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부부의 사연에 초점…자극적인 장면만 연출
'관계 회복' 키워드에 더 집중해야
JTBC 예능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는 이혼 숙려 과정을 가상 체험해 보며 이혼에 대해 고민하는 부부들의 일상을 그린다.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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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올해 JTBC 예능 콘텐츠의 키워드는 '가족형 예능'과 '모두의 예능'이었다. JTBC는 도파민도 좋지만 그 후에 오는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모든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모두의 예능'을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취지와는 달리 '이혼숙려캠프'는 자극적인 요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청자들의 피로감만 극대화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인지에 대한 의문점은 덤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는 이혼이라는 인생의 큰 결정을 앞둔 위기의 부부들이 이혼 숙려 과정을 가상 체험해 보며 실제 이혼에 대해 고민해 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10분 방송된다.
당초 '이혼숙려캠프'는 지난 4월 파일럿으로 먼저 방송돼 시청자들과 만났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부부들이 조정이혼 과정을 체험하는 모습을 담았고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선보였다. 이후 약 2개월간 재정비를 거친 후 정규 편성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파일럿 당시에도 이혼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부부 갈등을 자극적으로 풀어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김민종 CP는 "이 프로그램은 위기 부부들의 사연을 둘어주기 보다 해결책을 줘서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사연은 초반에만 잠깐 나오고 주요 내용은 '관계 회복'과 '해결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혼숙려캠프'는 에피소드 초반 위기의 부부들이 가진 사연을 아내의 시선에서, 남편의 시선에서 각각 소개를 해준다. 이어 MC들과 댜앙한 이야기를 나눈 뒤 각 기수 부부들이 합숙을 하며 다양한 설루션을 체험한다. 실제 이혼을 앞두고 조정 과정을 세세하게 체험한다는 콘셉트는 굉장히 신선하며 최근 방송 회차에서도 '유서 낭독 체험'이라는 독특한 설루션을 제공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혼숙려캠프'에 출연해 '투견 부부'로 이름을 알린 출연진 부부가 결국 파경을 맞았다. /방송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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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프로그램은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혼숙려캠프'에는 남편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에 지친 아내, 서로 폭언과 폭행을 서슴지 않는 부부, 우울증에 걸린 아내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남편 등 프로그램에서 다루기에는 다소 수위가 센 사연들이 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된 회차에서 나온 '채무 부부'의 경우 남편은 소파에서 움직이지 않고 육아와 살림도 뒤로한 채 하루 종일 TV만 보고, 아내의 소비 하나하나를 지적하는가 하면 자녀들 앞에서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단순히 성격·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부부 관계의 문제점을 다룬 것이 아닌 개인의 어떠한 문제점으로 인해 부부 사이에 위기가 찾아오는 사연만 나오고 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혼을 활용한 자극적인 소재 팔이에 그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물론 '관계 회복'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출연진의 싸움 과정과 욕설 등 다소 보기 불편한 장면들이 굉장히 자극적으로 연출됐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투견 부부'는 방송 이후 파경을 맞이하기도 했다. '투견 부부'의 남편은 방송 후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방송에 나간 후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아내 쪽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고 이게 스트레스로 왔다. '왜 나만 욕을 먹냐'고 하면서 다시 다툼이 시작됐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두 사람은 남남이 됐다.
'이혼숙려캠프'에 '본능 부부'로 출연한 출연진이 앞서 '고딩엄빠'와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비난을 받았다. /방송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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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특성상 파격적인 사연을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갈등 상황이 지나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로인해 이혼에 부정적인 인식을 씌우고 '이혼숙려'라는 프로그램 제목이 지닌 의미가 퇴색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출연진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드러내는 게 옳은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도 생기고 있다. 이들의 사연이 구체적으로 방송되면서 개인의 일상이 노출됨에 따라 방송 이후 사회적 낙인이 찍힐 위험도 커지고 있다. '투견부부' 또한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밝힌 만큼 출연진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노출하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한 의문점도 생긴다.
이혼을 결정하기로 한 이상 과정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하지만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걸맞게 출연진의 사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해결책'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야만 했다. 이러한 자극적인 부부 갈등 사연만 부각될수록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덜어낼 부분은 충분히 덜어내면서 부부 관계 '회복'에 중점을 뒀다면 비난을 피할 수 있었을 거다.
문제 해결보다는 단순한 흥미 유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이혼숙려캠프'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에 올해 초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예능을 만들겠다는 JTBC의 포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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