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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보다 우리가 바꿔야한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배구를 위한 행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박철우와 김광국, 두 선수가 왜 한국 배구를 이끈 선수들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은퇴 소감과 함께 한국 배구가 국제대회에서 저조하며 위기인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나서야한다"며 선수 시절 보여준 멋진 리더십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박철우(현 KBS 해설위원)와 김광국(배구 센터 PVC 코치)은 2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삼성화재와 홈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특히 이날 은퇴식에서는 대한항공 한선수가 깜짝 등장해 두 선수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작별 인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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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는 '왼손 주포'로서 한국 배구 역사에 남을 레전드 공격수로 불리고 있다. 그는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한국전력을 거치면서 19시즌 동안 무려 7번의 우승과 2008~09시즌엔 정규리그 MVP에 오르기도 했다.
박철우는 564경기에서 6623득점, 공격 성공률 52.13%를 기록했다. 통산 득점은 단독 1위, 후위공격 2013개로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공격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의 뒤를 이었다.
김광국은 우리카드와 삼성화재, 한국전력 등을 거쳐 14시즌 동안 총 8,342개의 세트를 성공시킨 최고의 세터였다.
박철우는 김광국과 공동 은퇴식에 대해 "광국이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고, 반대로 김광국은 "철우 형은 내 은인"이라고 서로를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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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철우, 김광국과 함께 진행한 공동 일문일답.
-은퇴 소감.
박철우: 한국전력 관계자들, 감독님들, 그리고 KBS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김효철 감독님, 신진식 감독님, 권영민 감독님 등 함께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김광국: 이제야 은퇴가 실감난다. 감사해야 할 분들이 너무 많다. 좋은 지도자들을 만난 덕분에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은퇴식을 준비해준 구단 관계자들, 김철수 단장님, 권영민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김광국: 한국전력에서의 플레이오프 경기, 특히 21-22 시즌 준플레이오프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카드와의 경기였는데, 기분이 묘하면서도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 느낌을 받았다. 선수 생활을 하며 이렇게 강렬한 팀워크를 느껴본 적이 드물었기에 그 순간이 정말 소중했다.
박철우: 나 역시 기억에 남는 경기가 많지만, 광국이가 말한 그 감정은 잊을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연결하는 느낌,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어서 선수 생활을 이어온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한전에 합류해 함께 은퇴식을 치른 소감이 어떠한가.
박철우: 마지막 시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시즌은 내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고, 끝이 보이니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광국이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광국이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무너졌을 것이다.
김광국: 나도 생각보다 오래 선수 생활을 했다. 한전에 와서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됐다. 철우 형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철우 형을 보면서 팀 주장이란 이런 사람이구나 싶었고,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철우 형은 나에게 은인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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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은사가 있다면.
박철우: 초등학교 때 장은찬 감독님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배구를 그만두려고 했고, 야구부에 들어가려고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감독님이 계속 권유해주셨다. 그 권유가 없었다면 선수 생활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정말 감사하다.
김광국: 고등학교 때 지도자였던 큰아버지 김형필 감독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가 배구 선수였기에 배구를 하지 않기를 바라셨지만, 큰아버지가 설득해 주셔서 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점이 가장 감사하다.
-앞으로 어떤 아버지, 어떤 남편이 되고 싶은지.
박철우: 농담으로 말하자면, 나는 항상 잘해왔다(웃음). 하지만 운동 선수로서 체육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아내와 서로 의지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김광국: 운동에 집중하느라 가정적이지 못했던 부분이 많다. 육아나 집안일에 소홀했기에 그런 점들을 채워가며 다정한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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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김광국: 즐겁게 배구를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팬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선수로 남고 싶다.
박철우: 훌륭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코트 위에서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고자 했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로 남길 바란다.
김광국: 철우 형이 최고가 아니면 대체 누가 최고인가(웃음).
-김광국, 아들이 배구를 시작했는데.
김광국: 우리가 운동하던 시절에는 환경이 열악하고 체벌도 있었기에 운동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체계적인 시스템이 잡혔고,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됐다. 아들이 배구를 한다고 했을 때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싶었다.
-박철우, 왜 중계석에서 은퇴식을 맞이했나.
박철우: 은퇴식이라고 해서 단순히 물러나기만 하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운동 선수로서의 시간은 끝났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말하고 싶었다. KBS에서 중계 일정을 빼준다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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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구가 국제대회에서 저조하며 '위기'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철우: 후배들보다 우리가 먼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후배를 양성하고, 나이가 들면 행정 시스템에도 참여할 텐데, 배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후배들을 위해,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한국 배구를 위해 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김광국: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배구가 지금 암흑기, 위기라고는 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선수들 사이에서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이들을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곧 배구에 좋은 날이 올 것 같다.
사진=MHN스포츠 수원, 박연준 기자, 연합뉴스,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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