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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박순규의 '창'] 손흥민 1년 연장 계약은 토트넘의 저급한 '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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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토트넘의 손흥민에 대한 옵션 발동은 '리빙 레전드' 예우 부족
시간 끌다 막판 1년 연장은 10년 헌신에 대한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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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캡틴' 손흥민은 7일 구단 측이 1년 연장 계약 옵션을 발동함에 따라 2026년 6월까지 자유 이적이 불가능하게 됐다. 토트넘의 이 같은 결정은 '리빙 레전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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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박순규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32)이 올여름 자유 이적설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됐다. 손흥민과 재계약 문제를 질질 끌던 토트넘은 7일 1년 연장 계약 옵션을 행사하며 그의 계약을 2026년 여름까지 확정했다.

이 소식은 손흥민의 이적을 기대했던 팬들과 자유 이적을 전제로 영입을 희망했던 다른 유럽의 빅클럽들에 실망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이 그동안 팀에 헌신하며 수많은 골과 어시스트로 구단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은 걸 고려하면 적어도 다년 계약이나 빅 클럽 이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공식 발표를 통해 손흥민의 활약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그의 1년 연장 계약을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쓴 듯이 알렸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다년 계약이 아닌 1년 연장 옵션을 선택함으로써 토트넘 구단은 속셈을 훤히 드러냈다. 손흥민이 팀에서 10년간 헌신하며 구단의 중심을 지켜온 점을 고려하면, 더 긴 계약을 제안하지 않은 토트넘의 결정은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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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손흥민과 1년 연장 계약 사실을 밝히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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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이 손흥민을 조금이라도 예우하려고 생각했다면 적어도 4년 계약이 끝나기 1,2년 전에 다년 계약을 하든지, 아니면 다른 팀으로 이적을 추진하든지 했어야 했다. 그러면 손흥민도 좀 더 나은 조건으로 이적할 수도 있었는데 토트넘은 다른 선택을 했다. 남 주기는 아깝고, 다년 계약을 하기에는 부담이 되니까 시간을 질질 끌다가 막판에 이르러서야 1년 옵션 계약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앞으로 1년 동안 다른 팀으로 가고 싶으면 상응하는 이적료를 내고 데려가라는 옵션 발동은 손흥민에 대한 배려와 예우가 전혀 없는 '저급한 상술의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유럽 대항전과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팀을 이끌어왔다. 그는 팬들과 함께 우승컵을 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구단은 이번 결정으로 그의 헌신에 대한 예우를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리기로한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이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한 이유는 고민을 거듭하며 시간을 끌다 결국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선수와 다년 계약을 하는 부담을 피하고, 그동안 유망주들을 키우기 위한 시간 벌기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손흥민이 토트넘 리빙 레전드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한 것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정은 손흥민의 헌신을 무시한 저급한 상술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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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3일 노리치 시티전이 끝난 뒤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 부트'를 아시아 선수 최초로 수상한 손흥민./노리치=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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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같은 헌신적인 선수들에게 구단이 보이는 배려의 사례로는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와 리오넬 메시의 관계를 들 수 있다.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여러 차례 챔피언스리그와 라리가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 구단은 그에게 장기 계약과 고액의 연봉을 제안하며 그의 헌신에 보답했다. 또 다른 예로, 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는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로마에서 보냈고, 은퇴 후에도 구단의 임원직을 제안받으며 계속해서 팀과 함께했다.

이처럼 구단은 선수의 헌신에 대한 보답으로 장기 계약을 제공하거나, 은퇴 후에도 구단 내에서의 역할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리빙 레전드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배려는 구단과 선수 간의 신뢰를 강화하며, 팬들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긴다.

1년 연장의 옵션을 발동하면서 찬양한 손흥민의 팀 내 업적과도 상반된다. 토트넘은 계약 연장을 발표하면서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이룬 성과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32세의 소니는 2015년 8월에 클럽에 합류하였고, 2023년 8월에 클럽의 주장으로 임명된 이 한국 국가대표 선수는 클럽의 역사에 확실히 이름을 올렸으며, 클럽의 역사적인 순간에서 여러 가지 상징적인 골을 넣었다"면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 상과 EPL 득점왕 수상 소식을 다시한번 상기시켰다.

손흥민은 EPL 10년 째를 맞는 현재 통산 125골로 프리미어 리그 역대 득점자 공동 1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토트넘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이번 시즌에는 12월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5-0으로 이긴 경기에서 통산 68번째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통산 랭킹 공동 17위에 올라 구단이 오랫동안 지켜오던 프리미어 리그 어시스트 기록을 경신했다.

손흥민의 이 같은 성과를 고려했을 때 토트넘의 계약 연장 옵션 발동은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헌신을 헌신짝처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에게도 배신감을 들게 한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헌신을 제대로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제공했더라면, 구단과 팬들 모두에게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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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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