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이강인 스승'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멕시코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아기레 감독은 지난 16일 온두라스 원정에서 상대 팬들이 던진 맥주캔에 머리를 맞았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아기레 감독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출혈이 상당했다. 얼굴 상당부분을 피로 적실 정도였다.

오히려 상대가 놀랐다. 온두라스 코치가 아기레 감독의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피를 씻어내려고 물을 뿌렸다. 그런데도 아기레 감독은 상대인 레이날도 루에다 감독과 악수까지 한 뒤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기레 감독은 덤덤했다. 화를 내거나 당황한 표정 없이 라커룸으로 들어간 아기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아무일도 아니다. 축구에서 당연히 벌어질 일"이라며 "경기 결과 역시 공정했다. 다른 부분은 말할 가치가 없다. 불평할 것도 없다"라고 했다.

사실 불만을 크게 표해도 될법 했다. 멕시코는 아기레 감독의 유혈사태에 결과까지 놓쳤다. 2024-25시즌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네이션스리그 8강 1차전을 위해 온두라스 원정에 임한 멕시코는 0-2로 패했다. 시종일관 주도하는 흐름에서도 결정력이 부족해 온두라스에 무너졌다.

경기 후 상대 감독과 인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상대 팬들이 투척한 맥주캔에 맞았다. 관중과 설전을 벌이거나 큰 충돌로 번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기레 감독은 원정팀 입장에서는 이런 대접(?)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사실 경기 전에도 아기레 감독은 "축구에서는 적대감이 당연한 부분이다. 라이벌 팬들이라면 야유하는 게 정상적"이라며 "홈앤드어웨이로 경기한다. 온두라스 팬들은 규정 안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응원을 하면 된다. 요즘에는 비디오 판독(VAR)도 있어서 적대적인 분위기를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유혈사태를 묵과할 수는 없다. CONCACAF는 성명을 통해 "멕시코와 온두라스의 경기 종료 후 벌어진 폭력 사건을 규탄한다. 선수와 팬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것이 축구연맹이 할 일이다. 이번 사고를 조사하고 검토해 징계위원회에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축구협회도 화가 났다. 이들도 "온두라스 원정에서 발생한 사건을 CONCACAF가 규정에 따라 조취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압박했다.

아기레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16강까지 이끌었던 지도자다. 지난 7월 세 번째로 멕시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2026년 자국에서 열릴 북중미(멕시코-캐나다-미국 공동개최) 월드컵까지 지도할 계획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이강인의 스승으로 유명하다. 2022년 3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 감독으로 부임해 이강인을 지도했다. 특히 2022-23시즌 이강인을 에이스로 활용하면서 마요르카를 중위권으로 끌어올려 각광을 받았다.

아기레 감독은 당시만 해도 유망주 꼬리표가 붙었던 이강인을 한층 더 성숙하게 발전시켰다. 수비 가담 능력과 오프 더 볼 능력을 개선한 이강인은 아기레 감독 전술 주축으로 활약하며 마요르카를 대표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이강인은 2022-23시즌 마요르카에서 36경기에 출전해 6골 7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새로 썼다. 강등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마요르카 역시 승점 50점으로 9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이강인은 지난해 여름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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