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 좋아하지만 ’플랑크톤’은 비극이 어울려
뻐꾸기 아빠가 된다면 계속 키울 것 같아
재벌3세는 안어울려…길바닥 멜로가 제맛
넷플릭스 시리즈 ‘Mr.플랑크톤’의 주인공 해조를 연기한 배우 우도환을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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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24년 전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가 산부인과에서 바뀐 남의 집 자식임을 알고 부모들은 사춘기 자녀를 맞바꿔 키웠다. 결과는 익히 알려진대로 비극이다. 2024년 넷플릭스 시리즈 ‘Mr.플랑크톤’의 채승혁·해조(우도환 분)는 시험관 아기로 태어났다. 괜히 동생을 낳아달라 졸랐다가 엉뚱한 정자가 수정된 아기란 사실이 밝혀지고, 역시 비극이 시작된다.
비극의 여러 갈래 중에서도 출생과 연관된 비극은 본능적인 몰입을 부른다. 자신에게 닥친 비극의 원흉인 난임클리닉 의사를 찾아가 사과하라고 따지자, 의사는 “짜장면 시킨 손님한테 짬뽕 내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근데 잘못 나온 짬뽕한테도 굳이 사과를 해야하냐”며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따져묻는다.
‘잘못 나온 짬뽕’이라 불리며, 채승혁이었다가 해조가 된 배우 우도환을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도환은 “처음에 대본에서 저 대사를 봤을 땐 ‘아, 작가님 대단하구나. 그렇지,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생각은 자유지만 입 밖으로 내는 의사도 참 대단하다’ 이 정도였다. 그런데 면전에서 들었을 때는 마음이 엄청 복잡해졌다”고 털어놨다.
“얄미운데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사람을 짬뽕에 비유한 것 자체가 너무하긴 했는데, 근데 또 영 틀린 말은 아니니까. 다만 생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자신을 요리사처럼 생각하는구나. 상식은 안 통하겠다. 그러면 나도 폭력으로 상대해야지 마음먹게 되더라고요. 제 감정은 분노보다는 어처구니 없음이 더 컸죠.”
아버지 채영조(이해영 분)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 승혁이가 사실은 남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듣고나선 곧장 투명인간 취급한다. 집 안의 푸대접에 지친 승혁은 중학교 졸업식 날 스스로 가출을 단행한다. 그리고 이름도 버리고 집도 버린, 길바닥에 버려진 존재가 된다.
우도환은 “자유롭고 똘끼있는 친구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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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유전자는 물려받지 않았다 해도 절반은 아내의 유전자를 가진 아들이 아닌가. 분신처럼 사랑한 아들을 하루아침에 내치는 채영조의 모습은 비정하다. 그러나 평범한 범인(凡人)에게 바다처럼 넓은 사랑은 디폴트값이 아니기에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복잡하기 마련이다.
우도환은 자신을 내치는 영조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얼마만큼의 충격이 될 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뻐꾸기 아빠’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엔 “그래야 하지 않을까. 키운 정이 있는데”라고 답했다.
“영조의 전사가 나오지 않았잖아요. ‘나한테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그래!’라는 대사를 보면 그도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었을 거라고 보거든요. 제가 그 깊이를 몰라서요. 그치만 만약에 인간 우도환이라면 그냥 키울 것 같아요. 애가 너무 불쌍해서요. 전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란 게 너무 신기하긴 해요. 많이 있는 일이라 하더라고요.”
길에서 쓰레기를 뒤지던 승혁을 거두어 키운 봉숙(이엘 분)이 유흥업소에서 심부름을 하게 하면서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꼬마야 얼음 좀 리필해조", "애기야 손님 대리 좀 불러조"하고 부른다. 그렇게 ‘해조’라는 새로운 이름과 정체성으로 태어나게 됐다.
40살 봉숙은 성인이 된 해조를 여전히 물심양면 돕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삼아 “내 애인 아니면 내 애”라고 해조를 소개한다. 생소한 관계성이다.
우도환은 “봉숙을 보모라고 생각했다”며 “진짜 엄마가 아닌데 누군가 나를 저렇게 챙겨주고 사랑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해조가 집밖에 나가면 항상 걱정하잖아요. 해조가 재미를 만나기 전까지는 가장 의지했던 사람도 봉숙이고요. 심지어 다시 살게 새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고요. 둘은 많은 걸 공유해요. 다만 로맨스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해조는 봉숙 외에도 생경한 인간 관계를 많이 가지게 된다. 집을 나와 인연을 맺은 해조의 ‘새 가족들’은 그를 한 마리 상처입은 야생동물인양 살뜰히 챙긴다. 다행히 어느 한 명 해조를 배신하지 않는다.
이제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우도환은 “자유롭고 똘끼있는 친구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사회와 덜 타협하고,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하면서 사는 게 덜 체화됐을 때 하고싶었다. 저 역시 해조가 부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멜로 연기에 첫 도전한 그는 “감정선으로 끌고 가는 600분짜리 이야기를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기쁘다”면서 “그래도 당분간 멜로는 조금 쉬고 싶다”며 속내를 밝혔다.
해조는 원가정에서는 버려졌지만 새로운 가족인 재미(이유미 분)와 더불어 봉숙(이엘 분), 까리(김민석 분)의 애정과 지지를 받는다.[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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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크톤에서보다 더 절절한 사랑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금 마음으로는 잘 못하겠어요. 아직은 다른 걸로 덮고 싶지 않아요. 멜로 연기를 항상 갈구하고 있었는데 플랑크톤을 만났어요. 나의 장점을 찾으면서 멜로까지 보여줄 수 있었고요. 전 제가 재벌의 느낌은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해조처럼 길바닥에 있는 멜로가 어울려요.”
본인이 죽는(시야가 암전되는) 결말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본래 로맨스는 희극적 엔딩을 좋아한다. 하지만 해조가 살아있으면 말이 안되는 서사”라며 “남겨진 재미를 보면서 전원이 꺼져버린 해조의 슬픔이 잘 묻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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