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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모르는 척하는? '두 회장님' 이기흥·정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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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연합뉴스·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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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정말 모르겠다"며 아리송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동문서답(東問西答)만 늘어놨다.

두 회장은 최근 각계각층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각종 논란과 의혹에 지속해서 휩싸였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에게 깊은 혼란과 피로감을 안겼다. 축구 팬들은 경기장을 직접 찾아 '정몽규 아웃'을 외치기까지 했다. 온라인 속 두 회장을 향한 민심은 최악으로 치닫은지 오래다.

일반 팬들뿐일까. 이들이 우두머리에 있는 조직 내부에서도 이미 신뢰를 잃은 것처럼 보인다. 체육회 노조와 축구협회 노조는 성명을 통해 두 회장의 연임을 극렬히 반대했다.

체육회 노조 측은 "이기흥 회장의 연임을 위한 행보를 우리 구성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 상황에서 또 연임을 시도한다는 것은 직원들에 대한 모독이자 체육 발전을 저해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축구협회 노조 역시 "요즘 A매치 경기장에서 흔히 보는 풍경 중에 하나는 '정몽규 나가', '정몽규 아웃(OUT)'이라는 축구 팬들의 성난 외침"이라고 했다. 이어 "축구 팬들의 공분을 사는 일련의 사태가 결국 정 회장 퇴진을 외치는 이유가 됐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정부까지 나서 두 회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문체부는 지난달 11일 이기흥 회장에게 '직무정지'를 통보했다. 앞서 5일에는 정몽규 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라고 축구협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다수의 사퇴 요구 외침은 두 회장이 다시 선거에 나오는 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이기흥 회장은 3선을 위해, 정몽규 회장은 4선을 위해 차기 선거 출마를 강행했다.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 누가 자초했나…이기흥은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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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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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기흥 회장은 정부가 자신을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많은 논란과 억측이 있었다"며 "여기서 물러서면 모든 것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라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달 12일 스포츠공정위로부터 3번째 임기 도전 신청 승인을 받았다. 체육회 사유화 논란을 비롯해 부정 채용 비리, 업무 방해, 횡령, 배임, 금품 수수, 진천선수촌 시설관리업체 입찰 비리 의혹 등 각종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정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 회장 비위 혐의 수사를 위해 각 기관을 동원하는 등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 복무 점검단을 시작으로 문체부, 감사원, 검찰, 경찰 등이 이 회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이 회장은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에 불려 나가는 굴욕까지 맛봤다.

이 회장은 "한국의 모든 권력 기관이 조사에 나섰다.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반발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건 너무 지나치다. 속된 말로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상황을 자초한 사람이 누구일까. 왜 국가의 수사 기관들이 나서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이 회장은 "잘 모르겠다. 그렇게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차기 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수사 상황이 이어진다면 회장직을 내려놓을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 생각은 안 해 봤다"며 "잘 정리가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후 이어진 채용 청탁 등 비리 혐의, 직무정지와 관련한 물음에는 "아직 조사가 다 안 됐을 수도 있다", "지켜보자", "충분히 얘기를 했다", "이제 그만 좀 하시라"는 등의 답변으로 말을 잘랐다.

'정몽규 OUT' 외치는 팬들…정몽규 회장은 동문서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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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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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도 4연임에 도전한다. 지난 2013년 1월부터 현재까지 3번의 축구협회장 임기를 지냈다. 스포츠공정위로부터 지난 11일 연임 심사 승인 통보를 받았다. 이로써 정 회장이 다시 축구협회 수장으로 올라설 길이 열렸다.

논란과 의혹이라면 이기흥 회장 못지않다.

정 회장은 작년 3월 기습적으로 승부조작 범죄자들을 사면해 주겠다는 상식 밖의 행동을 보이며 팬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우루과이와 A매치 킥오프 직전, 승부조작 범죄를 저지른 축구인 100명을 사면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도가 뻔한, 그야말로 축구를 향하던 뜨거운 관심에 찬물을 끼얹는 최악의 행태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임 감독과 홍명보 현 감독에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는 이해할 수 없는 감독 선임도 큰 파문 일으켰다. 축구협회 노조는 "지난해 3월 28일 '승부조작 및 비리 축구인 사면 사태' 이후 클린스만 선임 및 경질, 백억 위약금 논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절차 등 축구 팬들의 공분을 사는 일련의 사태가 결국 정 회장 퇴진을 외치는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19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팬들에게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답변에 '축구 팬'은 없었다.

"축구 관계자들은 제가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는 의도와 맞지 않는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은 제가 사업을 하는 입장인데 정부 지침에 반해 어떻게 계속 축구협회를 할 수 있겠느냐, 사업에 지장이 생기거나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 걱정하는 분이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자신의 사업에 문제가 생길까 봐 출마를 걱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답변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팬과 관련한 얘기는 "여러 걱정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말이 전부였다.

앞서 지적한 승부조작 범죄자 사면 논란,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등으로 우려의 시선을 내비치는 일반 대중 시각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사안을 인식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정 회장은 정부와 축구협회의 금전적 오해, 아시안컵 유치 과정에서 생긴 여러 문제에 대한 설명만 늘어놨을 뿐이다.

'독주 체제' 막기 위해 안간힘…선거는 모두 내년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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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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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선거에 나선 다른 후보들도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체육회장 후보들은 '反이기흥'을 기치로 단일화를 위해 비공개 회동을 갖는 등 이기흥 회장 연임 저지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축구협회장 후보로 나선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전 이사장과 신문선 명지대학교 초빙교수도 '정몽규 독주 체제'를 막기 위해 연일 정몽규 회장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두 단체 회장 선거는 모두 내년 초에 진행된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선거인은 대한체육회 대의원, 회원 종목 단체장 임원, 대의원, 선수, 지도자, 심판, 선수관리담당자, 회원시·도체육회임원 등 2300여 명으로 꾸려진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 선거'는 내년 1월 8일로 예정돼 있다. 선거인단은 축구협회 대의원과 산하단체 임원, 지도자·선수·심판 등 축구인 약 200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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