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끝난 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그린재킷을 입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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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US오픈, 디 오픈,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매킬로이는 마지막 남은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2014년 세 번째 메이저 PGA 챔피언십 제패 이후 11년 만에 커리어 그랜드슬램 꿈을 이뤘다. 매킬로이는 “11년 동안 그랜드슬램에 대한 부담을 안고 이 곳에 왔다”고 했다.
근래 보기 힘든 빅매치였다.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매킬로이와 브라이슨 디섐보는 골프에서 가장 멀리 치는 선수다. 타이거 우즈를 제외하면 최고 인기 선수다. PGA 투어와 LIV의 대표 선수다. 무엇보다 지난해 US오픈 우승컵을 빼앗긴 선수와 빼앗아간 선수였다. 디섐보는 “우리 둘 모두 우승을 간절히 원한다”고 했다. 간절히 원할 때 경기를 망치던 매킬로이가 들으라고 한 발언인 듯도 했다.
샅바 싸움에서 디섐보가 이겼다. 매킬로이는 1, 2번 홀에서 모두 드라이버로 페어웨이 벙커를 넘기려 했지만 두 번 다 볼이 벙커 끝에 잡혔다.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고 버디를 해야하는 파5인 두 번째 홀에서는 파에 그쳤다. 반면 디섐보는 첫 홀 파, 두 번째 홀 버디를 했다. 매킬로이가 2타 차 선두로 시작했지만 2번 홀이 지나서 역전됐다.
결국 디섐보는 아멘코너인 11번 홀에서 훅을 내면서 볼을 래의 개울에 빠뜨렸다. 12번 홀에서도 보기를 했다. 디섐보는 끝났다. 매킬로이는 디섐보를 아멘코너에 묻었다.
매킬로이는 4타 차 선두였다. 승부는 사실상 끝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2025년 마스터스 매킬로이 드라마 1부에 불과했다.
매킬로이는 2온이 가능한 파 5인 13번 홀에서 완벽한 티샷을 쳤는데도 안전하게 잘라갔다. 디섐보와 싸운 용감한 매킬로이 대신 또 다른 매킬로이가 나온 것 같았다. 세 번째 샷은 약 80야드에 불과했다. 핀이 개울 옆에 붙어 있었지만 왼쪽으로 흐르는 경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샷은 아니었다.
세 홀에서 네 타를 잃으면서 이날 버디 10개를 잡고 쫓아온 저스틴 로즈에게 리드를 빼앗겼다. 매킬로이 비극의 드라마가 다시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때 다시 용감한 매킬로이가 나왔다.
파5 15번 홀. 기회와 위기가 혼재하는 이 홀에서 매킬로이는 티샷을 332야드나 보냈으나 약간 왼쪽이었다. 소나무가 가리기 때문에 2온을 시도하기 어려운 위치였다. 놀랍게도 매킬로이는 2온을 시도했다.
무모한 샷으로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 더 밀리면 돌이킬 수 없다는 용기와 결단이 느껴졌다. 매킬로이는 7번 아이언으로 힘차게 스윙을 하자마자 공을 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원하는 샷을 쳤다는 뜻이었다. 오른쪽으로 출발한 볼은 방향을 왼쪽으로 바꿔 홀 쪽으로 따라갔다. 매킬로이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연장 첫 홀에서 또 다른 매킬로이가 나온 듯 했다. 두 번째 샷을 50cm에 붙여 버디를 잡고 결국 우승했다.
매킬로이는 1935년 진 사라센, 1953년 벤 호건, 1965년 게리 플레이어, 1966년 잭 니클라우스, 2000년 타이거 우즈에 이어 여섯 번째로 프로 메이저대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우즈 이후 25년 만이고 21세기에서는 처음으로 그랜드슬래머가 됐다.
버디 퍼트를 넣은 후 매킬로이는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매킬로이는 축하를 받다가 “그린재킷 입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오늘 아침 너무나 긴장됐다. 첫 홀 더블보기를 한 후 몇 년 전 첫 홀 더블보기를 하고도 우승한 존 람이 생각나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다. 오늘 여러 번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이겨냈다”고 말했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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