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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연재] 인터풋볼 'Inter뷰'

    [Inter뷰] 'K리그 통산 401경기' 이랜드 베테랑 김오규, "기록보단 내 힘이 닿는 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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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풋볼=주대은 기자(가평)] K리그 통산 400경기를 치른 서울 이랜드 수비수 김오규가 남은 프로 커리어와 승격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오규는 K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수비수다. 지난 2011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강원 FC의 지명을 받아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촉망받는 유망주였으나 프로 첫 시즌엔 부상으로 인해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다.

    2년 차부터 제대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주전 수비수로 자리 잡으며 리그 33경기를 소화했다. 2014시즌엔 만 25세의 나이로 주장에 선임되며 강원 역대 최연소 주장에 이름을 올렸다.

    김오규는 상주 상무 시절을 제외하곤 줄곧 강원 유니폼을 입었지만 2020시즌 입지가 흔들리며 제주로 이적을 택했다. 당시 제주는 K리그2 소속이었는데, 김오규가 팀 수비에 기여하며 승격에 공헌했다. 이후 주장 완장을 차는 등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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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4시즌을 앞두고 김오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의 행선지는 서울 이랜드였다. 김오규는 지난 시즌 35경기를 소화하며 팀의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다만 팀은 아쉽게 전북 현대에 밀려 승격에 실패했다. 김오규와 이랜드는 이번 시즌에야말로 승격하겠다는 각오다.

    '인터풋볼'이 1일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서울 이랜드 훈련장에서 김오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오규는 400번째 경기를 치른 소감과 이랜드와 함께 할 승격 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하 김오규 인터뷰 일문일답]

    400경기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행사는 부천전에서 했지만, 인천전이 400번째 경기였다. 인천전이 끝나고 많은 분께 축하를 받았다. 사실 홈 경기 행사 때는 조금 덤덤할 줄 알았는데 구단에서 많은 준비를 해주시고 그러다 보니까 선수로서 정말 행복했다.

    400경기 기념 굿즈도 나왔다. 모든 선수가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데?

    구단에서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하셨을 땐 정말 놀랐다. 이렇게 신경 써주시나 생각이 들었고, 구단이 진심이라는 걸 느꼈다. 또 가족과 그런 행사를 처음 해봤다. 정말 행복했는데 경기는 해야 해서 그런 마음을 애써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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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이 주장 완장을 채워주기도 했다.

    아예 모르고 있었다. (웃음) 정말 행복했다. 아들이 완장을 채워줄 땐 이런 경험을 은퇴하기 전에 한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천전은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겠다, 90분 다 뛰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겼다.

    말한 것처럼 인천전(0-1 패배)이 400번째 경기였다. 아쉽게 졌는데?

    (페널티킥을 내준) 서재민이 경기 끝나고 와서 '형의 400번째 경기인데 제가 이런 실수를 하게 돼 죄송하다'라고 하더라. 내가 개인적인 걸 신경 썼다면 이만큼 경기 수를 채우지 못했을 거로 생각한다. 그냥 리그의 한 경기라고 생각했고, 경기 끝나고도 마찬가지였다. 크게 아쉬운 마음은 없었다.

    400경기를 뛰려면 30경기씩 13년을 넘게 뛰어야 한다. 프로 데뷔 땐 이렇게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할 줄 알았나?

    어떻게 보면 굉장히 건방진 소리일 수도 있다. 프로에 처음 입단했을 때 '앞으로 한 10년 하고 은퇴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있었다. 굉장히 거만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1년 차 때 다치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면서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주변에서는 더 할 수 있다고 말해주지만, 개인적으로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름의 준비는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내 몸 상태와 별개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요즘 워낙 어린 선수들을 많이 찾고 있다. 내 스스로가 몸이 좋다고 해도, 내가 생각하는 것과 외부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를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면 선수 생활을 더 오래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미리미리 준비했던 게 나에게 조금 더 좋게 작용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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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경기를 달성한 비결이 무엇인가?

    사실 선수 생활 초반엔 무조건 뛴다는 생각만 가지고 했다. 내가 팀을 많이 옮기지는 않았지만, 여러 감독님을 경험했다. 그때마다 내가 항상 생각했던 건 '이 감독님은 뭘 좋아하실까?'였다. 살아남으려고 했다. 그래서 프로 생활을 길게 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동료들은 500경기까지 뛰라고 이야기하더라.

    마흔이 넘어가야 한다. (웃음) 동생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같이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받아들인다. 이제는 기회가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00경기 같은 기록보다는 내가 힘이 닿는 데 까지 한다는 게 맞는 것 같다.

