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롯데 챔피언십 우승 환호
김아림은 10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 2위 나탈리야 구세바(러시아·21)를 2타 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은 45만달러(약 6억3000만원). US여자오픈 이후 이날이 100번째 경기. 어렵게 두 번째 우승을 거머쥔 셈이다. 낙천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유쾌한 아림씨’로 통하는 그는 이번에 1라운드 단독 선두, 2라운드 공동 선두, 3라운드 단독 선두에 이어 나흘 동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이다.
US여자오픈 우승 때는 LPGA 회원도 아니었다. 모두를 놀라게 한 우승. 창대한 출발이 부담감이었을까. 그 뒤로 좀처럼 그 신화를 재현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나흘 내내 선두를 달리면서도 불안했다고 한다. “3라운드 홀인원을 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이 정도의 운이라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더라”고 전했다. LPGA 투어 회원이 된 뒤로 이번이 첫 우승이다. 김아림은 “사실 LPGA 투어에 와서 적응하기 정말 바빴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영어나 코스, 사람 등 모든 게 이제는 편안해졌다”면서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가 지금 가는 길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3라운드까지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김아림은 2번 홀(파4)에서 보기를 했다. 구세바가 1번 홀(파5) 버디, 2번 홀 보기를 하면서 공동 선두. “오히려 실수를 먼저 하고 나니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3번 홀(파4)에서 바로 버디를 잡아 타수를 만회한 다음 5번 홀(파5)과 6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8번 홀(파4)에서 보기를 한 김아림은 10·11번 홀에서 다시 연속 버디로 달아났다. 하지만 추격자들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구세바가 11번 홀(파5)과 13번 홀(파4) 버디로 끈질긴 추격전을 벌였다. 하타오카 나사(일본·25)도 16번 홀(파4)까지 7개 버디를 잡으며 구세바와 나란히 감아림을 1타 차이까지 추격했다. 나사는 17·18번 홀 연속 보기로 주춤하면서 주저앉았다. 김아림은 12번 홀(파3) 티샷 실수로 그린을 놓쳤으나, 강하게 맞은 칩샷이 깃대를 맞아 행운의 파를 지키는 등 고비를 잘 넘기고 마지막 18번 홀(파5) 버디로 대미를 장식했다.
김아림은 우승을 차지한 뒤 대회 전통에 따라 18번 홀 그린에서 하와이 전통춤인 훌라춤을 선보였다. “너무 재미있는 경기였다. 이런 감정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우승도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의 한 단계이기 때문에 매 순간 더 발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롯데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든 김아림. /대홍기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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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장타 여왕’ ‘필드의 여전사’란 애칭으로 불리던 김아림은 이날 평균 284야드 드라이브 샷을 날린 뒤 83% 그린 적중률을 자랑하는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앞세워 타수를 줄여나갔다. 3라운드에선 140야드 9번 홀(파3)에서 9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잡는 등 샷 감각이 절정에 달했다. 김아림이 LPGA 투어에서 홀인원을 한 건 2022년 10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두 번째다.
김아림은 이번 우승으로 CME 글로브 포인트 상위 60명이 나가는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출전을 확정했다. 대회전 65위였던 순위를 22위로 끌어올렸다. 이날 2타를 줄인 고진영이 7위(12언더파), 3타를 줄인 김효주는 공동 9위(10언더파)에 자리했다. 이소미가 공동 15위(8언더파)였다. 후원사 초청 선수로 참가한 이소영은 공동 26위(5언더파), 황유민은 공동 35위(3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김아림 우승으로 올해 LPGA 투어에서 한국 여자 골프는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양희영, 9월 FM 챔피언십 유해란에 이어 3번째 정상에 올랐다. 남은 기간에 우승을 더 추가하지 못하면 2011년(3승)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는 4승을 거뒀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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