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과 황희찬의 '코리안 더비'로 기대를 모았던 토트넘 홋스퍼와 울버햄튼의 경기는 최악이었다.

손흥민은 명단에서 제외됐고, 황희찬은 교체로 출전해 짧은 시간을 소화했다. 손흥민이 빠진 가운데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울버햄튼에 무려 네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하는 토트넘은 13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튼과의 2024-25시즌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4로 패배했다.

승점을 쌓지 못한 토트넘은 승점 37(11승4무17패)에 머무르며 리그 15위를 유지해 16위 울버햄튼, 17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가 2점으로 좁혀졌다. 토트넘을 상대로 승리를 따낸 울버햄튼은 승점 35(10승5무17패)를 마크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리그 16위로 올라섰다.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과 울버햄튼에서 활약 중인 황희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 경기는 경기에 앞서 손흥민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작도 하기 전부터 힘이 빠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의하면 손흥민은 발에 타박상을 입어 명단에서 제외됐다.



손흥민이 빠진 토트넘은 4-2-3-1 전형을 꺼냈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문을 막았고, 제드 스펜스, 벤 데이비스, 크리스티안 로메로, 아치 그레이가 수비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브 비수마와 파페 사르가 3선을 책임졌고, 마티스 텔, 제임스 매디슨, 브레넌 존슨이 2선에서 최전방의 도미니크 솔란케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손흥민 대신 로메로가 주장 완장을 착용했다.

울버햄튼은 3-4-2-1 전형으로 맞섰다. 주세 사가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고, 토티 고메스, 에마뉘엘 아그바두, 맷 도허티가 백3를 구축했다. 라얀 아이트 누리, 안드레, 주앙 고메스, 넬송 세메두가 중원에 배치됐다. 장리크네르 벨레가르드와 마셜 무네치가 요르겐 스트란 라르센을 지원하며 토트넘 골문을 노렸다. 황희찬은 벤치에 앉았다.

주중 열린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전을 고려해 1.5군으로 선발 명단을 구성한 토트넘은 경기 시작 후 1분 25초 만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울버햄튼의 프리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을 비카리오가 쳐냈지만, 멀리 가지 않은 공을 아이트 누리가 강력한 왼발 발리 슛으로 연결한 것이 한 차례 굴절된 뒤 토트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른 시간 실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토트넘은 전반 6분 수문장 비카리오의 킥 미스로 또다시 아찔한 상황을 초래했다. 득점 기회를 잡은 울버햄튼의 최전방 공격수 스트란 라르센의 슈팅이 빗나가지 않았다면 추가 실점을 내줄 수도 있었다.

위기를 넘긴 토트넘은 점차 점유율을 높이면서 동점골을 노렸다. 그러나 토트넘은 점유율과 별개로 효율적으로 공격을 전개하지 못한 탓에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전반 21분 비수마의 과감한 중거리슛과 전반 37분 존슨의 회심의 터닝슛이 모두 울버햄튼 골문 쪽으로 향하기는 했으나, 비수마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존슨이 때린 슈팅은 위로 떴다.

오히려 슈팅 숫자에서는 울버햄튼과 대등한 수치를 유지하며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몇 차례 울버햄튼의 공격에 휘청이던 토트넘 수비진은 전반 38분 자책골로 다시 한번 붕괴됐다. 울버햄튼 측면 수비수 아이트 누리가 올린 크로스를 비카리오가 쳐낸 것이 스펜스에게 맞고 토트넘 골라인을 넘은 것이다.



중원 싸움에서 밀린다고 판단한 토트넘은 후반 10분 사르와 비수마를 루카스 베리발, 로드리고 벤탄쿠르로 교체했다. 후반 14분 임대생 텔이 추격골을 터트리며 교체카드가 효과를 보는 듯했으나, 후반 19분 주장 로메로의 치명적인 실수로 추가 실점을 허용하면서 또다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로메로가 수비 지역에서 공을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하자 아이트 누리가 압박을 통해 빼앗았다. 아이트 누리는 골문 쪽으로 침착하게 컷백 패스를 보냈고, 이를 쇄도하던 스트란 라르센이 빈 골문에 툭 차 넣으며 토트넘 골망을 갈랐다.

격차가 3-1로 벌어지자 울버햄튼은 스트란 라르센과 아이트 누리를 로드리고 고메스, 마테우스 쿠냐와 교체해 주도권 굳히기에 나섰다. 토트넘은 후반 30분 솔란케와 매디슨을 히샬리송, 데얀 쿨루세브스키로 바꿔 공격에 변화를 줬다. 후반 38분에는 벤치에 앉아 있던 황희찬이 투입됐다.

토트넘의 승부수였던 히샬리송은 후반 40분 코너킥에서 헤더로 득점을 만들어내며 추격의 불씨를 되살렸다. 그러나 울버햄튼은 금세 추가골을 기록해 다시 토트넘의 추격을 따돌렸다.

이번에도 토트넘의 실수에서 나온 실점이었다. 미드필더 베리발이 무리하게 공을 몰고 올라가다가 빼앗겼고, 울버햄튼의 에이스 쿠냐가 일대일 상황에서 깔끔한 마무리로 경기에 쐐기를 꽂았다. 결국 경기는 토트넘의 2-4 참패로 끝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즌 토트넘이 부진한 이유로 손흥민을 꼽았지만, 정작 손흥민이 결장하니 토트넘의 경기력은 더욱 심각했다. 오히려 공격 상황에서 손흥민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토트넘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성적을 포기하고 UEFA 유로파리그에 전념하고 있기는 하나, 강등권을 제외한 최하위인 17위와의 승점 차가 2점으로 좁혀졌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1-1로 비긴 토트넘이 4강 진출에 실패한다면 더욱 절망적인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프리미어리그가 7경기나 남았기 때문에 향후 결과에 따라 토트넘은 리그 17위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위로 리그를 마감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