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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연우진의 손 닿을 것 같은 여행, '정숙한 세일즈'[TF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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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 김소연, 구체화 됐다"
편견으로부터 나아가…"올해 '알록달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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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우진은 최근 <더팩트>와 만나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점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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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손이 닿을 것 같은 그 시절로의 여행' '어린 시절로의 여행' 연우진은 '정숙한 세일즈'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자신과 조금 맞닿아 있는 1992년, 시골에서 결핍을 가진 캐릭터를 표현하며 향수에 젖었다.

지난 17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극본 최보림, 연출 조웅)는 성(性)이 금기시되던 시절인 1992년 한 시골마을에서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씨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연우진은 미국에서 살다 온 경찰 김도현을 연기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비리그 명문대 출신인 도현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초고속 승진하지만 금제 경찰서로 발령 나고 그곳에서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방판 씨스터즈'를 만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를 만난 연우진은 "마지막 회 직전인 토요일 '정숙한 세일즈' 배우들을 만났다. 한 캐릭터만 사랑받은 게 아닌 모든 캐릭터가 각자 안에서 빛을 발하고 최선을 다한 것을 응원하는 자리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연우진은 작품을 '섬광'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12부작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유독 짧게 느껴졌단다. 아울러 정신적·체력적으로 힘들었을 때 '정숙한 세일즈'를 만났다고 덧붙였다.

"순간을 담으려 노력했는데 찰나처럼 지나갔어요. 아무래도 캐릭터가 결핍이 있다 보니까 처음 김도현을 봤을 때 어렵고 딥했어요. '감정을 후벼파는 순간이 많겠구나' 싶었죠. 정신적으로도 쏟는 에너지가 남달랐어요. '이 순간들을 많이 즐겨야겠다' 싶었고 다행히 잘 지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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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진이 연기한 김도현은 금제 경찰서에 발령난 형사로 어릴 적 보육원에 맡겨진 결핍이 있는 인물이다. /하이지음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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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말미 김도현이 오금희(김성령 분)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도 베일을 벗는다. 그러나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보이는 외모로 두 사람이 '남매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연우진은 "드라마 디테일을 따지면 20대에 아기를 낳고 시간적으로 (제가 아들이) 맞다.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지만 선배가 너무 어려 보이셔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우진은 1990년대 '서울에서 온' 형사 김도현을 구현하기 위해 서울 사투리를 찾아봤다고 전했다.

"원래 듀스 김성재 스타일을 하려 했어요. 그러다 클래식한 느낌, 각 잡힌 브라운 옷으로 아이디어가 나왔고요. 결핍이 있지만 숨기려는 게 캐릭터의 매력이에요. 금제로 갈 땐 비주얼부터 이질감이 있기 때문에 어색함이 주는 아이러니가 작품의 묘미고요. 서울말도 과하지 않게 설정했어요. 어미 표현에 있어 수정했고 적절하게 수위를 탔어요. 'SNL'에서 서울 말투 콩트도 찾아보고 또 거기서 저만의 스타일로 바꿨어요. 예전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기도 했고요."

김도현은 '굉장한 비주얼'로 금제를 휩쓸고 다닌다. 첫 등장 역시 슬로 모션이 걸리며 모두 김도현을 쳐다보는 장면으로 꾸며진다. 연우진은 "이번 작품에선 기존에 해왔던 모습보다 제일 잘생긴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하면서도 잘생김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이어트와 러닝을 병행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주는 힘이 있지만 금제에서 쉽게 보지 못할 비주얼과 캐릭터잖아요. 뽀얀 현대적 아름다움보단 고질적이면서 까맣고 클래식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논산에서 선크림도 안 바르고 러닝을 했어요. '도현아 너무 멋있게 나와' 다들 그러시더라고요. 사실 '도현의 서사와 캐릭터성이 작품과 맞나?'싶었어요. 밝은 드라마에 자칫하면 처지지 않을까 걱정이요. 그런데 감독님이 연출적으로 잘 풀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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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지는 함께 호흡한 김소연을 '자신의 롤모델'이라 밝혔다. /하이지음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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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과 로맨스를 펼친 연우진은 "숭고하신 분과 어떻게…"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정숙한 세일즈'를 통해 롤 모델이 김소연으로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소연 선배가 창문을 내리고 허공을 바라보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건강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버텨온 연기자다' 존경심이 생기더라고요. 롤 모델이 김소연으로 구체화됐어요. '변함없이 꿋꿋하게 잘 지켜내고 싶다'는 영감을 받았죠. 작품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서태지 음악을 들었을 때 받은 예술적 영감을 김소연 선배를 통해 받았다는 의미예요."

작품을 이끄는 건 '방판 씨스터즈'다. 김도현 나름대로 비밀을 갖고 있지만 주요 소재는 '성인용품 판매'다. 그럼에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연우진은 '그 시대'를 언급했다.

"그 시대가 담고 있는, 그 나이대에 느낄 수 있는 것들, 저와 닿아있는 1990년대 편견과 상처가 저한테 다가왔고 그 속에 멜로가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섹스'라는 단어는 지금도 입 밖으로 꺼내기 불편하잖아요. 성인용품 가게가 생겼어도 갔다 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아니고요. 편견으로부터 조금 나아갈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어요.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성인용품'은 이 메시지의 매개체일 뿐이에요."

아울러 '공기에 냄새가 있다는 말'을 믿는다는 그는 1992년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자신의 상황을 회상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하는 학생, 사춘기가 심하게 왔던 학생 등 자신의 과거 모습을 '정숙한 세일즈'로 또다시 느꼈다.

"실제로 공기가 생각나고 냄새로 느낄 수 있었어요. 세상을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고요. 밝고 건강했던 추억이고 지금도 무언갈 도전할 때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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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지는 "올해는 알록달록하다"며 "'정숙한 세일즈'는 어린 시절로의 여행"이라고 말했다. /점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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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를 하며 '러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연우진은 직접 러닝을 기록한 앱을 기자에게 보여줬고 러닝이 연기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기안84를 보고 러닝을 시작했다는 그는 '기안84와 '태계일주' 혹은 러닝 관련 예능에 나가는 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러면 너무 감사하죠"라고 답했다.

"한 달에 10~13번 정도 10㎞를 뛰어요. '나 혼자 산다' 기안84를 봤는데 도취되고 자신에 빠진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내년에는 서울 마라톤 대회 하프코스에 도전할 예정이에요. 러닝 전과 후 삶이 달라졌고 연기할 때 도움이 돼요. 오로지 저한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연예인 러닝 크루는 없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웃음)"

1년에 꼭 두 작품씩 해온 연우진은 "결핍이 강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위가 강하고 센, 농도 짙은 커피로 따지면 에스프레소 같은 캐릭터. 개인적으로 박해영 작가 작품을 좋아하는데…'나의 해방일지' 손석구 선배 느낌?"이라고 센스 있게 말했다.

2024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연우진은 올해를 '알록달록'으로 표현했다. 데뷔 후 가장 바쁜 한 해였다는 그는 인터뷰 전 카페에서 삼청로 경치를 보고 이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숙한 세일즈'를 한 단어로 표현했다.

"전시회 영화 드라마 여러 장르, 단풍으로 가득 채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숙한 세일즈'로 마지막을 잘 맺었어요. 이 작품은 '어린 시절로의 여행'이에요. 손이 닿을 것 같은 그 시절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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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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