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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Mr.플랑크톤’ 우도환 “오늘만 사는 것도 행복한 인생…해조 만나고 알게 됐죠”[스타★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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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Mr.플랑크톤'에 출연한 배우 우도환.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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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존귀한 플랑크톤처럼 세상 모든 존재에겐 가치가 있다. ‘Mr.플랑크톤은’ 당연해서 잊고 살았던 가치에 관해 유쾌하고 따듯하게 풀어냈다. 출생의 비밀부터 시한부 판정까지 쉽지 않은 해조의 인생을 그려낸 배우 우도환에게도 큰 깨달음을 준 작품이었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Mr.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우도환은 작품을 세 번이나 시청했다고 말했다. 음악 없이 처음 봤을 때는 ‘슬픔’이 감정이 컸다면, 배경 음악이 들어가고 나서는 슬픔의 감정이 더 커졌다. 공개 후 다시 본 ‘Mr.플랑크톤’은 해조와 재미를 넘어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눈이 갔다. 우도환은 “단지 불행한 둘의 이야기가 아닌 아픔 있는 모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존재의 가치라는 거창한 의미를 생각해볼 만한 작품이라 생각했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살아가며 들었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돌아보며 주변 사람들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 ‘Mr. 플랑크톤’이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를 떠올리며 작품을 감상했다.

우도환이 연기한 해조는 엉뚱한 ‘씨’로 잘못 태어나 가족 없이 방랑의 삶을 선택한 인물이다. 시한부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친부를 찾는데 할애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 전 여자친구이자 결혼 직전의 재미를 동행시킨다.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찾아가 강제로 둘러업고 나온다. 둘의 동행이 시작되는 설정은 어찌 보면 엽기적이다. 하지만 가족의 결핍 속에서 자라온 해조와 재미에겐 둘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 결혼 직전 재미를 데리고 나온 해조는 그 누구보다 재미의 상황과 갈등을 잘 알고 있었다. 재미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을 본 시청자라면 돌고 돌아 결국 서로에게 닿을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운명적 관계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 같은 설정에 관해 우도환은 “재미가 가장 힘들어하고 있을 거란 걸 아니까. 재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원했던 게 가족이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했다”며 “정말 아기가 필요한 집안이랑 결혼하는데 도망가려는 마음이 있다는 걸 봤다고 해석했다”고 답했다. 누구보다 재미를 이해하는 해조이기에 이 결혼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고, 나쁜 역할은 자신이 맡았다는 것. 하지만 이내 “무조건 재미 때문은 아닌 것 같다. 해조가 이기적일 수도 있고, 충동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몇 개월 안에 죽는데 내가 사랑했던 여자는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재미에게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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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플랑크톤'에 출연한 배우 우도환과 이유미(오른쪽).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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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플랑크톤’은 아버지를 찾아 떠난 해조, 그와 동행한 재미, 둘을 쫓는 어흥(오정세)의 여정을 따라간다. 로드무비 형식의 영상 속에는 전국 팔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담겨 있다. 해조와 재미의 자연스러운 ‘찐 연인’ 케미도 관전 포인트였다. 정해두지 않고 둘만의 순간들을 만들어갔다. 해조를 벗어나기 위해 논두렁을 헤매는 한여름 일명 ‘논밭신’을 시작으로 엔딩을 장식한 한겨울 ‘눈밭신’에서 정점을 찍었다. 우도환은 “되게 슬픈 신인데 최대한 행복하게, 진짜 연인들처럼 연기했다. 눈 뿌리는 게 어떤 액션신보다 힘들었다. 예쁜 공간에서 잘 놀 수 있었던 건 유미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존재의 가치는 있다. 자신을 결핍 투성이라 믿는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시청자는 위안을 얻고 진정한 의미를 찾았다. 다만 시한부 인생을 연기한 우도환에게는 고뇌의 순간들이었다. “가장 많은 감정을 소모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품 선택의 이유는 ‘어려워서’가 맞는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해조의 자유로움을 표현해보고 싶었죠. 어떻게 하면 해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시한부 자체를 쉽게 풀어내지 않아 더 좋았고요. 시한부가 되면 ‘나 힘들어요’하며 살 것 같은데 해조는 티를 안내고 혼자만 알고 있거든요. 그게 매력으로 다가왔죠.”

