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인도네시아전에 나선 U-17 대표팀 김예건(왼쪽). /AFC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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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 축구가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최근 연령별 대표팀이 그동안 손쉽게 제압했던 약체들에 잇따라 패배를 당했다.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공백이 불러온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17세 이하) 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C조에서 2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국제축구연맹 랭킹 23위)은 약체인 인도네시아(123위), 예멘(158위), 아프가니스탄(160위)과 같은 조인 덕분에 손쉽게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이라는 예측을 받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지난 5일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0대1로 졌다. 인도네시아에 무릎을 꿇은 건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이다. 8일 아프가니스탄은 6대0으로 꺾긴 했지만 1승1패로 인도네시아에 이어 조 2위에 자리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 대회는 오는 11월 열릴 FIFA U-17 월드컵의 예선을 겸하고 있다. 만일 11일 예멘전에서 진다면 조별리그 탈락과 함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U-22(22세 이하) 대표팀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4국 친선대회에서 베트남과 1대1로 비긴 데 이어, 중국에 0대1로 패했다. 8년 만의 중국전 패배. 중국 언론에서는 한국 축구가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이창현 임시 감독은 경기 후 “우승이 아니라 선수 선발이 목적이었다”고 말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U-23(23세 이하) 대표팀은 2024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2-2 무승부에 그치고 승부차기에서 10-11로 지면서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상 궤도에 올라오지 못한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 문제는 아니다. 현재 한국의 어린 선수 자원은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양민혁(19)은 세계 최고 무대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으로 이적해 2부 QPR로 임대됐고, 대전 윤도영(19)은 올여름 브라이턴 입단을 앞두고 있다. 이경현(17·코펜하겐) 김태원(20·포르티모넨세) 등 고등학생들도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다. 배준호(22·스토크시티), 이현주(22·하노버), 김지수(21·브렌트퍼드)도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 축구를 반면교사 삼자”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가게야마 마사나가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최근 기술위원회에서 “한국은 U-17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했다. 과거 한국 축구는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강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없어지고 있다”며 “한국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계심을 늦춘다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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