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28일 긴급 기자회견 열고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 발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않겠다는 뉴진스, 이유는
어도어 "2029년 7월까지 전속계약 유효" 반박... 법정 싸움 불가피 전망

그룹 뉴진스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공동취재)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룹 뉴진스가 전격 '탈 어도어'를 선언하고 나섰다.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의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뉴진스의 주장에 전면 반박했다. 과연 뉴진스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뉴진스는 지난달 28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자정부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라고 발표했다. 앞서 모회사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갈등 속 공개적으로 민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던 이들이 결국 최근 어도어를 떠난 민 전 대표의 뒤를 따라 소속사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 해지 이유로 어도어의 아티스트 보호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신뢰 관계 파탄을 주장했다. 지난달 13일 어도어를 상대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 등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던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가 자신들의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전속계약 해지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전속계약 해지 사태의 책임이 어도어와 하이브 측에 있는 만큼 6,0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거액의 위약금 배상 의무도 없다는 것이 뉴진스의 입장이다. 계약은 해지하지만 뉴진스의 상표권도 자신들이 갖겠다는 주장이다.

독특한 점은 뉴진스가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은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라며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전속계약의 효력이 없어짐으로 저희 활동엔 문제가 없다. 저희가 굳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소속사와 아티스트간의 전속계약 분쟁이 일어날 경우, 법적 절차를 통해 시비를 가리고 전속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지만 뉴진스는 이를 모두 건너뛴 채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상표권을 갖겠다는 일방적 주장으로 의아함을 자아냈다.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배경에는 어도어를 떠난 뒤 공백 없이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 법조계 및 업계의 시선이다.

법무법인지우의 이현곤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뉴진스가 계약은 해지하되 소송은 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이유가 '가처분 소송을 하면 결론이 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실제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경우, 뉴진스는 법적으로 결과가 나올 때 까지 독자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없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소송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어도어를 떠나 민 전 대표의 손을 잡고 새출발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뉴진스에게 소송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셈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뉴진스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전속계약 유효'를 주장하는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역시 뉴진스가 어도어와의 법적 다툼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뉴진스는 '소송 없는 계약 해지' 선언이라는 묘책을 통해 어도어를 떠나서도 당분간 독자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어도어가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소송 결론이 날 때까지 멤버들의 활동에 제약을 걸기 어려우며, 뉴진스가 계약 해지 이후에도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곧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 보는 업계의 시선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소속사를 상대로 '의무 불이행' '신뢰 관계 파탄' 등을 이유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주장한 뉴진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앞으로 업계에서 이를 악용해 소속사를 떠나 독자 활동을 꾀하는 사례가 줄줄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뉴진스의 경우 양측의 주장이 전면 배치되는데다 멤버들의 피해 주장이 구체적인 만큼 상황이 다르지만, 자칫 이들의 의도와 달리 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의 근간을 흔들 만한 사례가 남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진스 사태가 안타깝지만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 주장은 그리 바람직하다고 바라볼 수만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 번 선례가 생길 경우 정당하게 체결한 전속 계약을 무효화하고 입맛에 맞게 템퍼링 등을 꾀하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