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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화)

한국시리즈 12전 12승… KIA 7년 만에 정상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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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에 7대5 승

9회초 KIA 마무리 정해영이 삼성 김성윤을 상대로 던진 시속 150km 직구가 포수 김태군 미트에 빨려 들어갔다. 헛스윙 삼진. 27번째 아웃카운트가 채워지는 순간. 1만9300석 광주 챔피언스필드 밤하늘에 화려한 폭죽이 펼쳐졌다. KIA는 28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을 7대5로 눌렀다. 7년 만의 정상 복귀. 역대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KIA는 전임 해태 시절부터 한국시리즈에 12번 올라 12번 모두 우승하는 불패(不敗) 신화를 이어갔다. 5차전 2안타 포함, 네 차례 출루하면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매 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간 35세 베테랑 내야수 김선빈이 시리즈 MVP 영예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타율 0.588(17타수 10안타) 3득점 2타점. 이범호(43) 감독은 7년 전 선수에 이어 올해 감독으로 KIA 우승을 일궜다. 최초 1980년대생 우승 감독이다. 선수들과 함께 춤도 추며 우승 기쁨을 맘껏 나눴던 이범호 감독은 “충분히 2년 안에 우승할 전력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선수들도 많고, 고참도 능력이 출중한 선수가 많아 이 팀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자만에 빠지지 않고 우승한 걸 내년에도 다시 느끼고 싶다는 간절함을 만들어내는 게 내 일”이라고 덧붙였다.

5차전은 올해 KIA 색깔을 그대로 드러낸 시즌 축약판이었다. KIA는 올 정규 시즌 역전승이 42차례로 가장 많았다. 삼성을 상대로 거둔 12승 중 7경기가 역전승이었다. 정규 시즌 득점권 타율(0.308·1위)과 대타 성공률(0.340·1위)이 보여주듯 벤치 용병술과 상황에 따른 타자들 대처 능력이 뛰어났다. 정규 시즌 김도영·최형우·나성범으로 짜인 중심 타선도 파괴적이었지만, 하위 타순(6~9번) 타율도 0.290으로 1위였을 만큼 쉬어갈 곳이 없는 타선이 뒷심을 발휘했다.

KIA는 양현종이 1회 디아즈와 김영웅에게 연속 타자 홈런을 얻어맞았고, 3회 디아즈에게 연타석 홈런을 내주면서 5실점하며 무너졌다. 디아즈에겐 단일 포스트 시즌 첫 두 차례 연타석 홈런, 김영웅에겐 최연소 단일 포스트 시즌 4홈런(21세 2개월 4일)이란 기록이 뒤따랐다. KIA는 우승을 앞두고 선수들이 긴장한 듯 4회까지 9차례 득점권(주자가 2루 이상)에서 2점을 뽑는 데 그쳤다. 그러나 늘 그랬듯 중반부터 반격을 펼쳤다. 5회 최형우의 홈런과 2사 만루에서 김도영의 밀어내기 볼넷 때 폭투로 2루 주자까지 홈을 밟으며 3점을 뽑아 5-5 동점을 만들었다. 6회 1사 1·3루에서는 김태군이 유격수 쪽 내야 안타를 때리며 6-5로 전세를 뒤집었다.

충분한 휴식, 선발진의 호투로 체력을 잔뜩 비축한 KIA 불펜은 삼성보다 강했다. 양현종에 이어 3회 마운드에 오른 김도현이 5회까지 무실점, 이어 등판한 곽도규가 앞선 두 타석 모두 홈런을 터뜨린 다아즈와 김영웅을 연거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세를 살렸다. 이어 장현식, 이준영, 전상현, 정해영이 이어 던지며 3회까지 3개 홈런을 터뜨렸던 삼성 방망이를 4회 이후 1안타로 꽁꽁 묶었다. 삼성은 8회 4사구 3개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이성규가 정해영을 상대로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 마지막 추격 기회를 그르쳤다. KIA는 8회 1사 1루에서 박찬호의 2루타로 2점 차로 달아나며 삼성 추격 의지를 끊었다.

조선일보

2024년 KIA 우승은 1987년 이후 37년 만에 광주, 그리고 해태 전통을 간직했던 무등야구장을 뒤로하고 2014년부터 새 보금자리로 맞이한 챔피언스필드에서 맛본 첫 우승이라 각별했다. KIA는 1983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2번 챔피언에 등극했지만 광주에서 샴페인을 터뜨린 것은 해태 시절인 1987년이 유일했다. 당시 정규 리그 2위였던 해태는 1위 삼성을 만나 대구 원정 1·2차전에 이어 홈 3·4차전을 모두 이겨 홈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나머지 우승은 상대 팀 홈 구장이나 중립 지역인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맛봤다. KIA는 무등야구장에서 2014년 챔피언스필드로 구장을 옮긴 다음 2017년 우승했으나 상대인 두산 홈구장 잠실에서 5차전 만에 승부를 끝냈다.

삼성은 비와 부상에 울었다. 포스트시즌 전 에이스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플레이오프에선 구자욱이 도루를 하다 무릎을 다쳐 한국시리즈에선 뛰지도 못했다. 한국시리즈 들어선 원태인이 4차전 투구 중 어깨를 다쳤고, 5차전엔 강민호마저 부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했다. 김헌곤 홈런으로 기세를 이어가던 1차전이 비로 서스펜디드게임이 돼 흐름이 바뀐 것도 아쉬웠다. 올 포스트시즌은 28일 5차전까지 16경기 전 경기 매진 행진을 이어가며 총 35만3550명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로 따지면 2022년 1차전부터 16경기, 포스트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21경기 연속 매진이다.

[광주=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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