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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화)

광주서 포효한 호랑이 … 1년차 '꽃동님'에 V12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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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이 28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그라운드에 일제히 뛰어들면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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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광주의 야구팬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호랑이 군단' KIA 타이거즈가 2024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천하 통일'을 이뤘다.

KIA 타이거즈는 28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7대5로 누르면서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챔피언에 올랐다. KIA는 5차전에서 한때 1대5로 밀렸지만 5회 말 상대 투수 폭투로 5대5 동점을 만든 뒤, 6회 말 김태군의 내야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8회 말 1번 타자 박찬호가 1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정규시즌 87승2무55패, 승률 0.613으로 정상에 올랐던 KIA는 한국시리즈마저 제패하면서 2017년 이후 7년 만에 KBO리그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특히 KIA는 전신 해태 시절까지 포함해 한국시리즈 승률 100% 역사를 이번에도 이어갔다. KBO 최다 우승팀인 KIA는 1983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1986~1989년, 1991·1993·1996·1997년, 2009·2017년에 이어 12번째 정상에 올랐다. 광주 홈에서 우승을 확정한 것도 KIA 입장에서는 뜻깊었다. 중립구장 개최 영향으로 대부분 서울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던 KIA는 1987년 이후 37년 만에 광주 홈팬들 앞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축포를 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는 어수선했다. 지난 2월 금품수수 혐의로 김종국 감독이 검찰 조사까지 받자 경질 수순을 밟고 새 사령탑을 찾아야 했다. 호주에서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던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감독이 바뀌면서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때 KIA는 1군 타격코치로 있던 이범호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2011~2019년 KIA에서 활약한 이 감독은 구단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로 부임하자마자 크게 주목받았다. 무엇보다 1981년생, KBO리그 사상 첫 1980년대생 감독으로 KIA를 맡았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 감독의 각오대로 KIA 선수들은 시즌에 돌입하자 펄펄 날았다. 이 감독의 '맏형 리더십'이 빛난 덕분이었다. 수직적 위계를 강조하기보다 가벼운 장난과 친근한 대화로 편한 더그아웃 분위기를 만들었다. 현역 시절 '꽃범호'로 불렸던 이 감독은 감독이 되고서 '꽃동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엄할 때는 확실하게 조치를 취했다. 주전급 선수들이 기본을 저버린 플레이를 하면 가차 없이 교체했다.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활용한 이 감독의 리더십 아래 KIA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KIA는 올 시즌 내내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력이 들쭉날쭉했지만, KBO 10개 구단 중 투타 균형이 가장 완벽했다. 팀 타율은 10개 팀 중 유일하게 3할대(0.301)를 기록했고, 팀 평균자책점도 전체 1위(4.40)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신구 조화도 이뤘다. 1980년대생~2000년대생까지 세대별 핵심 선수들이 각자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팀내 유일한 40대인 최형우(41)는 22홈런 109타점으로 여전한 장타력을 과시했고, 투수 맏형 양현종(36)은 11승을 챙겨 줄부상으로 무너질 뻔한 KIA 선발진의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2003년생 프로 3년 차 김도영은 호랑이 군단의 대표 타자로 올 시즌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4월에 KBO리그 역사상 처음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한 그는 지난 8월 15일 역대 최연소 한 시즌 30홈런·30도루를 채우는 위업을 달성했다. 또 나성범(35), 소크라테스(32·이상 외야수), 김선빈(34), 박찬호(29·이상 내야수), 제임스 네일(31), 정해영(23·이상 투수) 등도 각 포지션에서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KIA의 우승에 힘을 합쳤다.

한국시리즈 5경기 동안 타율 0.588(17타수 10안타)를 기록한 김선빈은 기자단 투표 99표 중 46표를 얻어 한국시리즈 MVP를 받았다. 또 KIA 마무리 정해영은 1991년과 1993년, 1996년 해태에서 우승을 경험한 부친 정회열에 이어 한국시리즈 첫 부자(父子) 우승을 경험했다.

이 감독은 1군 사령탑 부임 첫해에 통합 우승을 이룬 역대 세 번째 감독이 됐다. 앞서 2005년 선동열, 2011년 류중일 전 감독이 삼성에서 데뷔 시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이 감독은 "너무나 멋진 광주에서 첫 우승을 할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라며 "(감독으로) 광주에 돌아와 우승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감격해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KIA의 기세에 눌렸다. 특히 포스트시즌 들어 구자욱, 원태인, 강민호 등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을 입은 게 뼈아팠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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