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02 (수)

[기자수첩]부메랑이 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뮌헨 저격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3월 A매치(축구 국가대표팀 간 경기) 홈 2연전을 앞두고 경기도 고양에서 축구대표팀이 소집됐던 지난 17일, 첫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선 홍명보 감독은 작심한 듯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중앙 수비수 김민재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홍 감독은 "김민재는 소속팀인 뮌헨은 물론 대표팀에도 굉장히 중요한 선수"라며 "뮌헨이 선수 부상 예방 차원에서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다 보니 우리가 중요한 경기에서 핵심 선수를 빼고 경기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부터 계속 부상에 대한 시그널이 있었다"며 "우리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중요한 경기라고 해서 김민재를 데리고 경기하는 것은 대표팀의 선수 보호 차원에서 맞지 않아 과감하게 휴식을 줬다"고 덧붙였다.

당시엔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애제자를 혹사한 소속팀을 향해 할 수 있는 아쉬움 정도로 해석됐으나, 그의 발언은 이후 생각보다 큰 논란을 불러왔다.

홍 감독의 이 인터뷰는 곧바로 키커, 스포르트1 등 복수의 독일 매체를 통해 전해졌고,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뮌헨 팬 커뮤니티에선 "김민재에게 돈을 주는 건 뮌헨"이라며 "홍명보 감독도 김민재의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대표팀에 부르려 했다"고 지적했다.

홍 감독의 뮌헨 저격은 네덜란드에서도 이슈가 됐다.

뮌헨의 김민재 관리 소홀을 두고 비판한 홍 감독을 두고 네덜란드에선 "부상으로 3개월 동안 거의 뛰지 못한 황인범(페예노르트)을 차출한 건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김민재 혹사는 걱정하면서, 황인범 혹사는 나 몰라라 한다는 주장이었다.

홍 감독의 뮌헨 저격 발언 후폭풍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른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0위 오만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7차전 홈 경기에서 졸전 끝에 1-1로 비긴 뒤 대표팀은 공격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미드필더 백승호(버밍엄시티), 수비수 정승현(알와슬)을 부상으로 잃었다.

정승현은 오만전을 준비하다 훈련 도중 왼쪽 종아리를 다쳤고, 이강인과 백승호는 오만전에서 각각 왼쪽 발목,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을 입었다.

정밀 검사 결과 세 선수는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으나, 요르단전 출전은 힘들어진 상황이었다.

이들의 부상은 오만전 무승부로, 요르단전 승리가 절실해진 대표팀엔 큰 타격이 됐다.

황인범이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중원에서 핵심 역할을 해줄 이강인, 백승호의 부상 이탈로 쓸 수 있는 카드가 크게 준 탓이다.

그런데도 홍 감독은 요르단전을 앞두고 세 선수를 소집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

뮌헨의 선수 관리 소홀을 지적한 마당에 오만전에서 쓰러진 선수들을 그대로 안고 간다면, 소속 클럽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홍 감독이 뮌헨을 저격하지 않았다면, 이강인과 백승호를 그대로 명단에 포함해 요르단을 상대로 연막 작전을 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어차피 이들은 소속팀에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에서 남은 기간 치료를 이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이강인은 요르단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쓸데없는 발언은 부메랑이 돼 대표팀을 옥죄었고, 요르단전도 1-1 무승부로 끝났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영웅으로 오랜 기간 대표팀 주장으로 활약했던 홍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로 스스로를 함정에 빠트리곤 했다.

과거 홍 감독은 K리그1 울산 HD에선 잔류하겠다고 했다가 라이벌 전북 현대로 이적한 아마노 준(일본)을 비판했는데, 이 발언은 이후 홍 감독이 울산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 뮌헨 저격 역시 결과적으로 자신에겐 독이 됐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홍 감독이 괜한 얘기로 화를 자초했다. 해야 할 말은 해야겠지만, 대표팀 감독이라면 더 신중해야 했다"며 씁쓸해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한국은 같은 조 팔레스타인이 이라크를 2-1로 꺾으면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오는 6월 예정된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이라크(원정), 쿠웨이트(홈) 9~10차전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해도 북중미행 티켓을 거머쥔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고, 한국이 2경기를 모두 지지 말란 법도 없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홍 감독에게 말을 하지 말란 게 아니다. 다만 대표팀을 흔드는 게 사령탑이 되어선 곤란하다.

비판은 경청하되, 쓸데없는 말은 줄이라는 뜻이다. 지금 홍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격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뉴시스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