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감독 / 사진=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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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하고 싶은 대로 야구하라"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KIA는 2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7-5로 승리했다.
이번 경기로 KIA는 시리즈 4승 1패를 기록, 2017년 이후 7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또한 1987년 이후 37년 만에 안방 광주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우승은 불가능했다.
올해 KIA는 최악의 상황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구단 후원업체로부터 억대의 뒷돈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감독과 단장을 모두 잃은 채 스프링캠프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KIA는 이범호를 소방수로 택했다. 지난 2월 KIA는 이범호 감독과 계약 기간 2년,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 9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당시 KIA는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범호 감독은 빠르게 KIA를 정상화시켰고, 우여곡절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취임 첫해 정규시즌 우승은 KBO 리그 역대 3번째다. 앞서 2005년 선동열 감독, 2011년 류중일 감독(이상 삼성 라이온즈)이 부임 첫해부터 정규시즌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호랑이의 기세는 가을에도 계속됐다. KIA는 시리즈 스코어 4승 1패로 통산 12번째 우승 축포를 쐈다.
취임 첫해 통합 우승 역시 역대 3번째다. 이범호 감독은 2005년 선동열 감독, 2011년 류중일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즌 내내 주인공은 선수였다. 이범호 감독은 뒤에서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했다.
지난달 17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은 자리에서 이범호 감독은 "제가 14년간 KIA에 있으면서 느꼈는데, 선수들이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한 경기는 실패할 수 있지만 2~3경기는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에도 "처음 감독 부임했을 때 호주에서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야구하라'라고 했다. 그건 시즌 내내 지켰다. 앞으로도 그런 야구를 펼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선수들이 감독 때문에 눈치를 보고 야구를 못 하는 모습은 없는 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고 싶은 대로 야구하라'가 방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이 내년 시즌에도 준비를 할 때 있어서 감독이 많은 부분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해서 다른 부분을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나름대로 자기가 추구하는 야구, 제대로 된 야구를 펼쳐주기를 바란다"라고 확실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초보답지 않게 노련했지만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 넣고 빼고 하는 게 힘들다"라면서 "대타를 썼을 때 그 선수의 기분, (타구를) 놓쳤을 때 빼는 것, 본헤드 플레이 했을 때 선수들을 불러들이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선수가 경기에서 빠지게 된다면 불안함과 함께 감독에 대한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본인의 실수로 경기에 이탈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이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른다.
이범호 감독은 "(교체된) 그 시간은 선수들에게 안 좋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경기 끝나고 난 뒤 대화를 하고 그런 부분을 좁혀가고, 실수를 했더라도 그다음 경기는 꼭 출전을 시켜주고. 이런 것들이 선수들과 있어서 유대 관계를 잘하려고 했다"라고 자신만의 용병술을 설명했다.
그간 KBO 리그는 강성 리더십이 주류를 이뤘다. 부드러운 리더십보다는 강한 캐릭터를 앞세워 선수단을 장악하고 자신의 야구관을 관철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범호는 자신의 야구보다는 'KIA의 야구'를 내세웠다. 선수들에게는 판을 깔아주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유대관계를 강조했다. 현역 시절 별명처럼 활짝 피어난 '꽃'같은 리더십이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열린 축승회에서 이범호 감독은 "이번 우승을 발판 삼아 내년에도 잘 준비했으면 좋겠고, 선수들이 잘 준비한 만큼 나도 선수들이 마음껏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실수는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았다. 자신보다는 선수를 강조했다. 1년 만에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범호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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