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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2)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베테랑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36, 이상 토트넘 홋스퍼)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토트넘은 20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8강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4-3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토트넘은 4강행 막차에 탑승하며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007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째 무관인 토트넘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인 셈. 현재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PL)에서 10위까지 처져 있는 만큼 카라바오컵이 트로피를 노려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무대다. 토트넘과 우승을 놓고 다툴 나머지 3팀은 '북런던 라이벌' 아스날과 리버풀, 뉴캐슬 유나이티드다.
만약 토트넘이 두 번 더 이기고 대회 정상에 오른다면 손흥민의 클럽 커리어 첫 우승이 된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보냈지만,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대표팀 커리어까지 통틀어도 연령별 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이 유일하다.
손흥민도 그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꾸준히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구단 레전드로 불리고 싶다고 밝혀 왔다. 최근 사우스햄튼전을 마친 뒤에도 "이 클럽에서 이룬 성과가 매우 자랑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언제나 발전하고 싶다. 그중 하나를 트로피로 바꿀 수 있다면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며 "모두가 트로피를 받을 자격이 있다. 클럽도, 팬들도 자격이 있다. 그래서 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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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도미닉 솔란케, 손흥민-제임스 매디슨-데얀 쿨루셉스키, 이브 비수마-파페 사르, 제드 스펜스-아치 그레이-라두 드라구신-페드로 포로, 프레이저 포스터가 선발로 나섰다.
맨유는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라스무스 호일룬, 브루노 페르난데스-안토니, 디오구 달로-마누엘 우가르테-크리스티안 에릭센-누사이르 마즈라위,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빅토르 린델뢰프-레니 요로, 알타이 바인드르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토트넘은 전반 15분 솔란케의 선제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포로가 중앙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이를 바인드르가 멀리 쳐내지 못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달려든 솔란케가 정확하게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이 3-0까지 달아났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쿨루셉스키가 추가골을 터트렸고, 후반 9분 솔란케가 멋진 솔로 플레이로 멀티골을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토트넘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는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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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스터가 대형 실책을 저지르며 경기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는 후반 18분 골문 앞에서 드라구신에게 패스하려다가 브루노에게 뺏기고 말았다. 이는 곧바로 조슈아 지르크지의 골로 이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포스터는 후반 25분 더 큰 실수를 범했다. 그는 백패스를 받은 뒤 킥을 시도했지만, 너무 여유를 부렸다. 포스터가 찬 공은 빠르게 달려와 몸을 날린 아마드 디알로 발에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평범한 상황이었으나 안일한 공 처리로 실점을 자초한 포스터였다.
토트넘은 이후 기세를 탄 맨유에 계속해서 슈팅을 얻어맞으며 흔들렸다. 다행히 손흥민이 구세주로 나섰다. 그는 후반 43분 왼쪽에서 직접 얻어낸 코너킥 기회에서 골문 쪽으로 강하게 감아찼다. 공은 그대로 골키퍼 바인드르를 지나 옆그물을 흔들며 손흥민의 시즌 7호 골이 됐다.
그 덕분에 토트넘은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조니 에반스에게 한 골 더 실점했지만, 남은 시간을 잘 흘려보내며 4-3 승리를 거뒀다. 결국 무려 7골이 터진 난타전의 승자는 토트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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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스터의 한계가 제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주전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의 부상으로 출전 중인 그는 2m가 넘는 큰 키를 바탕으로 선방 면에선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빌드업에서 불안함을 노출하는 중이다. 이전까지는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이번엔 대형 사고를 터트렸다.
영국 'BBC'는 "포스터는 두 번째 악몽 같은 순간을 보냈다"라며 "그는 흠 잡을 데 없는 활약에서 두 차례 재앙으로 변하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맨유 전설 게리 네빌은 포스터의 실점 장면을 보며 "오 토트넘..."이라며 "이게 당신이 보게 될 가장 토트넘다운 장면이다. 그들은 뭘 하고 있는 건가? 디알로는 훌륭했고, 토트넘으로선 끔찍하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니자르 킨셀라 기자도 "포스터는 63분까지 활약했다. 하지만 드라구신을 향한 패스에서 첫 번째 실수를 저지른 게 지르크지의 골로 연결됐다. 디알로의 두 번째 골에서도 나쁜 터치로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라고 비판했다.
사실 포스터는 실수로 3번째 골까지 허용할 수도 있었다. 그는 후반 37분 디알로의 슈팅 궤적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고, 몸으로 막아내는 대신 발로 겨우 걷어냈다. BBC는 "포스터는 뭘 하고 있는 건가? 그래도 효과를 봤다. 포스터는 디알로의 중거리 슈팅을 발로 막아냈다. 그가 왜 손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전혀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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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포스터에게 평점 4점을 줬다. 이는 팀 내 최저 평점. 골로 이어진 실수를 두 차례나 저지른 만큼 당연한 결과였다.
영국 '풋볼 런던'이 부여한 평점은 2점에 불과했다. 매체는 "포스터는 후반전 지르크지의 슈팅을 막아내며 멋진 선방을 펼쳤지만, 패스 실수로 실점했다. 공을 걷어내는 과정에서도 완전히 엉망이었다. 에반스의 헤더도 가까운 거리에서 포스터의 팔을 관통했다. 그는 최근 정말 잘했지만, 이번엔 좋지 않은 밤이었다. 3-0으로 일방적인 경기 흐름을 바꿨다"라고 꼬집었다.
'익스프레스' 역시 포스터에게 평점 2점을 부여했다. 매체는 "악몽을 시작하기 전에는 지르크지의 슈팅을 훌륭하게 막아냈다. 두 번의 대실책으로 맨유에 두 골을 선물했다. 3번째 실점 장면에서도 크로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스탠다드'도 "포스터는 한 손으로 지르크지의 헤더를 멋지게 막아냈지만, 이제 그의 발밑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짚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도 한숨을 내쉬었다. 매체는 "지르크지의 헤더를 완벽히 막아냈으나 잠시 후 쓸데없이 공을 넘겨주면서 골을 내줬다. 그 후 또 한 골을 허용했다. 포스터는 토트넘의 승리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포스테코글루는 그의 발밑 플레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술을 조정해야 한다"라며 포스터에게 평점 2점을 매겼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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