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몸 상태는 75%? 75.6%? 정도 되는 것 같다."
'우승 청부사' 막심 지갈로프(35·러시아·등록명 막심)가 돌아왔다. V리그 복귀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대한항공의 2라운드 도약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한항공은 1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22, 20-25, 25-21, 25-16)로 이겼다.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선 막심이 양팀 통틀어 최다인 21점을 올렸다.
경기 전 만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막심의 어깨는 준비되어 있다"며 미소지었다. 대한항공은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막심을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던 막심은 대한항공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대한항공은 최대한 빠르게 국제이적동의서(ITC) 작업을 진행해 마감 20분 전에 막심의 V리그 등록 및 공시를 마쳤다. 덕분에 13일 KB손보전에 나설 수 있었다.
1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서브를 넣는 대한항공 막심. 사진 한국배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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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은 기대했던 기량을 보여줬다. 선발 출전한 세터 한선수는 작심한 듯 막심에게 많은 공을 올려줬고, 무려 10득점을 올렸다. 경기 중후반으로 가면서 성공률이 내려가긴 했지만, 첫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훌륭했다. KB손해보험이 1명을 늘린 4인 리시브 시스템을 활용할 정도로 서브도 강하고 예리했다. 블로킹도 3개나 잡아냈다.
경기 뒤 만난 막심은 "경기력이 좋은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실 시차 적응은 힘들다. 기술적으로는 준비되어 있는데 몸은 아니다. 하지만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한국 생활에 만족했던 가족들도 함께 한국으로 건너왔다.
막심은 이미 대한항공에서 뛴 적이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대한항공에 합류했다. 당시엔 링컨 윌리엄스가 부상을 당해 일시 대체 선수로 무라드 칸이 뛰고 있었다. 대한항공은 무라드로 계속 갈 것인지, 새로운 선수를 데려올 것인지 고민하다 막심을 택했다. 경험이 많고, 기술이 뛰어난 막심은 챔프전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이며 우승에 기여했다.
막심은 시즌 종료 후 트라이아웃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선택받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7개월 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요스바니가 경기에 뛸 수 없게 되면서 대한항공이 막심 영입을 추진했다. 막심은 "다시 돌아오게 돼 흥분됐다. 시즌 개막부터 대한항공에 합류하길 바랐지만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팀에 합류한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대한항공 감독, 코치, 조직 구성원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지난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막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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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은 한국행을 어느 정도 예감했다. 그는 "시즌 중에 어떤 팀이든 (나를) 부를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제안받을지 몰랐다. 그리고 그게 대한항공이어서 놀랐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대한항공이어서 좋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어 통역은 없지만 경험이 많은 그는 능숙한 영어로 자기 뜻을 표현했다.
막심은 UAE에서도 대한항공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부상자가 생기고 다른 선수가 들어와서 이기고, 싸우는 걸 봤다. 팀의 정신력이 좋다"며 "한국 선수들의 기량은 좋지만 외국인 선수에게 강한 멘털을 요구하는 걸 안다. 발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요스바니는 6~8주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요스바니가 완쾌된다면 막심은 다시 팀을 떠날 수도, 남을 수도 있다. 막심은 또다시 대한항공을 행복한 고민에 빠트릴 수 있을까.
의정부=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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