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

8일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2위로 달리고 있던 린샤오쥔을 밀어주는 듯 오른손을 사용하는 3위 순룽. 이후 린샤오쥔은 선두에 있던 박지원을 제쳤고,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TV 중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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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막 둘째날, 한국이 금메달 5개 중 4개를 싹쓸이한 쇼트트랙에서 중국 선수들의 ‘나쁜 손’이 수차례 등장했다. 특히 남자 500m에서는 이른바 중국의 ‘신종 나쁜 손’에 한국 선수들이 이날 금메달을 싹쓸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9일 남녀 1000m와 계주 등 4개 종목에서 추가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상황은 8일 열린 남자 500m 결승에서 2바퀴를 남기고 벌어졌다. 당시 3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의 순룽이 앞서 달리던 린샤오쥔을 뒤에서 손을 대고 밀어준 사실이 포착됐다. 이때 박지원에 이어 2위에 있던 린샤오쥔은 계주 경기를 하듯 밀어준 순룽으로부터 추진력을 얻은 듯 순식간에 치고 나섰다. 이어 역전에 성공한 린샤오쥔은 박지원을 제치고 맨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지원은 2위, 함께 플레이한 다른 한국 선수 장성우는 3위에 올랐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으로 개인전에서는 다른 선수의 도움 없이 ‘개인 플레이’만 가능하다. 그러나 순룽의 교묘한 플레이를 심판진이 현장에서 포착하지 못했고, 반칙 선언 없이 그대로 경기 결과가 인정됐다. 쇼트트랙에서는 보통 다른 선수를 밀거나 방해하는 것을 두고 ‘나쁜 손’이라고 비유하는데 같은 팀 선수를 밀어주는 ‘신종 나쁜 손’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이번 경기 이후 뒤늦게 제기됐다.

8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박지원이 역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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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남자 1500m 결승에서도 ‘나쁜 손’이 있었다. 3바퀴를 남겨놓고 박지원의 뒤를 추격하던 순룽이 오른팔로 밀치는 상황이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방해에 박지원은 흔들리지 않고 버텼다. 오히려 손을 쓰던 순룽이 균형을 잃었고 이후 메달권에 들지 못한 채 6위로 마쳤다. 박지원은 해당 상황에 대해 “(순룽이 밀었을 때) 끝까지 버티고 한 번 더 움직였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또 여자 1500m 결승에서도 3바퀴를 남기고 김길리에게 추월을 허용하던 양징루가 코너에서 갑자기 미끄러졌다. 이때도 김길리를 잡으려는 듯 오른팔을 뻗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행히 김길리는 잡히지 않고 그대로 나가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하마터면 ‘나쁜 손’에 함께 넘어질 뻔 한 아찔한 상황이 생겼다.

앞서 한국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중국 선수들의 비매너 플레이에 수차례 어려움을 맞았다. 여러 선수가 엉키는 상황이 생기는 쇼트트랙에서 도를 넘은 반칙성 플레이로 오랫동안 문제를 일으켰다. 중국 여자 팀 베테랑 판커신은 잦은 반칙으로 한국 팬들 사이에서 ‘반칙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는 중국 선수들의 비매너 플레이와 심판진의 편파 판정이 더해 ‘눈 뜨고 코베이징 대회’로 희화화되기도 했다. 9일 이번 대회 쇼트트랙 최종일에 화려한 피날레를 기대하는 한국 쇼트트랙대표팀으로서는 막판까지 ‘나쁜 손’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얼빈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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