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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이영지의 '더 시즌즈', 0%대 시청률 속에서도 찾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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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심야 음악 토크쇼 명맥 이은 '더 시즌즈', 박재범→이영지 내세워 새 시도
쟁쟁한 MC 라인업 속 0%대 시청률에 '부진' 평가도... 그럼에도 유의미한 이유는
한국일보

'더 시즌즈'는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 처음으로 '연간 프로젝트'라는 색다른 방식을 도입한 뮤직 토크쇼다. KBS2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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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를 필두로 한 '더 시즌즈'의 6번째 시즌 '이영지의 레인보우'가 출발을 알린지도 어느덧 석달 째에 접어들었다. 박재범·최정훈·악뮤·이효리·지코에 이어 '더 시즌즈'의 진행을 맡은 이영지는 Z세대를 대표하는 자신의 이미지와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버무리며 안정적으로 여섯 번째 시즌을 이끌어가는 중이다.

화제성 역시 나쁘지 않다. 이번 시즌에서는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 이은지의 '경고', 박정민의 '고민중독', 존박의 '위플래시', 하현상의 '이글루' 챌린지와 '빨래' 무대 등이 입소문을 타며 쏠쏠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거리는 있다. TV 프로그램이라면 피할 수 없는 시청률 성적이다. MC 이영지와 출연진 무대의 화제성과는 별개로 '이영지의 레인보우'는 최근 0%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쟁쟁한 가수들을 MC로 내세운 데 비해 성적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영지의 레인보우'의 성적을 큰 부진이라고 바라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금요일 밤 10시 방송이라는 편성 핸디캡과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됐던 음악 프로그램 선배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시청률과 비교해 봐도 시청률은 비슷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저녁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오랜 시간 소위 '메이저'로 구분되는 장르를 넘어 대중에게 생소한 인디 신의 가수와 음악까지 폭넓게 소개하는 창구의 역할을 수행해 온 만큼 표면적인 성적만으로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름하긴 더욱 어렵다.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 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이어진 KBS의 심야(혹은 저녁) 음악 토크쇼는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수들이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음악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더 시즌즈'는 다양한 음악적 지식, 경험, 특색을 갖춘 아티스트들을 각 시즌마다 MC로 내세우며 한층 폭넓은 음악 큐레이션을 제공함과 동시에 시청층의 폭을 넓히고 나섰다.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이영지의 레인보우'(나아가 '더 시즌즈')를 평가하기 힘든 이유다.

'이영지의 레인보우' 연출을 맡은 김태준 PD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로 '음악적 스펙트럼 확대'를 꼽았다.

김 PD는 본지에 "'더 시즌즈- 이영지의 레인보우'는 한국 음악신의 다양성과 깊이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이영지라는 독창적이고 에너제틱한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다른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고퀄리티의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핵심 가치"라고 전했다.

김 PD가 바라보는 KBS 심야(저녁) 음악 프로그램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음악신에 발맞춰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진화를 거듭하며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KBS 음악 프로그램은 늘 시대와 함께 진화해왔습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감성과 진정성을 전했다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음악성과 토크의 조화를 통해 깊이 있는 무대를 만들어왔죠. '더 시즌즈'는 여기에 젊고, 에너지 넘치는 색깔을 더해 아티스트들이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 수 있는데 중점을 두는 한편, 현대 리스너들의 음악 소비 성향과 발맞춰 SNS, 숏폼 컨텐츠를 통해 꾸준히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음악신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처럼 저희 역시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시대에 발맞춰 오랫동안 사랑받는 콘텐츠로 남아있다는 것이 음악 프로그램이 가진 의미가 아닐까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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