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55)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쿠웨이트를 3대1로 물리치고 쾌조의 4연승을 달렸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승점 13(4승1무)을 쌓아 이날 0대0으로 비긴 요르단, 이라크(이상 승점 8)와 승점 차를 5로 벌렸다. 골득실 차로 요르단(+4)이 2위, 이라크(+1)이 3위다. 3차 예선 일정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한국은 B조에서 독주 체제를 갖추며 조 1~2위에 주어지는 본선행에 바짝 다가섰다. 홍명보호가 이번 3차 예선에서 올린 승점 13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본선행이 걸린 역대 예선 첫 5경기에서 기록한 최다 승점. 대표팀은 19일 요르단 암만에서 팔레스타인과 3차 예선 6차전을 벌인다. 팔레스타인은 이날 오만에 0대1로 패하며 조 최하위(승점 2)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
유럽파가 주말 경기를 끝내고 합류하면서 실제 ‘완전체’로 전술 훈련을 소화한 것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홍명보호는 이날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유기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교란했다. 전반 10분 황인범(28·페예노르트)이 한 박자 빠르게 올린 크로스를 193cm 장신 스트라이커 오세훈이 머리로 받아 넣어 선제골을 뽑아냈다. 지난달 이라크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뽑아낸 오세훈의 2경기 연속 득점. 상대 포백 수비진 중 오른쪽 두 명이 키가 작아 미리 준비한 작전이었다.
전반 17분엔 부상에서 회복해 두 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캡틴 손흥민이 빛났다. 그는 이재성(32·마인츠)이 찔러준 패스를 받아 골문 앞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지며 귀중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2분 뒤 직접 키커로 나서 골문 왼쪽 하단 구석에 정확히 공을 꽂으며 A매치 130번째 경기에서 50호골을 기록했다. 황선홍 대전 감독과 공동 2위. 1위는 58골의 차범근 전 감독이다.
이후 몇 차례 추가골 찬스를 놓친 한국은 후반 15분 일격을 당했다. 요세프 알샤마리가 왼쪽에서 올린 대각선 크로스를 모하마드 압둘라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네트를 흔들었다. 2-1로 쫓기던 후반 29분, 신예 배준호의 발끝이 번뜩였다. 황인범이 절묘한 스루패스를 내줬고, 손흥민 대신 교체로 들어온 배준호가 이를 받아 간결한 볼 컨트롤로 상대 수비를 한 명 제친 뒤 오른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꽂았다. 배준호는 최근 A매치 5경기에서 2골 2도움을 올리며 홍명보호의 확실한 공격 옵션임을 증명했다. 이날 2도움을 올리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된 황인범은 “지난 세 달 동안 최대한 같은 스타일로 경기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짧은 훈련 시간에도 모두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며 “우리가 공을 많이 소유하며 상대를 힘들게 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는 건 소통을 많이 하면서 준비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임 절차 논란으로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홍명보 감독은 지난 7월 부임 이후 빠른 시간 안에 팀을 안정화시켰다. 홍 감독은 이날 쿠웨이트전에서 돌아온 손흥민을 후반 19분에 빼주면서 출전 시간을 관리하고, 이태석(22·포항)과 이현주(21·하노버)에겐 A매치 데뷔 기회를 주는 등 깔끔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홍명보호는 3차 예선 1~5차전에서 7명이 11골을 넣는 등 득점 루트도 다양하다. 홍 감독은 4연승을 지휘한 원동력에 대해 “대표팀 감독직을 맡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 오직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단순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항상 머리에 가지고 있고, 다른 생각하지 않고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UAE(아랍에미리트)는 키르기스스탄을 3대0으로 물리치며 4경기 만에 승리, 승점 7로 A조 3위에 자리했다. 같은 조 북한은 이란에 2대3으로 패하며 최하위(승점 2). C조에선 중국이 바레인을 1대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리면서 승점 6을 기록했다. 0대0으로 비긴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 밀린 4위다.
[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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