아픔을 표현하는 방법부터 고민했다. 어디서 본 듯한 아픔을 표현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정확한 병명이 없는 해조의 상황이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도환은 “애매모호하게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도 몸에 이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걸 연기하는 건 어려웠다”며 “그럴 땐 뇌를 멈춰서 인지 못하는 상태를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극 중 상황에 대한 해석도 전했다. 친부 후보가 남았지만, 해조는 결국 키워준 아버지의 품에 가서 안겼다. “많이 생각을 해봤다”고 운을 뗀 우도환은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자체가 세상에 대한 반항이라고 생각했다. 생물학적 아버지를 만나면 키워진 아빠한테 느낀 사랑을 다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아빠라는 사람을 그리워했다기보단 키워준 아빠를 그리워했더라”고 돌아봤다.

해조의 엔딩에 관해서는 “열린 결말 아닌 열린 결말로 끝내고 싶었다. 해조의 병이 낫는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했다. 암전 후 다시 여행을 떠나는 건지, 예전 여행길을 보여주는 건지도 모호했다. 그는 “여운을 남기고 싶었다. 그냥 끝내면 너무 아쉬울 것 같더라”면서 “그 모습이 하늘나라 일 수도 있다.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셔도 될 것 같다. 해조의 마지막 시야가 재미 얼굴인 것도, ‘사랑해’라는 대사도 다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던 해조는 한순간에 버림받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면서 해조의 결핍이 시작됐을 거라 생각했다. 우도환에게도 결핍을 느낀 순간들이 있을까. 그는 “안정감을 찾고 싶어 하는 게 나의 결핍”이라고 답했다. 내면의 안정감을 찾길 바라지만 직업에 특성상 안정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하루 안정보다는 스펙타클하게 살다 보니 그게 결핍인 것 같다”면서도 “어느 순간 인정하게 됐다. 이 일을 하는 한 예전처럼 안정적일 수는 없다. 그런 순간이 오면 인정하고 넘기려 한다. 결핍은 인정하면 해결된다. 만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어떤 결핍을 가지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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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플랑크톤'에 출연한 배우 우도환.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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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환은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의 건우와 ‘Mr.플랑크톤’의 해조를 두고 극과 극의 인물이라 설명했다. 그래서 더 연기하고 싶었던 해조이기도 하다. 순진무구하고 이기적인 해조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건우. 둘을 연기해본 우도환은 “안정감을 추구하지만, 대본을 볼 때 끌리는 작품을 찾는다. 극과 극을 해보니 이제 어떤 걸 하고 싶을까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끝 지점에 있는 두 작품을 하고 나니 다음 작품은 무엇을 할지 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열심히 살지 않는 법을 모른다”고 했다. 완벽한 몸매 관리의 비법이기도 하다. 체력을 끝까지 쓰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만족 없이는 편안하게 잠조차 이룰 수 없었다. 시한부의 해조를 연기하기 위해 ‘운동 중단’을 선언했던 우도환은 ‘사냥개들2’의 건우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 다만 시즌1을 촬영할 때와 시즌2를 준비하는 그의 마음엔 변화가 생겼다. 해조를 만나고 나서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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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플랑크톤'에 출연한 배우 우도환.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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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는) 제가 추구하는 삶이랑 많이 달랐어요. 저는 오늘만 사는 사람이 아닌데, 해조는 계획 없이 살아가잖아요. ‘네가 싫어하는 건 네가 안 해본 것일 뿐이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났어요. 어릴 때는 고집이 너무 세서 ‘싫으니 안 한다’며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좁았는데, 어느 순간 그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내가 정답이라고 믿고 살던 순간들이 해조를 연기하면서 다시 생각났어요. 모든 선택엔 이유가 있다는 것, 오늘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 그 또한 행복한 인생이라는 걸 말이에요. 건우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거든요. 그렇지 않았던 해조에겐 내일마저 없어진 거예요. 재밌게 인생을 사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내가 사는 방법이 다가 아니라고, 내가 깨야 할 것들은 깨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죠.”

우도환은 ‘Mr. 플랑크톤’에 대해 “내가 했던 이야기 중 가장 따듯했다”고 말했다. 로맨스뿐 아니라 세상에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었다. 만일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이 우도환의 존재 가치라면, 이번 작품을 통한 시청자의 반응이 자신에게 존재 가치를 만들어준 것이라며 의미를 찾았다.

“(이)유미랑도 이야기했어요. 봐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보신다면, 왜 이렇게 봐달라고 하는지 아실 거라 생각해요.(웃음) 심심할 때 틀어 놓으시면, 어느 순간 화면 앞에 앉아 계실 거예요. 긴 시간이지만, 10시간 후엔 여러분의 더 많은 시간이 행복해질 거라 믿어요.”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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