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프런트맨 맡아
"전 세계 흥행 아이러니하고 감개무량헤"
"시즌1 특별출연이나 시즌2 똑같은 마음"
"황인호·프런트맨·오영일 한 번에 담아내"
"연기는 인물 진실에 가닿기 위한 몸부림"
"오징어게임2 공개 아들에게 위상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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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한국 배우 중 가장 성공적으로 미국 할리우드에 자리를 잡은 건 이병헌(55)이었다. '지.아이.조' 시리즈(2009·2013) '레드:더 레전드'(2013)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 '미스 컨덕트'(2016) '매그니피센트7'(2016) 등 굵직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잇따라 찍으며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능력과 매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 정도를 해낸 것도 사실상 이병헌이 유일했다.
"미국에서 어떤 승부를 보거나 뿌리를 내리겠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한 번 배우로 사는데 도전해보자는 거였죠.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어요. '와 이거 하고 나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날 알아 볼 거야'라고요.(웃음)"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터미네이터'를 했는데도 못 알아 보더라고요. 공항 직원이 '얼굴이 익숙한데, 혹시 유명한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정도였죠." 그런데 이제 아마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병헌을 못 알아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주연한 넷플리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아이.조'를 처음 했을 때 제가 상상했던 반응이 바로 '오징어 게임'을 통해 나오고 있는 바로 이 반응이었어요.(웃음) 영어 연기가 아니고 미국 작품도 아니고, 한국 작품으로 한국 동료들과 한국어로 한 작품이 이렇게 전 세계에서 사랑 받는다고요?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 하면서도 감개무량한 거죠. 미국 프로모션을 할 때 확실하게 느꼈어요. K콘텐츠 위상은 안에서는 오히려 못 느껴요. 나가봐야 압니다. BTS와 블랙핑크가 제 선배님들인 거죠."
게다가 이병헌의 연기는 국내 관객 뿐만 아니라 해외 관객에게도 극찬 받고 있다. 해외에서 나온 반응을 보면 그가 이 작품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건 전 세계 대중과 평단의 공통된 생각으로 보인다. "제가 할리우드 작품을 했을 때 제 연기에 대한 칭찬이 없었어요. 물론 주로 액션 위주이긴 했습니다만. 제 연기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는 건지, 제가 영어로 대사를 하는 압박감이나 불편함이 전해진 건지도 모르죠. 이번에 칭찬을 들으니까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병헌이 연기한 프런트맨은 전작에서 부여된 역할이 거의 없는 캐릭터였다. 황동혁 감독과 '남한산성'(2017)을 하면서 친해진 그는 황 감독 부탁을 받고 특별출연 형식으로 이 시리즈에 합류했다. 시즌2가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이 반격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자리 잡히자 이병헌의 프런트맨 역시 전면에 나서게 됐다. 말하자면 시즌2와 시즌3는 '성기훈 vs 프런트맨'이다.
"처음에 '오징어 게임'에 출연했을 땐 이렇게 잘될 줄 몰랐죠. 원래 황 감독과는 술도 마시고 밥도 먹는 사이라서 나간 것이었으니까요. 그땐 시즌1이라고 부르지도 않았어요.(웃음) '오징어 게임'이 잘 되고 나서 황 감독이 저를 한 번 찾아왔습니다. 제주도에서 '우리들의 블루스'를 찍고 있을 때였죠. 시즌2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특별출연한 작품이 대박이 나서 쾌재를 불렀을 것 같습니다.) 당연하죠. 당연히 그랬죠.(웃음)"
다만 이병헌은 특별출연했던 시즌1이나 주연이 된 시즌2를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병헌은 아주 짧은 분량으로 출연하더라도 그 캐릭터를 극도로 세밀하게 만들어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오징어 게임' 시즌1에 나올 때도 황 감독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감독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질문해서 그 인물의 형태를 끄집어 내고 그 형태를 봐야 그 인물에 젖어들 수 있다는 게 이병헌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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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도 기댈 데가 있어야 하죠. 그런 것 없이 어떻게 연기를 하겠어요. 아마 시즌2를 할 때보다 시즌1에 나올 때 황 감독에게 질문을 더 많이 했어요. 황인호(프런트맨)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것들 전부 다요. 오죽하면 황 감독이 '선배가 하도 질문을 해서 이 서사가 완성이 된 것 같다'고 했으니까요."
이병헌은 캐릭터가 샅샅이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하는 건 매우 불안한 일이라고 했다. 감독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건 이를 통해 자신이 관객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애초에 글에 담긴 그 의도를 아주 고스란히 나에게 가져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집요함 덕분인지 프런트맨은 이 작품 속 어떤 캐릭터보다 입체적이다. 이 인물엔 전직 경찰 황인호, 프런트맨, 게임 참가자 오영일 세 사람이 있다. 이병헌은 이 세 사람을 시종일관 한꺼번에 보여주기 위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황인호와 프런트맨과 오영일을 어느 정도 비율로 보여줄 것인지 고민한 겁니다. 그 비율은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것이죠. 그래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 짝짓기 게임 때 오영일이 참가자 중 한 명을 목 졸라 살해하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에선 황인호, 프런트맨, 오영일이 0.1초 단위로 왔다 갔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오징어 게임2'에서 이병헌은 이전에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또 받고 있다. 이건 으레 하는 얘기가 아니다. 대부분 배우들이 비슷한 연기를 반복한다는 평가를 듣는 상황에서 이병헌만큼은 매번 신선하다는 거다.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남산의 부장들'(2020) '그것만이 내 세상'(2018) 등 최근작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자신을 잘 벼려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으면 전 사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연기하는 인물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할 뿐인 거죠. 새로운 연기를 보여줘야겠다, 같은 생각은 안 합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감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요. 내가 연기하는 인물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거예요. 연기하기 위해서 뭐라도 부여잡으려고 하는 겁니다."
이번에 '오징어 게임2'에 나온 이후 이병헌은 초등학생 아들에게 위상을 높였다고 했다. 초등학생은 볼 수 없는 작품이지만, 유튜브 쇼츠로 보거나 형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와 온갖 질문을 쏟아낸다고 했다. "별의 별 얘기를 다 해요. 프런트맨 자리를 뺏기는 거냐, 누가 생존한다더라 등등이요. 저는 시원하게 답을 못하니까 답답하죠. 만약에 말해주면 전국 초등학생들이 다 알게 될 테니까요.(웃음) 하여간 '오징어 게임2'가 나온 이후로 저한테 뽀뽀도 해줘요. 평소에도 좀 해주지."
데뷔한 이후 전성기가 아닌 적이 없는 이병헌이지만 최근 그의 활동은 유독 인상적이다. '미스터 션샤인'(2018)이나 '우리들의 블루스'(2022) 같은 TV드라마, 스트리밍 플랫폼에선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선보였고 영화에선 올해 중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어쩔 수가 없다'를 내놓게 된다.
"글쎄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배우 인생이라는 건 배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나의 삶입니다. 배우로 30년 넘게 살았지만 순간 순간에 관해 생각하는 건 딱히…정말 훌륭한 작품인데 내가 못하게 된 작품도 있고, 내가 선택했지만 아쉬웠던 작품도 있죠. 모든 건 다 인연 같아요. 어떤 결과에 집착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내 의지를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것 같고 인연이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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