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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딸이 나의 길을 열어줬다”…자유롭던 류승범, 아빠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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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범.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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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딸은 류승범(44)도 변하게 한다.

대체불가 날 것의 연기를 하는 배우, 트렌드를 10년은 훌쩍 앞서가는 워너비스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대중이 알던 류승범이다.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류승범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의 곁에는 아내 베로와 어린 딸이 함께였다.

류승범은 지난 2020년 6월 10세 연하의 슬로바키아 출신 화가 베로와의 결혼 소식을 알린 바 있다. 곧 이어 득녀하며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이어 지난해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무빙'을 통해 무려 20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했다. 29일 공개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에서는 데뷔 후 처음으로 아빠 캐릭터를 맡았다.

'가족계획'이 공개되는 날, 인터뷰를 통해 만난 류승범은 다정하고 유쾌하고 살가웠다.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뾰족함이나 독특함보다는, 아내와 딸 이야기에 싱글벙글 웃음을 참지 못하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사랑이란, 결혼이란, 아빠가 되는 일이란 무엇인지 자꾸만 탐구하게 하는 변화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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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은 '아빠가 된 후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뿌리를 찾아간다”고 답했다. 자유롭게 해외를 누비던 과거와는 달리, 아빠의 뿌리인 한국과 엄마의 뿌리인 슬로바키아를 오가면서 딸을 육아하고 있다고 했다. 류승범은 “아이가 있기 전에는 아내와 제가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여행을 좋아하고 탐험심이 있어서, 아이가 태어나니 조금 다운된다고 해야 할까. 뿌리를 찾아간다. 그 전에는 위로 갔다면, 이제는 아래로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해서 파트너가 있을 땐, 아이가 있기 전엔 가족이라는 의미보다는 사랑에 가까웠다. 아이를 갖고 난 후부터는 팀, 가족이다”라고 했다.

'가족계획'은 이전의 류승범이었다면 제안도 받지 않았을지 모르는 캐릭터다. 영화 '품행제로'(2002)나 '부당거래'(2010) 등 여전히 회자되는 그의 전작들 속 모습을 생각한다면 연결되기 어려운 아빠 캐릭터이기 때문. 류승범이 '가족계획'의 아빠가 될 수 있었던 건, 진짜 아빠가 된 후 스스로 확장된 덕분이다.

류승범은 “아무래도 아빠가 된 후로, 가족이 생긴 후로, 어떤 방향이 바뀌었다기보다는 방향이 확장됐다. 이전에는 아빠 역할 제안도 없었다. 지금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제안받는다. 모성,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무빙' 때부터 느꼈다. '이제 좀 생각이 확장됐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 됐다는 걸 느꼈다. 저에게는 배우로서, 인간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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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범. 사진=쿠팡플레이




'가족계획' 홍보를 위해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류승범은 현재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도 괜찮은 마지노선은 2주라는 류승범.

“힘들 때 눈을 감고 아이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베로를 생각하다”는 그는 “가족을 못 본 지 2주가 지나면 힘들어진다. 24시간 붙어있으니까, 2주의 자유 시간은 좋기도 하다. 일에 몰두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쓸 수 있고 갈등을 해소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는 2주는 귀하다. 근데 2주가 지나면 힘들다”며 웃었다.

폭력적인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는 곧바로 귀가도 하지 않는 세심한 아빠다. 자신에게 어두운 기운이 남아있어, 아이에게 그 기운이 전달될까 걱정된다는 게 팔불출 아빠의 생각이다.

류승범은 “평소에는 육아를 함께 한다. 작업할 때는 아내가 감사하게 서포트를 많이 해준다. 나와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에는 아내에 대한 100%가 넘는 신뢰가 있다. 좋은 아내이자 엄마다.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믿음이 있다”면서 “근데 싸우고 이런 신을 찍고는 집에 바로 못 들어가겠더라. 가로수길을 한참 혼자 배회하다 들어갔다. 그 기운을 갖고 가고 싶지 않았다. 이전엔 그러지 않았다. 문을 열자마자 온기가 있는 느낌인데, 제가 차가운 기운을 갖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혼자 그 기운을 씻어내느라고 혼자 가로수길을 걸었다. 혼자서 조용히 두 바퀴 정도 그곳을 돌다가 집에 들어간 적이 있다”고 했다. 또한 “저는 최선을 다하는 아빠다. 좋은 아빠이자 좋은 남편이 되고 싶다. 부족한 사람인데,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이야기했다.

류승범은 꽤 오랫동안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떠나있었다. 해외를 자유롭게 다니며, 서핑을 즐기면서, 흘러가는 구름처럼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그가 다시 배우 류승범으로 돌아온 데에는 딸의 영향이 컸다. 지금의 류승범이 걷는 길을 열어준 이가 바로 딸이라고 이야기했다.

“딸의 저의 길을 열어준 사람이다.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라는 그는 “돌아온 것일 수도 있지만, 저에겐 새로운 길이다. 아이가 없을 땐 저 좋은 것만 하고 살았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세상에 어떤 재미있는 게 있을지에 대한 개인적 자극과 욕망을 채우고 살았다. 아이가 태어난 다음부터는 아니다. 자연스럽게 욕망이 사그라졌다. 콘셉트가 아니라, 이 설정이 자연스럽게 오게 됐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길은 우리 딸이 열어준 거다”라고 밝혔다.

류승범은 라이프 스타일까지 바꾼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수더분한 웃음을 지어 보인 그는 “당연히 변했다. 저는 한결같은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내를 만나서도 그렇고, 외국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세상에서 새 방식으로 살아가면서도 변화가 왔다. 서핑을 하면서 자연 선생님에게 배운 변화도 있다. 자연이란 걸 만나면서 베로라는 그런 사람이 그리웠고, 그런 사람과 결혼하게 됐다. 중간중간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나이도 있을 수 있고, 하나씩 조금씩 변했다. 저는 한결같은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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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범.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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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한 욕설이나 흡연 연기, 얼굴의 피 칠갑이 잘 어울리는 배우 류승범이지만, 앞으로는 전 연령대가 시청 가능한 작품에서 그의 얼굴을 만나볼 수도 있다.

류승범은 “개인적 바람이 있다. 아이가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무빙'도 아이가 보기엔 좀 무섭다. 아이가 볼 수 있는 작업을 꼭 하고 싶다. 그것도 시기가 있지 않나. 이런 마음, 시기가 있을 때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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