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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고졸 신인 첫 등판에 122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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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사 논란 휩싸인 키움 정현우

KIA 상대 데뷔전 6실점 첫 승

낭만이냐 혹사냐. 키움 신인 투수 정현우(19)가 프로 데뷔전에서 122구를 던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고졸 신인 투수 데뷔전 투구 수로는 34년 만에 가장 많았다. 과거에는 선수가 투구 수나 부상과 관계없이 계속 마운드를 지키는 게 일종의 ‘낭만’처럼 여겨졌으나 투구 수 관리가 보편화한 요즘 추세로 보아 이례적이라 ‘선수 보호는 제대로 하는 거냐’는 뒷말이 많다.

2025년 신인 선발 전체 1순위 정현우는 지난 26일 KIA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 6실점(4자책) 8피안타 7볼넷을 기록, 데뷔전 선발승을 챙겼다. 만족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17점을 뽑은 팀 타선 덕에 프로야구 역대 12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 영광을 맛봤다.

키움 히어로즈 정현우. (키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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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는 최고 시속 147㎞ 속구에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를 잘 곁들이며 KIA 타선을 상대로 삼진 4개를 잡아냈다. 그는 키움이 구단 역대 셋째(장재영 9억원, 안우진 6억원)로 많은 계약금 5억원을 안겨줄 정도로 기대가 큰 선수. 지난해 고교 마지막 시즌에도 48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8승 탈삼진 70개 평균자책점 0.75로 ‘즉시 전력’급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승리보다 주목을 받은 건 투구 수였다. 이날 4회까지 정현우는 93개를 던졌다. 데뷔전치고는 좀 많다 싶어 다들 그만 던지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키움이 11대4로 앞서고 있어 1이닝만 무사히 막으면 선발승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5회에 29개를 더 던져 최종 122구를 기록하곤 6회에 교체됐다. 역대 고졸 신인 데뷔전 최다 투구 수 2위에 해당했다. 2006년 류현진(109구), 1998년 김수경(120구)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롯데 애런 윌커슨(36)이 117구로 최다 투구 수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넘어섰다.

정현우는 “5회까지 책임지고 막고 싶었다”고 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투구 수가 많아 고민이 많았지만 5회까지 구위나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선수 의지도 고려했다”고 했다. 역대 고졸 신인 중 가장 많은 공을 던진 투수는 1991년 당시 롯데 김태형(135구)이다.

홍원기 감독은 “(정현우를) 선발 투수로 키우기 위한 계획이 다 있다. 관리는 분명히 해 줄 것”이라고 했다. 정현우는 일단 다음 등판 일정을 그대로 정상 소화한다. 다만 야구계에서는 “고교 야구는 105구(단일 경기) 투구 수 제한이 있어 정현우로선 실전에서 이렇게 많이 던진 건 생애 처음”이라면서 “벤치에서 말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키움 전력이 상대적으로 처진다는 분석이 많아 앞으로 정현우가 자칫 팀 사정에 따라 혹사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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