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유화가 ‘이친자’를 선택한 이유로 한석규를 꼽았다. 사진| 클로버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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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유화(39)가 ‘이친자’ 속 살인 사건들의 진범으로 활약하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작가 한아영, 연출 송연화, 이하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 분)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 장하빈(채원빈 분)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다.
종영 후 최유화가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를 찾아 스타투데이와 ‘이친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유화는 극 중 가출팸 숙소의 주인 김성희 역을 맡았다. 남편과 사별한 뒤 초등학생 아들 도윤이와 함께 사는 인물이다.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든 일련의 살인사건들, 송민아(한수아 분), 이수현(송지현 분), 최영민(김정진 분)을 벌인 진범이기도 하다.
어려운 캐릭터이지만, 최유화가 출연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배우들과 대본, 감독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유화는 “너무 좋아서 안할 이유가 없더라. 대본도 너무 재미있고, 캐스팅 라인업이 너무 좋고, 감독님 전작 ‘멧돼지 사냥’도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한석규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단다. 최유화는 “믿고 보는 배우, 이 업계의 산증인 같은 분 아니냐”며 “한석규란 이름 자체로 너무나도 큰 배우다. 함께 하고싶어도 만나기 어려운 분이니 함께 연기를 한다는 건 꿈도 꾸지 않았었다. 선배님과 사적인 대화를 하면서도 ‘대박, 살다보니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있구나!’ 싶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석규 선배님만 놓치지 않고 따라가면 되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최유화가 본 한석규는 ‘젊은 감각이 깨어있는 선배’ 였단다.
최유화는 “연기할 때 감각이 젊더라. 연령층을 떠나 모두에게 통하는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고여 있는 느낌이 전혀 없어서 어떻게 연기 연습을 하시는지, 어떻게 저렇게 감각적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현장은 늘 들쭉날쭉하다. 갑자기 하루 전에 대본이 나올 때도 있다. 대사를 외우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 인물이 화면 속에서 잘 살아있으려면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상황이 와도 선배님은 평온하더라. 시간이 촉박한데도 스태프들을 먼저 생각하시더라. 어떻게 하시는건가 궁금해 여쭤보니 ‘다 하는거야. 그게 주연의 무게야’라고 하시더라”며 감탄했다.
‘이친자’가 장태수, 장하빈 부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만큼 엔딩에서 김성희에 대한 단죄나 처벌이 그려지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내는 한편 ‘이친자’다운 결말이라는 평을 얻었다. 김성희를 연기한 최유화 입장에선 엔딩을 어떻게 봤을까.
최유화는 “(김성희의 엔딩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아무래도 영화가 아니다보니,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김성희의 악행이 10부에서 모두 밝혀지면서 너무 급작스러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10부 안에서 이야기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조화로 봐서는 지금 엔딩이 맞는 것 같다”고 수긍했다.
원래 대본에서는 김성희가 무기징역을 받는 내용이 나온단다. 최유화는 “편집된 것 같은데 대본에서는 다른 인물들이 하는 대사 속에서 김성희가 무기징역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왔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이 끝난 시점 이후에) 성희는 감옥에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감옥에서도 뻔뻔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용하면서, 자신에게 편할대로 살 것 같다”고 자신이 그려본 작품 이후 김성희의 상황을 들려주기도 했다.
김성희라는 사람은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세 명을 살해한 흉악한 연쇄살인마지만 살인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인물도 아니고 분노 등 어떤 감정에 이끌려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는 인물도 아니다. 살인이라는 행위가 김성희에게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최유화는 “감독님이 처음에 ‘김성희는 가스라이팅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더라. 제 나름대로 연쇄살인마를 연구하다보니 자신의 범행을 안 걸리기 위해서 앞에 올 수를 계속 생각하는 범인도 있더라. 상대방인척 자신의 폰에 문자를 보내서 알리바이를 만든 범인도 있더라. 성희를 그런 인물로 생각했다”고 자신이 분석한 김성희에 대해 들려줬다. 이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행동하는 인물인데 자신이 그린 그림이 틀어지게 만드는 사람은 제거하려고 한다. 도덕적인 선이 다른 사람이다. 지금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거다. 예를 들어 민아를 죽일 때는 쿠션으로 눌러 죽였는데 ‘죽인다’는 행동에 집중하니까 중간에 내 행동에 실수가 없었는지, 내 행동으로 민아가 잘 죽었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죽이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인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유화는 김성희라는 인물을 이해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밝혔다. 사진| 클로버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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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김성희라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와는 별개로 김성희로 분해 연기하는 배우로서, 최유화 만큼은 김성희 행동의 정당성을 가져가야했다. 최유화는 노력했으나, 결국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초반에 대본이 나왔을 때, 이미 두 명이 죽은 상태였어요. 감독님이 제게 ‘김성희가 범인’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저도 연쇄살인마이지만 정당성을 갖고 연기하고 싶어서 많이 연구를 했습니다. 범인을 취조한 형사 분들이 쓰신 글들이나, 범인들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쓴 반성문 등도 찾아보며 감정을 유추해보며 이해해보려 했는데, 결국엔 납득이 안되더라고요.”
최유화는 또 “남편과 사별했는데, 남편도 왠지 성희가 죽였을 것 같더라. 보험금 때문에. 그런데 또 그렇게 생각하면 ‘그 돈은 어디 있지?’, ‘영민에게 왜 맞춰주지?’, ‘성희는 어디까지 앞을 보고 생각하는거지?’하는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있더라”고 김성희를 연기하면서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살인자들은 머리 좋은 사람들도 있더라. 성희같이 주변에 스며들어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다는 생각도 들더라”며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도 있다고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수연이는 보험금을 생각해 천천히 죽이려 했지만, 영민과 성희의 조력관계를 알아차려버려서 거슬리기 때문에 죽인거다. 아들 도윤이랑 잘 살아야하는데 계획을 틀어지게 만드는 사람은 거슬리니 죽이자는 마음이다. 뉴스를 보면 살인의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 않나. 그런 사람인 것 같더라”고 나름의 해석을 들려줬다.
노력해도 이해하지 못한 캐릭터인 만큼, 최유화와 김성희의 싱크로율은 마이너스 100%란다. 최유화는 “대본에 김성희는 ‘화려하게 생겼는데 화장기 없고 가녀린 체구에 단아한 모습’이라고 되어있다. 그래서 저는 ‘이거 나네?’라고 생각했다. 눈, 코, 입이 커서 화려하게 생겼지만, 화장기 없이 다니면 그런 말을 듣지 않고, 손목 같은 부분을 보면 얇아서 여리여리하다. 겉모습은 노력 안해도 가져갈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그 외엔 비슷한 면을 제 안에서 찾아갈 수 없겠더라. 성희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게 특기인, 가스라이팅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상대 배우에게 마저도, 성희가 불쌍해보이도록 진심으로 연기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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