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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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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방’에서 봤던 꿈의 무대,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UFC 데뷔전 앞둔 유수영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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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는 잊혀진 종합격투기 선수였다. 2014년 11월 TFC 04에서 종합격투기에 데뷔했으나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이후 군대에 갔다. 고된 군생활에도 종합격투기에 대한 미련은 버릴 수 없었다. 일명 ‘싸지방(사이버 지식정보방의 줄임말)’에 갈 때마다 UFC 영상을 챙겨봤다. 그때 그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영상이 있었다. 코너 맥그리거가 조제 알도를 13초 만에 KO로 쓰러뜨린 경기였다.

“당연히 김동현 선수, 정찬성 선수도 롤모델이 됐지만, 내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줬던 선수는 코너 맥그리거다.” 1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밴텀급 파이터 유수영(29)은 다시 파이터로서 가슴이 뜨겁게 불타올랐던 시기를 떠올렸다.

유수영은 UFC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사진 제공= 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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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맥그리거가 알도를 13초 만에 KO시키는 것을 보고 ‘나도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UFC를 꿈꿨다.”

스물 두 살의 나이에 전역한 그는 다시 종합격투기의 세계에 발을 담그기로 결심한다.

“군대에서 생각을 많이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좋아하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종합격투기 생각이 많이 났다. 처음 프로에서 데뷔전을 치렀을 때는 내가 운동을 열심히 안했었다. 그래서 졌다고 생각했고, ‘한 번 나가서 진짜 열심히 해봤는데 지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그의 생각과 달리, 이 길은 그의 길이었다. 2017년 ‘TFC 드림 3’에서 장현우를 상대로 1라운드 리어 네이키드 초크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했다.

“진짜 열심히 해봤더니 1라운드에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이겼다. ‘노력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제대로 마음을 먹었던 거 같다.”


2022년에는 신생 경기 단체 블랙컴뱃에 합류했다. 블랙컴뱃은 그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였다. 초대 라이트급 챔피언, 초대 페더급 챔피언, 2대 밴텀급 챔피언 등을 거치며 조금씩 성장해나갔다.

그는 “지금은 종합격투기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그런 점에서 블랙컴뱃이 도움을 많이 준 거 같다. 국내에서는 받을 수 없는 파이트 머니를 주고, 해외 어느 단체보다 더 잘 챙겨주는 곳”이라며 블랙컴뱃에 대해 말했다. “이전 단체에서 뛸 때는 5연승을 해도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격투기 선수인지도 몰랐다. 블랙컴뱃에 나온 이후에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알아봐 주시기도 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됐다. ‘열심히 하면 사람들이 알아봐주는구나’라는 생각에 동기부여도 됐다”며 블랙컴뱃에서 활동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유수영이 계체 통과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美 라스베가스)= 김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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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컴뱃의 ‘개국 공신’으로서 그 자리에 만족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과감히 도전을 택했다. 이전부터 키워왔던 UFC의 꿈을 위해서였다. 그는 “블랙컴뱃을 만나면서 경험도 쌓이고, 팬들도 많아지고 성장하면서 원래 꿈이었던 UFC에도 올 수 있게됐다”며 다시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UFC는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도 이를 “잡히지 않는 꿈”이라 표현했다. 그런 그에게 ‘로드 투 UFC(RTU)’는 한 줄기 빛이었다.

“계속해서 이기고 열심히 뛰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RTU라는 것이 생기면서 ‘나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우승한 박현성, 이창호, 이정영 선수들이 가는 것을 보면서 ‘나도 우승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신청했는데 안되다가 시즌3가 돼서야 갈 수 있었다. 그때 UFC를 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RTU 시즌3에서 노세 쇼헤이, 다얼미스 자우파스, 바얼겅 제러이스를 모두 판정승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유수영은 로드 투 UFC를 통해 UFC 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다. 사진 제공= 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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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케이지 안에서는 아무 생각이 안났다. 그러다 나와서 감독님과 얘기하며 훈련하고 힘들었던 시절이 생각나면서 ‘말로만 듣던 UFC를 우리가 가게 됐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감동이 몰려왔다” 그는 꿈에 그리던 UFC 무대를 확정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블랙컴뱃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UFC의 문을 두드리는 그다. 그가 가는 이 길이 누군가에게는 뒤따라 갈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그는 “예전에는 1년에 한 두번 경기하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종합격투기가 내 직업이다’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뛰는 분들이 많아진 거 같다. 내가 그런 모습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충분히 경험을 쌓아서 RTU에 도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온다면 내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생각을 전했다.

앞으로 UFC 파이터로서 길을 걸어갈 그에게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주짓수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그는 “UFC에서 나를 상대로 만났을 때 ‘이 선수는 그래플링이 정말 강한 선수다’라는 것을 의식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파이트 머니로 집도 사고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파이터가 되고 싶다”며 UFC 파이터로서 꿈에 대해 말했다.

유수영은 앞으로 멀고도 험한 UFC 파이터의 길을 가야한다. 사진 제공= 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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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험한 길이 될 UFC 파이터의 길, 맥그리거가 그의 꿈을 일깨워줬다면 그가 가는 길의 지향점에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있다.

“하빕같은 파이터가 되고 싶다. 스타일적인 부분도 닮고 싶지만, 은퇴하고 나서 모습도 닮고 싶다. 보통 은퇴한 뒤 선수 시절 즐기지 못햇던 술을 마신다거나 노는 선수들도 많지 않은가. 그래서 몸 관리도 못하고 나태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하빕은 은퇴후에도 그러지 않고 몸 관리를 잘하면서 격투기에서 후배 양성도 하고 그렇게 절제하며 사는 모습이 정말 좋아보인다. 나도 그렇게 절제하며 마무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험난한 길을 계속해서 헤쳐나가야한다. 조금이라도 연패가 이어지면 퇴출 얘기가 나오는 곳이 UFC다.

하루 뒤 AJ 커닝햄과 경기를 통해 UFC 데뷔전을 치르는 그는 “무조건 이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한다”며 파이터로서 각오를 다졌다.

[라스베가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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