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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1993년의 산증인’ 양준혁-이종범에게 2024년 KS 우승 향방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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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93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해태 선수로 맞붙었던 양준혁(왼쪽)과 이종범. 당시 신인으로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둘에게 이번 한국시리즈 전망을 물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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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프로야구는 단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초대형 신인’ 양준혁(55)·이종범(54)의 등장과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 라이온즈 박충식(54)의 15이닝 181구 역투 그리고 해태 타이거즈의 통산 7번째 우승. 추억의 맹수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그날 이후 모처럼 사자와 호랑이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3승1패로 꺾은 삼성과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한 KIA가 21일부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7전 4승제의 한국시리즈를 펼친다. 프로야구 최고 명문 구단의 격돌을 맞아 마지막 한국시리즈 맞대결이 펼쳐진 1993년 당시 선수로 뛰었던 양준혁과 이종범에게 올해 한국시리즈 전망을 물었다.

1993년 루키 양준혁은 ‘세기의 라이벌’ 이종범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선 이종범이 MVP를 수상하는 장면을 지켜본 아픔이 있다. 이종범은 1993년 한국시리즈에서 신기록인 7개의 도루를 앞세워 해태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로 우뚝 섰다. 역사의 산증인들은 “우승 트로피의 향방을 쉽게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후배들을 향한 응원은 잊지 않았다. 이번 한국시리즈 관건으로 삼성 구자욱(31)과 KIA 제임스 네일(31·미국)의 건강한 복귀 그리고 KIA의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가 지닌 압박감을 꼽았다.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무려 31년 만이다. 해태가 삼성을 4승1무2패로 물리쳤던 1993년 이후 정상 격돌은 없었다. 해태의 구단명이 KIA로 바뀐 2001년부터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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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절의 양준혁(오른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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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연은 많지 않지만 삼성과 KIA는 한국시리즈에서 숱한 전설을 썼다. 삼성은 올해까지 역대 가장 많은 19차례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우승도 8회 달성했다. 이와 맞서는 KIA의 기록은 더욱 화려하다. 지난해까지 11차례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100%의 승률로 역대 최다 한국시리즈 우승 신기록을 썼다. 이번은 통산 12번째 진출이다.

양준혁은 “삼성과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만난다고 하니까 감회가 남다르다. 당연히 1993년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면서 “박충식이 15이닝을 던진 3차전을 삼성이 무조건 잡았어야 했다. 그때 2-2 무승부가 두고두고 아쉽다. 또, 개인적으로는 봉와직염으로 컨디션이 나빠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하지 못해 아픈 기억이 많다”고 회상했다.

삼성의 최대 화두는 역시 구자욱의 복귀 여부다. 양준혁은 “구자욱의 컨디션이 관건이다. 전체적인 전력은 물론 선수단의 정신력 측면에서도 중요한 선수인데 100% 몸 상태로 뛰지 못한다면 큰 손실이다. 플레이오프 3차전과 4차전 타선 침체도 구자욱의 공백과 큰 연관이 있다”고 했다. 이어 “삼성은 결국 화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타선이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의 밸런스만 빨리 찾는다면 적지 않은 점수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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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가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1993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수상자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대화, 김광림, 이순철, 이종범, 선동열, 김기태, 김동수, 김성래, 강기웅.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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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전 한국시리즈는 박충식의 낙차 큰 싱커만 떠오른다는 이종범은 “해태로선 4차전까지 1승1무2패로 몰려 뒤가 없었다. 남은 경기에선 무조건 삼성 마운드를 흔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가면 뛴다는 생각으로 5~7차전에서만 도루 7개를 기록했다”면서 “삼성과 KIA는 전통적으로 최고의 라이벌 아닌가. 선수들이 그 명성다운 플레이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선발진이 불안한 KIA는 턱 관절을 다친 네일의 정상적인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네일은 지난 9일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최고시속 151㎞를 던지며 회복세를 알렸다. 이종범은 “가을야구는 결국 마운드 싸움이다. 네일이 이전과 같은 구위를 보여줘야 우승을 장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KIA는 역대 11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했다. 특히 1986년과 1987년, 1993년 한국시리즈에선 삼성을 물리쳤다. 이종범은 “전체적인 전력은 KIA가 앞선다고 본다. 또, 기록으로 봤을 때도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기다린 쪽이 유리하다”면서도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가 어떻게 작용할지가 궁금하다. 선수들이 부담을 덜어내고 자신만의 경기력을 찾아야 12번째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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