    500경기보단 다른 욕심이 있다. 우리 팀이 올 시즌 5경기를 치렀는데 전부 100%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가 연습하고 준비한 게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한 게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올해는 경기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의 목표가 우선이다.

    현역 은퇴라는 그림도 그리고 있나?

    이제는 내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다. 이제는 내가 나의 가치를 보여주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혹시 T인가?) 맞다. (웃음) 동료들도 그런 말을 많이 한다. 선수가 전성기 때 누렸던 영광을 계속 가지고 있다 보면 거기에 젖어서 살게 된다.

    그러면 '내가 이걸 왜 내려놔야 하지? 내가 조건을 왜 줄여야 하지?'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근데 그렇게 해서는 앞으로의 미래가 없다. 결국 선수들이 원하는 건 '1년 더' 다. 그러려면 분명히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게 생길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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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들은 아빠가 축구 선수로 더 뛰길 원할 것 같다.

    사실 별생각이 없었다. 근데 얼마 전에 둘째와 이야기하다가 '아빠가 이제 축구를 그만하면 어떨 것 같아? 아빠 이제 너무 힘들어서 좀 쉬면 어떨까?'라고 물어봤다. 그런데 아들이 안된다더라. (웃음) 더 하라고 하더라. 그냥 지나가는 말로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으니까 '내가 계획했던 것보다는 더해야 하나?' 생각이 들더라.

    올 시즌 이랜드의 출발이 좋다. 현재 K리그2 1위를 달리고 있다.

    기분이 좋다는 표현보다는 다행이라는 마음이 맞는 것 같다. 올 시즌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 자체가 시간이 조금 걸린다. 내부적으로 5~6월 정도 되면 팀이 좋아질 거라고 봤다. 그때까지 승점을 잘 쌓고 싶었는데 선방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이랜드 선수단 연령대가 어려졌다. 주장으로서 어떻게 팀을 이끌고 있나?

    일단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아무리 편하고 친하게 대해줘도 허물어지지 않는 벽이 있다. (약간 무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나?) 맞다. 근데 그걸 억지로 깨려고 하지 않았다. 작년에 일부러 망가지고 다가갔는데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 같았다.

    올해는 그런 부분이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다. 대신 내가 선수들 앞에서 행동을 먼저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했다. 개인적으로 훈련장에서 얼굴을 비치고, 본 훈련 때도 먼저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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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생활을 하면서 K리그2에서 두 번 승격한 경험이 있다. 지난 시즌 이랜드엔 뭐가 부족했나?

    작년엔 리그에서 기복이 너무 심했다. 2연승 넘게 한 적이 없었다. 리그에서 고비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 기회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많았는데 넘지 못했다. 내가 선수들을 잡아주지 못했고, 선수단도 경험이 적다 보니까 기복이 생기지 않았을까. 올해는 우리가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괜찮은 것 같다. 득점력도 괜찮고 순위도 좋다.

    다만 실점이 많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

    맞다. 사실 매 경기 실점하고 있다. 경기 끝나고 나면 난 항상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집에 돌아가서 경기를 리뷰해 보면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분명히 우리가 더 좋은 팀이 되려면 무조건 실점률을 줄여야 할 것 같다. 모두가 고민할 문제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모두가 문제를 본인한테서 찾고 있다. 책임을 따지기 시작하면 팀이 와해된다. 우리 팀 수비수들은 '우리가 더 버텨야 했다', 공격수들은 '우리가 앞에서 더 뛰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분위기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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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시즌 목표는 당연히 승격일 것 같다.

    당연하다. 선수단과 구단도 그렇고 팬들이 너무 원하신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를 해봤기 때문에 자신감은 있다. 그렇지만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고 싶지 않다. 다이렉트 승격을 하고 싶다. 작년에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올해 외국인 선수들도 워낙 좋다. 충분히 다이렉트 승격을 노려볼 만하다. 단, 모든 선수들이 팀을 우선순위로 생각해야 가능할 것 같다.

    개인적인 목표는 부상 없이 무탈하게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내가 팀에서 거의 할아버지다. (웃음) 내가 부상이 없어야 팀에서 이탈을 하지 않고 선수들을 세세하게 잡아줄 수 있다. 주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올해 재미있고 퀄리티가 높은 축구를 선보이면서 많은 선수가 '이랜드로 가고 싶다. 가서 축구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팬들과 함께하는 팀이 되고 싶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매 경기마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런 응원에 선수들이 힘입어서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관중이 많은 경기장에서 뛸 때 더 힘을 내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난 홈에선 지지 않는 축구를 하고 싶다. 팬분들이 많이 경기장에 찾아주시면, 우리가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목표인 승격을 하면서 팬들과 함께 행복한 얼굴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들이 항상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최고의 결과를 내도록 매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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