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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이란에서 온 그대, 우리카드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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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서브를 넣는 우리카드 알리.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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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 넘치는 이란 청년이 한국 코트를 날아다닌다. 우리카드 알리 하그파라스트(21·등록명 알리)가 '코리안 드림'을 일궈가고 있다.

우리카드는 주포이자 주장인 외국인 선수 미힐 아히의 부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아히 부상 이후 2연패를 당했던 우리카드는 최근 2연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2강 체제가 굳혀진 상황에서 3위로 치고나갔다.

아히가 빠져나가면서 생긴 공격력 부재를 채운 건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알리다. 알리는 27일 KB손해보험전에서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1점을 올렸다. 그는 경기 뒤 "1세트에서 주전급 선수들이 빠져 있었는데, 감독님의 선택이 맞아떨어졌다. 벤치에서 경기를 보면서 상대 팀에 적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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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날개공격수 알리 하그라파스트.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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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올 시즌 득점 순위 11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쿼터 선수 중에선 알리 파즐리(삼성화재·이란·4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서브득점과 백어택은 전체 4위. 아시아쿼터 전체 1순위로 뽑힌 선수다운 활약이다. 실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에게만 나오는 '여권을 뺏자'는 응원은 물론 한국 성씨를 붙인 '이알리'라는 애칭도 생겼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도 알리의 활약을 만족스러워했다. 파에스 감독은 "아직 어린 선수다. 해외 리그도 처음이다. 높은 수준의 팀에서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고, 한국은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데도 잘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지는 걸 정말 싫어한다. 투지 넘친다"고 했다.

이란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 남자 배구 최강을 다투는 나라다. 이란 대표팀을 지휘한 파에스 감독도 알리에 대해 잘 알아 영입했다. 다만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를 통틀어 가장 어린 선수다. 이란 국내 리그에서만 뛰다 한국에서 처음 해외리그 생활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적응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알리는 "팀원들이 도와줘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구단에서도 페르시아어 통역을 붙여 알리를 돕고 있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 알리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한국과 이란의 음식은 완전히 달라서 음식 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할랄 푸드(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된 육류 등 허용된 음식)까지는 아니지만 이란 음식과 비슷하게 구단에서 준비를 해준다"며 "솔직히 한국음식이 입에 잘 맞진 않지만, 야채나 고기류는 문제 없다. 구단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 줘서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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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우리카드 알리(왼쪽)와 한태준. 두 사람은 21살 동갑내기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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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그의 곁에는 세터 한태준이 있다. 동갑내기인 한태준과 알리는 코트 안은 물론 밖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한태준은 "알리가 영어를 잘 하진 않지만, 웬만한 의사소통은 된다. 한국말도 잘 한다"고 웃었다.

한태준의 말을 통역에게 전해들은 알리는 "감사합니다"라고 능숙하게 맞받아쳤다. 알리는 "태준이가 있어 감사하다. 경기 중이 아닐 땐 농담도 한다. 웃을 일이 많아지고, 경기 중에도 똑같이 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운이 좋은 것 같다. 경기를 하는 걸 보면 30년 된 세터처럼 노련하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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