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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만루포→투런포, 믿었던 1선발인데 '상상 못한' 고영표 6실점…최악 시나리오 발생 대표팀, 머리 아플 류중일 감독 [타이베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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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타이베이(대만), 박정현 기자) 생각하기도 싫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투수 고영표는 13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첫 경기 대만전에서 선발 등판했다. 이날 최종 성적 2이닝 5피안타(2피홈런) 2탈삼진 2볼넷 6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가 동점 또는 역전되지 않는다면, 고영표는 패전 투수가 된다.

어쩌면 단기전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는 대회 개막전 선발 투수라는 중책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고영표다. 이번 대회가 개인 세 번째 국제대회로 앞선 '2020 도쿄올림픽'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총합 4경기 등판한 경험 많은 베테랑이다. 다만, 대표팀에서 좋은 기억은 없었다. 올림픽과 WBC 모두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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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영표는 부침을 겪었다.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으로 힘겨운 출발을 알렸지만, 시즌 중후반과 포스트시즌 제 기량을 끌어올려 소속팀 KT 위즈의 상승세에 보탬이 됐다. 올해 정규시즌 성적은 18경기 6승 8패 100이닝 평균자책점 4.95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고영표에 관해 "투구수보다는 실점하지 않아야 한다. (어느 시점까지 던질지는) 상황을 봐야 한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내며 마운드 운영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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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대만전 승리에 온 힘을 다할 구상을 갖고 타이베이에 왔다. 류중일 감독이 결전지 타이베이 입국 전부터 강조했던 첫 경기 대만전이다.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다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경기를 치를 수 있다. 반대로 패한다면, 쫓기듯 경기해야 하고, 이는 남은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영표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대만은 언더스로 유형 투수 고영표를 대비해 왼손 타자를 대거 배치했다. 2번타자 린리와 7번타자 린자정, 9번타자 장쿤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좌타자였다. 이를 극복해야 했던 고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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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말 출발이 좋았던 고영표다. 공 4개로 대만 테이블세터를 돌려세웠다. 천천웨이와 린리 모두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이후 천제시엔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인 상대 주포 리안커를 스윙삼진으로 처리해 이닝을 끝냈다.

위기는 곧 찾아왔다. 2회말은 1회말과 너무나도 달랐다. 판제카이에게 2루수 방면 내야 안타, 리카이웨이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해 2사 1,2루에 몰렸다. 여기에 장쿤위에게 볼넷을 내줘 2사 만루에 몰렸다. 만루 위기에서 고영표는 나와서 안 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했다. 천천웨이에게 그랜드슬램을 허용해 0-4로 첫 실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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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영표는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린린에게 우측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내줘 주자를 쌓았다. 그리고 천제시엔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맞아 0-6이 됐다. 한 이닝에 홈런 두 방을 내준 고영표는 마운드에서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챙겼던 리안커 역시 좌익수 홍창기가 워닝트랙에서 겨우 잡아낸 만큼 잘 맞은 타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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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한 뒤 곧바로 상대를 물고 늘어진다면 분위기 반전을 꾀할 만했지만, 타선을 힘을 쓰지 못했다. 3회 초 하위 타선인 김휘집과 이주형, 김주원 모두 삼진으로 돌아섰다.

그나마 4회 초 만회 득점에 성공했다. 한국은 4회 초 홍창기의 볼넷과 송성문의 진루타로 첫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김도영의 좌익수 뒤 1타점 적시 2루타로 첫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윤동희가 유격수 땅볼을 때려 2루 주자 김도영이 3루로 진루했다. 후속타자 박동원이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 2-6 추격에 돌입했다.

한국이 이날 1차전을 내준다면, 그야말로 남은 일정은 가시밭길이다. 쿠바(14일)와 일본(15일), 도미니카공화국(16일), 호주(18일) 모두 만만한 팀이 없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데, 고영표의 6실점은 너무나도 뼈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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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타이베이(대만), 박지영 기자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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