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전 티아라 소속사 대표. 사진 I MBN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2년 전 불화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 수장의 섣부른 행동 때문이다. 심지어 이젠 다 큰 성인이 돼 각자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건만, 오랜만의 방송 출연에 의욕이 과했던 걸까. TMI를 넘어 제 발등을 찍은 격이다.
티아라 전 소속사 대표 김광수의 급발진으로 12년 전 ‘티아라 왕따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다시 편을 가르고 진실 공방을 펼쳐질 조짐이다. 피해자라고 주장 중인 화영에 이어 가해자로 낙인 찍힌 큐리가 차례로 (SNS에) 등판했다. 이혼이 채 마무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연은 쏟아지는 악플 속에서 다시금 강제 소환됐다.
김광수 대표는 지난 9일 방송된 MBN 예능 ‘가보자고GO 시즌3’에 출연해 파란만장한 자신의 인생사를 돌이켜보며 다양한 썰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티아라 왕따 사건’도 언급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였고, 그의 인생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변곡점이었기에 충분히 짚고 넘어갈 만한 주제였다. 다만 선을 넘었다. 그 파장은, 자극적이고도 폭력적인 화살은 또 다시 티아라 멤버들에게로 향했다.
김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화영이 왕따를 당한 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티아라 멤버들 사이 불화를 알게 돼 화영·효영 자매의 계약서를 찢고, 아무 조건 없이 풀어주겠노라고 했는데, 이후 왕따설이 겉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는 것. 김 대표는 자신의 생일에 찾아오는 티아라 멤버들 앞에서 그 일로 너무 미안해 운다고도 했다. 결국 ‘화영 왕따설’로 피해를 입은 건 티아라 나머지 멤버들이었다는 해석의 여지가 충분했다. 자신의 감정적 대응으로 왕따설에 힘이 실리면서 잘못이 없는 티아라는 극심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고, 그럼에도 잘못한 화영·효영의 삶이 걱정돼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방송 다음 날인 10일 화영은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김광수 대표님이 굳이 12년 전 사건을 편향되고 왜곡되게 발언하신 저의를 모르겠다”며 “당시 왕따를 당했던 게 맞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는 게 거짓이다. 티아라 새 멤버로서 기존 멤버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겠다는 강박을 가지고 멤버와 융합되길 노력했지만 기존 멤버들이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티아라 계약 해지 당시 저는 왕따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었기에 기자회견을 통해 제 입장을 표명하려고 했으나 대표님이 기자회견 없이 함구하면 당시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저의 친언니도 계약해지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고작 스무살이었던 저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사과도 받지 못한 채 탈퇴했다”고 통탄했다.
화영 큐리 지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신을 코어콘텐츠미디어 전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 A씨도 등판해 화영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A씨는 “티아라 왕따는 사실”이라며 “화영이 가족 중에 회사 임원분과 친분 있는 분이 있었다. 당시 화영이의 친언니가 티아라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화영이 그 자리에 들어왔다. 실력, 얼굴보단 인맥으로 최정상급 그룹에 들어온 것에 멤버들은 아니꼽게 볼 수 밖에 없었고, 당시 직원들이 보기에도 화영이가 그룹에 잘 섞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존 멤버들이 워낙 기가 강했기 때문에 화영이 이후로 들어온 아름이도 적응에 힘든 모습을 많이 보였다. 폭행 폭언 사실 또한 사실이다. 딩시 화영이가 울고 있길래 무슨 일이냐 물어보니 팀 멤버 OO이가 때렸다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당시 저도 믿지 못했지만 직원들도 티아라 멤버들이 화영이가 맞은 것을 방관하는 분위기였다”고 폭로했다.
티아라의 또 다른 멤버인 큐리도 타이밍에 맞춰 SNS에 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반달 사진을 게재했다. 티아라 왕따 논란이 재조명된 직후라 여러 반응이 나올 만 했다.
화영의 언니 효영까지 나섰다. 효영은 “동생(화영)으로부터 충격적인 말, 자신이 티아라 멤버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과 더불어 ‘너무 힘들다’, ‘언니가 보고싶다’는 말을 들었었다. 동생을 괴롭히게 하지 못하게 하려던 결과가 문자 사건이었다”면서 “당시 멤버였던 아름에게 보낸 문자에 대해서는 일전에 사과했지만 여전히 미안하다. 그저 손 놓고 있기엔 동생이 나쁜 선택을 할까 두려웠다. 부족했지만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어린 저의 선택이었다”고 적었다.
티아라 멤버들의 소셜미디어 댓글창은 시끌벅적해졌다. 특히 지연의 소셜미디어 속 가장 최근 게시물인 지난 달 28일 사진에는 “화영 뺨 때렸냐”, “사실인가요? 정말 좋아하는 팬인데 아니죠?”, “화영 얘기가 사실이냐. 뭐라고 말 좀 해달라. 왜 맨날 팬들만 속 타야 되냐” “두 얼굴”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티아라는 2009년 ‘거짓말’로 데뷔 후 ‘롤리폴리’, ‘크라이 크라이’, ‘러비더비’, ‘야야야’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사랑 받았지만 이 사건으로 하향세를 탔다. 거센 비난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화영 역시 팀에서 탈퇴한 뒤 배우로 전향해 불편한 시선 속에서도 ‘청춘시대’ ‘뷰티 인사이드’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왔다.
당사자들만 아는, 혹은 믿는, 우리는 모를 여러 ‘진실’들이 많을 테다. 여러 정황과 각 멤버들의 고백, 그들의 눈물 등을 수없이 봐오지 않았는가. 하나의 진실만 있는 것도, 명확한 상황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을 터. 저마다의 이유로 억울한 대로, 상처 입은 대로, 답답한대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수습하려고 부단히 애써왔을 것이다. 각자의 사연과 무게를 안은 채 잔혹한 비난 속에서 버티고 버텨온 그들인데 왜 이제와 모두의 상처를 다시 후벼파는 것일까. 이해불가다.
김광수 대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할 순간을 또 한 번 만들어낸 듯 하다. 추신, 그때나 지금이나 애들 싸움에 어른이 왜 끼나, 해결할 깜냥도 안되면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