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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월)

'김연경 딜레마' 직면한 韓 배구, 여제의 따끔한 제안 "노력 안 해도 고연봉? 차리리 외인 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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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정규 리그 MVP를 수상한 김연경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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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의 위대한 여정이 드디어 마무리됐다. 김연경(37·흥국생명)이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에 오르며 선수 생활의 마지막 일정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러나 김연경이 떠난 한국 배구는 엄청난 공백을 이겨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연경은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MVP에 등극했다. 배구 기자단 투표에서 31표를 모두 얻어 역대 2번째 만장일치 MVP에 올랐다.

30대 후반에도 김연경의 지난 시즌 존재감은 대단했다. 정규 리그 퀵오픈 성공률 1위(54.47%), 공격 성공률 2위(46.03%), 후위 공격 성공률 3위(43.97%), 오픈 공격 성공률 5위(36.43%), 득점 7위(585점), 서브 8위(세트당 0.23개)에 리시브 효율 전체 2위(41.22%)까지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정관장과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외국인 선수 대신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김연경은 5경기 133점, 평균 26점이 넘는 득점력을 과시했고, 공격 성공률은 46%가 넘었다. 세트당 블로킹 0.65개, 디그 3.39개까지 수비에서도 빛났다.

김연경의 스타성은 흥행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배구연맹이 15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시즌 최다 관중과 최고 시청률 경기는 김연경의 마지막 현역 출전 경기인 여자부 챔프전 5차전이었다. 6082명이 몰린 이 경기는 시청률도 3.08%를 찍었다.

역대 2위의 시청률이다. 2023년 4월 6일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챔프전 5차전 3.40% 다음인데 이 경기 역시 김연경이 뛰었다. 지난 시즌 시청률 5위 안에 든 경기는 모두 김연경의 흥국생명이 포함됐다.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5차전 경기. 세트 스코어 3 대 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의 김연경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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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향으로 여자부 평균 시청률은 1.25%로 역대 2위였다. 2020-2021시즌이 1.29%로 가장 높았는데 김연경이 오랜 해외 리그 생활을 마치고 도쿄올림픽을 고려해 시차가 없는 국내로 복귀한 시즌이었다.

반면 남자부 평균 시청률은 2018-2019시즌부터 6시즌 연속 떨어졌다. 2018-19시즌 1.11%에서 0.83%, 0.81%, 0.75%, 0.62%, 0.56%, 0.54%로 하락했다.

V리그 관중은 59만8216명으로 이전 시즌(58만6514명)보다 2% 정도 늘었다. 남자부는 2.3%, 여자부는 1.8% 증가했다. 다만 평균 관중은 남자부가 1948명, 여자부가 2545명이다.

다만 지난 시즌 관중이 정점을 찍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언급한 대로 '김연경 효과'가 다음 시즌부터 사라지기 때문이다. 최고 스타가 빠진 데다 김연경과 챔프전에서 호각을 다툰 인도네시아 출신 아시아 쿼터 메가도 정관장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 배구의 숙제다. 김연경도 이런 점을 걱정하고 있다. 시상식 뒤 인터뷰에서 김연경은 내년 시즌 흥행에 대해 "사실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 "갑자기 급격하게 줄어든다 생각은 못 하겠지만 분명 관심도는 떨어질 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장 김연경을 대신할 스타가 없다. 물론 김연경이 세계 최고 선수로 군림해 비교 자체가 어렵지만 현재 국내에는 차세대 간판으로 꼽을 만한 선수도 드물다. 당장 김연경과 절친 김수지(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2021년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만든 황금 세대가 빠진 대표팀은 국제 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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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도 "나같은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면서도 "더 훌륭한 선수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려움도 있다"고 짚었다. "워낙 배구 유소년 풀이 적다"면서 "시스템도 부족한데 보완이 많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후배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김연경은 "당연히 잘 하면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하지만 (국내) 선수층이 엷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조건으로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다"면서 "경쟁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승 확정 뒤 인터뷰에서도 김연경은 "어린 선수들이 눈에 보이는 화려한 플레이를 좋아한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프로 생활의 절반 이상을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에서 보낸 김연경이지만 오히려 후배들의 해외 진출보다 외국인 선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연경은 "해외 진출은 당연히 좋다"면서도 "그러나 국내 선수들의 실력도 있고, 구조적으로 나가는 게 어렵다면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서 리그 수준을 올리는 것도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연경은 또 "국내 선수들끼리 경쟁이 안 되면 동기 부여가 돼야 하지 않나"면서 "좋은 외국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다 보면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진출도 쉽지 않을 만큼 좀처럼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의 실력을 에둘러 언급하면서 리그 수준 향상을 위한 해법도 제시한 것이다.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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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김연경은 일단 쉬면서 한국 배구를 위한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김연경은 "리그에 이벤트와 외국인 선수를 늘린다든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당장 김연경은 소속팀 흥국생명의 어드바이저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등에도 참여한다.

V리그뿐 아니라 한국 배구 전체를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김연경은 "국제 경쟁력이 중요한데 대표팀 선수들 어떻게 성장해서 LA와 멜버른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지를 봐야 한다"면서 "미래를 위해 계획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여자 배구는 도쿄올림픽 이후 파리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남자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올림픽 본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배구 여제가 떠난 한국 배구가 과연 제2의 김연경과 같은 대형 스타를 배출할 수 있을까. 김연경은 떠났지만 본인 역시 한국 배구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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