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출신 ‘배구 천재’ 반야 부키리치.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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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출신 ‘배구 천재’가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정관장의 아웃사이드 히터 반야 부키리치(25)가 주인공이다.

정관장은 지난 17일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부터 여자부 최다 연승 신기록(17연승) 달성에 도전 중이던 흥국생명의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개막 후 이어오던 흥국생명의 14연승 행진도 함께 끝냈다.

정관장 승리의 주역은 부키리치였다. 공격성공률 48.39%를 기록하며 양팀 통틀어 최다인 34득점을 올렸다. 블로킹도 3개나 잡아냈다. 흥국생명 주포 김연경(26득점)도 부키리치의 신들린 듯한 활약을 막지 못 했다.

부키리치는 한국 생활 2년차다. 지난 시즌엔 도로공사 소속으로 득점 3위, 공격 성공률 8위에 올랐다. 도로공사가 재계약을 포기하자 올 시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2순위 지명권을 얻은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그를 찍었다. 정관장은 부키리치의 원래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로 지난 시즌 득점 7위, 공격 성공률 4위를 기록한 아시아쿼터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를 보유하고 있지만, 고 감독은 과감히 부키리치를 지명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는 주로 오른쪽 공격을 전담한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왼쪽에서 공격하며 서브 리시브에 가담한다. 통상적으로 V리그에선 아포짓에 외국인 선수를 두고 아시아쿼터 선수에게 아웃사이드 히터 역할을 맡긴다. 하지만 고희진 감독은 메가를 아포짓으로 두고 부키리치에게 리시브를 맡기는 파격을 택했다.

선수 생활 대부분을 아포짓으로 뛴 부키리치를 생소한 아웃사이드 히터로 기용한 건 일종의 도박이었다. 체격(1m98㎝ 89㎏)을 감안할 때 단시간에 리시브 능력을 익히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부키리치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올 시즌 득점 3위, 공격 성공률 5위를 기록하면서 리시브 효율에서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부키리치는 “메가와 함께 양쪽 날개에서 공격을 이끄니 좋다. 득점에 대한 부담감도 덜 수 있다”고 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정규리그를 앞두고 열린 컵대회에서 부키리치와 상대한 뒤 “배구 천재가 등장했다”고 칭찬했다. 부키리치는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각도나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여전히 부족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보다 몸 놀림이 빨라졌다. 강타 일변도에서 벗어나 빈 곳에 연타를 때리는 여유도 생겼다”고 했다.

V리그에는 월드클래스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이 있다. 부키리치에게도 좋은 자극이자 롤 모델이다. 부키리치는 ‘배구 천재’라는 찬사에 쑥스러워하며 “김연경 선수가 ‘최고의 천재’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키리치의 고국인 세르비아는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한국을 꺾은 강팀이다. 세계 최고의 아포짓으로 꼽히는 티아나 보스코비치(27·엑자시바시)가 몸담고 있다. 부키리치는 보스코비치가 있어 주전으로 뛰지 못 했지만, 아웃사이드 히터를 겸하며 대표팀 내 입지도 넓어졌다.

19일 현재 여자부 3위(9승6패·승점 26)인 정관장은 3라운드에서 선두 흥국생명(14승 1패·승점 40), 2위 현대건설(11승 4패·승점 34)을 모두 꺾고 돌풍을 예고했다. 부키리치는 “3라운드 MVP를 기대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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