러디가 가져가야 할 암묵적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비단 콩트라 할지라도 피해자와 유아를 겨냥하거나 인종, 성별, 종교 차별로 보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하니 패러디의 경우 시청자들은 ‘인종 차별’과 ‘피해자 조롱’을 언급하며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하니 스스로가 자신을 피해자로 인지해 국정감사 현장까지 나가 자신의 사례를 증언했다는 점, 타국에서 머무르며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감내하고 낯선 언어를 배우며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이라는 점을 배려하지 않은 것은 이번 패러디가 이슈 따라잡기에만 급급했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영미권 국가에선 비영어권 출신 외국인과 이민자의 발음을 언급하는 것조차 전형적인 인종차별로 여겨지고 있다.

방송 이후 하니를 패러디한 지예은의 인스타그램엔 “하니는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며 ”‘SNL코리아’는 하니에게 사과하라“는 댓글과 해시태그가 줄줄이 달렸다. 현재 지예은은 댓글창을 닫아둔 상태다.

방송에선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 역시 패러디됐다. 배우 김아영이 한강 작가를 연기, 다른 것보다 말투와 자세, 외모 등을 흉내낸 것 역시 시청자들에게 불쾌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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