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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추신수 "야구 하나에 목숨 바친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다시 태어나도 야구할 것"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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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추신수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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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야구 하나에 목숨 걸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추신수는 7일 인천 연수구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애틀 매리너스과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가 2001년부터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추신수는 시애틀(2001-2006년)-클리블랜드 가디언스(2006-2012년)-신시내티 레즈(2013년)-텍사스 레인저스(2014-2020년)를 거치며 메이저리그 통산 1652경에 출전해 타율 0.275(6087타수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 OPS 0.824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SSG와 계약하며 한국에 돌아온 추신수는 KBO리그 통산 439경기 타율 0.263(1505타수 396안타) 54홈런 205타점 266득점 51도루 OPS 0.812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2022년에는 SSG가 KBO리그 역대 최초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는데 기여했고 커리어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고질적인 어깨 부상으로 추신수는 결국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날 추신수는 은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시즌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 선수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 선수로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며 "물론 부상 이전에 은퇴를 결심하기는 했다.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고,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은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다음 날부터 운동을 하긴 했지만, 어느 때보다 편안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선수들은 늘 겨울에 다음 시즌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는데 스트레스가 없다"며 "은퇴를 선언하고 내일에 대한 계획이 없다보니 잠을 편안하게 잔다. 식사하면서 살찔 걱정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객관적으로 추신수를 평가하면 뭔가 하나 특출난 부분이 없는 선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5툴로 봤을 때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유한 선수였고, 어느 하나 특별히 뛰어나진 않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듣고 싶은 평가는 '저 선수는 야구에 진심이었다, 야구 하나에 목숨 걸었던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추신수는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고 싶다"는 감동적인 소감도 전했다.

이하 추신수와 일문일답이다.

-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야구 꿈나무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아마추어 때 바로 미국에 진출하는 것과 FA로 미국 진출, 두 가지 모두 장, 단점이 있다. 마이너리그를 경험하고 가면 선수들과 소통하고 언어적으로 적응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메이저리그로 바로 진출하면 어느 정도 금액과 최고 자리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야구에만 전념해야 해서 선수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미국에 진출하는 것, 프로 경험을 쌓고 나가는 것도 두 가지 모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추신수 본인이 섰던 타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타석이 있다면?

메이저리그 데뷔 타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는 어렸고 제대로 즐기진 못했지만, 다른 의미에서 마지막 타석도 기억에 남는다. 메이저리그에서 텍사스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 했는데,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부상으로 인해 방망이를 들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벤치에 앉아 있기는 싫어서 팀 의사와 약속하고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 한국에서의 마지막 타석도 인상 깊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감정이 북받쳤다. 경기 중에는 표현하기 싫어서 참았지만, 한국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동안 훈련도 하지 않고 마지막 타석에 나섰지만, 그 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갔고, 그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갔다.

- 제2의 인생, 향후 계획은?

지금은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 여러 가지 생각과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어떤 자리에 가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마친 지 얼마 안 돼서 뭔가를 하겠다고 결정하기에는 이르다. 조금의 휴식기를 가지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한다.

- 야구를 사랑했던 선수로서 은퇴 결심 과정은?

예전에 박찬호 선배님의 은퇴 기자회견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나도 과연 저런 자리가 있을까 싶었는데, SSG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줘서 감사했다. 아무래도 부상 때문에 경기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스스로 인정하게 됐다. 부상으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이후 부상으로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아쉬움이 남는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부상으로 인해 많이 쉬었던 시즌인 것 같다. 텍사스에서 종아리 부상으로 8주, 햄스트링 부상, 몸에 맞는 공으로 인한 손목 부상, 허리 피로 골절 등 다양한 부상을 겪으며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부상이 한꺼번에 몰려서 다가온 것이 오히려 나았다고 생각한다.

- 24년 동안 겨울에도 먼저 출근하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했는데, 지금은 어떠한가?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나서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편안하다. 매 시즌 기대와 스트레스를 가지고 보냈는데, 이제는 그런 부담이 없어지니 마음이 편하다. 눈을 떴을 때 내일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게 참 편안하게 느껴졌다.- 감독 자리에 대한 생각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감독 자리는 많은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모든 평가를 받아야 하고, 쉬운 자리가 아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 SSG에서 4년 동안 많은 것을 봤다.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충분히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지속적인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우리 팀은 베테랑 선수들이 많으니, 그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 줘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영원히 자기 자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후배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전했으면 좋겠다.

- 추신수는 부산의 상징이었다. 앞으로 SSG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았지만 결국 인천에서 SSG라는 팀과 처음으로 시작했다. SSG에서 김광현, 최정 같은 스타들과 함께 뛰면서 자부심을 느꼈다. 앞으로는 최지훈, 정준재, 조병현이 랜더스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이다.

- SSG 포스트 주장으로 적합한 선수는?

최지훈이나 박성한을 추천한다. 박성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다소 조용한 스타일이라서 최지훈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 자신의 야구 인생에 몇 점을 주고 싶은가?

야구를 시작한 9살 때부터 마지막 타석까지 되짚어보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할 수 있었고,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점수를 매기기보다는 스스로 잘 해냈다고 생각하고 싶다.

- 내년에 은퇴 경기에 나설 것인가?

처음 들어본 이야기다. 은퇴 경기는 부담스럽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팬들에게 인사만 드리게 될 것 같다.

-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은퇴 결심 후 아내와 자녀들이 어떤 말을 해줬나?

아이들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야구를 했는지 이제야 이해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인정받았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고, 아빠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 많은 지도자들과 함께했는데,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야구를 시작할 때 함께했던 수영초등학교와 부산고등학교 감독님들이 생각난다. 돌아가셔서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항상 마음속에 남아 계신다.

- 메이저리그에서도 활약할 가능성이 기대되는 선수들은?

김도영, 김혜성 같은 선수들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

-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아이들의 야구를 못 본 지 5-6년 됐다. 앞으로는 아빠로서의 역할을 하며 아이들의 경기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감사드린다. 내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응원해 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음 생애에도 다시 야구를 하고 싶다.

[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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