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앞 오열 장면…"맞다, 박보검 연기 잘했지"
소녀를 사랑하던 소년에서 아버지가 되는 과정 섬세하게 표현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새 얼굴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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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폭싹 속았수다'가 우리네 부모들의 이야기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청년을 넘어 '아버지'라는 새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박보검이 든든하게 자리했다.
지난 7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문소리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박해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시리즈다.
작품은 제주에서 함께 나고 자랐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애순과 관식, 그들의 순수했던 10대 시절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청년 시절, 인생이 던진 숙제와 맞부딪히며 세월을 겪어 낸 중장년 시절까지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다채롭게 그리며 호평을 얻고 있다.
사실 박보검에게 '폭싹 속았수다'는 중요한 시점에 공개되는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입대 전 출연했던 영화 '서복'과 전역 후 3년 만의 복귀작 '원더랜드'가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며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2025년 넷플릭스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 '폭싹 속았수다'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평가의 기준이 높을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그동안 '응답하라 1988' '구르미 그린 달빛' '남자친구' '청춘기록' 등 주로 청년의 얼굴을 보여줬던 박보검이 이번에도 시대만 달라질 뿐 같은 결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했다.
그러나 '폭싹 속았수다'의 뚜껑을 열자 박보검은 이러한 반신반의를 불식시켰고 오히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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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은 극 중 운동도 장사도 어떤 힘든 것도 군소리 없이 해내는 양관식 역을 맡았다. 무쇠처럼 우직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유리처럼 투명하다. 투박하고 서툴러 쩔쩔매면서도 애순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믿음 하나로 용감하게 삶과 맞선다.
작품을 보고 나니 더 와닿는 박보검의 캐릭터 해석이었다. 꽃 한 송이를 피워내기 위해 사랑과 행복으로 긴 겨울을 버텨내는 농사꾼 양관식이 작품 초반 시청자 유입을 도왔다.
사실 분량이 많은 건 아니다. 애순과 금명으로 1인 2역을 소화 중인 아이유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그마저도 작품 자체가 애순의 엄마 전광례(염혜란 분)부터 딸 금명까지 이어지는 세 모녀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보니 박보검이 포커스를 받는 장면은 많지 않다.
양관식이 중년이 되는 2막 중반부터는 박보검의 모습을 더욱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보검은 어리숙한 소년이 청년이 되고 가족을 책임지는 아버지가 되는 일련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많은 이들에게 여운을 안겼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순박한 소년이 든든한 아버지가 돼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얻었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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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애순을 향한 순애보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일례로 어선을 장만한 기념으로 잔치를 벌이는 동안에도 애순에게만 시선을 고정하다 응급 상황이 되자마자 바로 달려가는 장면 등 항상 애순이 먼저인 양관식의 모습은 잔잔하지만 든든하다.
2막에 들어서며 박보검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6회에서 관식은 막내 아들 동명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닥뜨린다. 애증의 바다 앞에서 '무쇠가 무너졌다'는 내레이션에 파도 소리마저 덮어버린 박보검의 오열 연기가 더해지며 안방극장에 더욱 묵직한 감정을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아들의 사망신고서를 직접 쓰며 다시 한번 무너져 내리는 동사무소 장면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이유 등 많은 이들과 함께 만들어낸 앞선 장면과 달리 동사무소 장면에서는 부러졌지만 끝내 우뚝 솟아있는 검지처럼, 무너지더라고 결국 꼿꼿하게 버텨내야 하는 관식의 모습을 박보검은 오롯이 자신의 감정 연기만으로 완성했다.
이처럼 큰 제스처나 대사량이 많지 않은 캐릭터의 모습을 덤덤하게 쌓아 올리더니 감정 폭발 장면으로 큰 한 방을 남긴 박보검이다. 덕분에 시청자로서는 관식의 서사를 따라가며 몰입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박보검에게서 '우리네 아빠의 얼굴'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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