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으로 3살 아들을 떠나보낸 뒤 아내마저 식물인간 판정을 받아 간병하게 된 남편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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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모야병으로 3살 아들을 떠나보낸 뒤 아내마저 식물인간 판정을 받아 간병하게 된 남편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는 '여섯 부부' 남편이 홀로 출연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만났다.
이날 방송에서는 2008년 결혼해 슬하에 아이 넷을 둔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으나 영상에는 남편만 등장했다. 이에 MC 소유진은 "일상 영상에서 아내 모습이 보이지 않은 건 '결혼 지옥' 최초"라며 놀랐다.
스튜디오에도 아내 없이 남편만 혼자 나왔고, 남편은 "여러 사정이 있어서 아내는 못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남편은 출연 계기에 대해 "박사님 나오는 방송을 우연히 봤는데, 저분이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밤에 내려앉은 마음으로 사연을 보냈다"며 "사실 지금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모야모야병으로 3살 아들을 떠나보낸 뒤 아내마저 식물인간 판정을 받아 간병하게 된 남편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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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영상에서 남편은 셋째 태양이를 위한 전, 산적, 햄버거 등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직접 준비했고, 첫째아들은 아빠를 도와 과자를 챙겼다. 문세윤은 "저건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프로의 솜씨인데?"라고 놀랐다.
남편은 "아이가 3살 때 어린이집에서 좀 이상하다고 했다.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갔더니 모야모야병(모야모야병이란 특별한 이유 없이 뇌 속 특정 혈관이 막히는 만성 진행형 뇌혈관 질환)이라고 하더라. 서울 큰 병원으로 옮겨서 6개월 이상 뇌 수술을 받았다. 관리 잘하라는 진단을 받고 집에 왔다. 떠나기까지 1년 정도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양이에 대해 "잘 웃는 아이였다. 아빠밖에 몰랐다. 제가 막 혼낸 적이 있는데, 엄마가 슬쩍 가서 엄마, 아빠 중 누가 좋냐고 물어도 울면서 아빠가 좋다고 했다. 저를 잘 따르는 아이였다"며 울컥했다.
모야모야병으로 3살 아들을 떠나보낸 뒤 아내마저 식물인간 판정을 받아 간병하게 된 남편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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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셋째 태양이가 좋아했던 것들을 챙겨 나서기 전, 아이들에게 "엄마한테 인사하자"고 했다. 아이들이 인사하러 들어간 안방엔 아내가 병상에 누워있었다.
이어 남편은 "명절 때 부산에 내려갔는데 처형에게 전화가 왔는데 쓰러져서 응급실로 가고 있으니 빨리 오라더라. 뇌의 기능이 다 죽었다. 아내보다 높은 급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아내가 병원에서 1년 반 동안 있었고, 그 이후론 계속 제가 집에서 돌보고 있다. (집에서 간호한 건) 3년 반 정도 된다. 1년 반 동안 서울에 좋다는 병원은 다 다녀봤다. 전기 자극 치료도 받아봤다. 뇌 개선 주사도 소문난 곳에 줄 서서 맞게 해보고 했는데 아내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게 눈으로 보이더라. 이제 (집에)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이 "태양이한테 다녀올게. 태양이한테 잘 얘기할게. 태양이가 엄마 보고 싶다고 하면 다음에 같이 가자"고 하자 아내는 얼굴 근육을 움직이고 눈을 깜빡이며 반응을 보였다. 이를 본 MC 소유진은 "다 들으시나 보다", MC 문세윤 역시 "반응을 다 해주시는데?"라고 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후 5년간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를 집에 남겨두고 남편은 아이들과 셋째 태양이를 만나러 떠났다.
모야모야병으로 3살 아들을 떠나보낸 뒤 아내마저 식물인간 판정을 받아 간병하게 된 남편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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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사연 신청서를 통해 "결혼 생활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자녀 돌봄, 경제 활동 등 막막한 상황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이라며 "아픈 아내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붙잡고 있는 게 맞는지,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들다. 살아갈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남편은 "사연 신청한 것도 사실 제가 너무 궁지로 몰리고, 이것저것 다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거다. 자존심 세울 형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다. 그런 게 아직 남아있으면 신청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는) 제가 하자고 했으면 다 했을 거다. 제가 한다고 하는 거에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 중요한 결정은 항상 저 믿고 다 해줬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연에 오은영 박사와 MC들은 모두 눈물을 쏟았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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