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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마테이코(폴란드)가 왜 197cm의 장신임에도 트라이아웃에서 안 뽑혔는지를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던 한판이었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2024~2025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진 7일 서울 장충체육관. 개막 14연승을 달리다 3연패, 그리고 연패 탈출로 전반기를 마감한 흥국생명. 승점 43, 15승3패로 선두로 전반기를 마쳤지만, 2위 현대건설(승점 41, 13승5패)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아 방심했다간 바로 선두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17일 정관장과의 경기 도중 왼쪽 무릎 힘줄 파열 부상을 입고 이탈한 투트쿠(튀르키예)의 공백을 마르코 마테이코(폴란드)로 대신하기로 했다. 이날 GS칼텍스전은 마테이코의 V리그 데뷔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마테이코는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최장신 선수로 주목받았다. 사전 평가에서 2개 구단이 1위로 평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마테이코는 V리그 7개 구단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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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로 뚜껑을 열어보자 왜 선택받지 못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물론 V리그 데뷔전인 데다 새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본지도 얼마 되지 않아 섣부른 평가일 수도 있다. 아본단자 감독도 경기 전 “아직 온지 얼마 되지 않아 평가하기 힘들지만, 분명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투트쿠와는 또 다른 배구를 하는 선수다. V리그 코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은 좀 걸릴 것이다. 그저 최선을 다 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부담감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97cm의 신장은 위압적이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큰 키로 인해 느렸고, 무엇보다 스파이크를 때리는 팔 스윙이 자신이 가진 피지컬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폼이었다. 팔을 뒤로 젖혔다 회전하면서 힘을 극대화해서 때리는 게 아니라 팔 스윙이 작아서 파워가 실리지 않았다. GS칼텍스 실바의 스윙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1세트에 후위 페인트 공격 포함 단 2점, 공격 성공률 25%에 그쳤다. 1세트 범실도 2개였으니 득실마진은 0이었다. 2세트에는 더 부진했다. 11번의 공격을 시도해 득점은 단 1점에 그쳤다. 성공률은 9.09%. 이 정도면 코트 위에 서는 게 민폐인 수준이었다.
마테이코의 부진 속에 흥국생명은 1,2세트를 20점도 넘기지 못하고 내주며 패배 직전에 몰렸다. 결국 아본단자 감독도 3세트부터 결단을 내렸다. 마테이코를 웜업존으로 불러들이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던 정윤주를 아포짓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는 김다은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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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이코가 빠지자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한결 가뿐해졌다. 3세트도 후반까지 16-19로 밀리다 추격전을 개시해 역전에 성공했고, 24-22에서 김연경의 오픈 공격으로 셧아웃 패배는 면하는 데 성공했다.
패배 직전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흥국생명의 팀 분위기는 4세트에도 식지 않았다. 4세트의 주인공은 정윤주. 3세트까지 공격 성공률은 20%에 그쳤지만, 서브득점은 3개나 기록했던 정윤주의 서브가 4세트를 단숨에 가져왔다. 11-10에서 6개의 서브를 연속으로 넣는 과정에서 서브에이스 3개를 터뜨렸고,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순식간에 16-10으로 리드를 벌렸다. 정윤주는 4세트에만 서브득점 3개 포함 12점을 터뜨리며 승부를 기어코 5세트로 끌고갔다. 3세트까지 20%에 불과했던 공격 성공률은 4세트를 마치자 42.31%까지 급상승했다.
승리 직전까지 갔다가 풀 세트 승부에 끌려온 GS칼텍스.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가 극적으로 5세트까지 승부를 끌고온 흥국생명. 팀 분위기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고, 이는 5세트 초반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흥국생명은 임혜림의 속공과 서브득점, 피치의 블로킹, 정윤주의 퀵오픈까지 터지며 세트 초반을 4-1로 앞서나가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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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GS칼텍스에는 여자부 최고의 외인으로 꼽히는 실바가 있었다. 4세트까지 이미 50%가 넘는 공격 성공률로 43점을 폭발시킨 실바의 어깨는 5세트에도 싱싱하게 돌아갔다. 실바가 혼자 5세트 첫 7점 중 무려 6점을 책임지는 ‘하드캐리’ 속에 GS칼텍스는 7-6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초접전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실바의 눈물겨운 투혼은 계속 됐다. 8-8에서 퀵오픈과 오픈을 성공시키며 팀 공격을 혼자 이끌었다.
흥국생명도 이대로 물러서진 않았다. 실바의 공격 범실과 그의 공격을 막아내며 11-11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바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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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의외의 영웅이 등장했다. 미들 블로커 오세연. 12-12에서 오세연은 김연경의 페인트를 가로막아낸 뒤 상대 리시브가 흔들려 넘어온 공을 툭 밀어넣으며 14-12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다. 유서연의 서브 범실로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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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어이없이 끝났다. 김연경의 서브가 네트에 걸렸다. GS칼텍스의 3-2(25-19 25-18 22-25 21-25 15-13)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전반기를 14연패로 마감했던 GS칼텍스는 천신만고 끝에 시즌 2승(17패)째를 신고했다. 눈물겨운 사투였다.
실바가 무려 57.14%의 공격 성공률로 51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마테이코의 데뷔전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실바의, 실바에 의한, 실바를 위한 한 판 승부였다.
장충=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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