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1·2세트 내주고도 3·4·5 세트 따내며 챔프전 첫 승
"남자친구에게 한 경기만 보여줄꺼야?" 맞춤형 접근
4일 오후 대전 중구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2로 승리한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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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안영준 기자 =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이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한 '맞춤형' 한 마디가 있었다.
정관장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2024-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1-25 34-36 25-22 25-19 15-11) 역전승을 거뒀다.
원정서 열린 1·2차전을 연달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던 정관장은 3차전에서도 1·2세트를 패했다. 하지만 한 세트만 더 잃으면 끝나는 위기에서 기적처럼 기사회생,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여기엔 '명장' 고희진 감독이 선수 맞춤형으로 일깨워준 격려가 있었다. 우선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에게는 두려움을 없애줬다.
4일 오후 대전 중구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정관장 부키리치가 스파이크 공격을 하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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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리치는 정관장의 에이스지만 지난 2차전에서는 무려 15개의 범실을 냈다. 특히 공격 범실이 10개였다.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지만 부키리치의 공격이 득점이 아닌 범실로 이어지면서, 정관장은 마지막 순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고희진 감독은 "부키리치의 두려움과 부담을 없애는 게 중요했다. 부키리치에게 다가가 '그냥 넘기면 어차피 상대 공격이 강해 실점한다. 두려워 말고 마음껏 때리라'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부키리치는 3~5세트 승부처마다 과감한 스윙으로 득점, 역전의 주역이 됐다.
부키리치는 경기 후 "이후 스스로를 믿기 시작했고, 잘 안되더라도 때리기 시작하니 점수가 났다"며 웃었다.
4일 오후 대전 중구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2로 승리한 정관장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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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감독은 또 다른 에이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에게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평소 위트 넘치는 고희진 감독답게 농담이 섞였지만, 마냥 실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날 메가는 두 차례나 서브 라인 범실을 범하는 등 중압감 큰 승부 속에서 긴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 한 경기만 보여주지 말자고 툭 던진 한 마디는 새로운 동기부여를 주는 한편 긴장을 덜어내는 데 특효였다.
메가(오른쪽)와 메가의 남자친구(KOVO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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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희진 감독은 두 세트를 내주며 패색이 짙었을 때, 3세트를 하기 전 선수들에게 "그냥 한 세트만 딱 더 해보자. 이대로 끝나면 아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고희진 감독은 2연패에 주축 줄부상으로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은 선수들을 위해, 직접 '개그맨' 역할까지 자처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이날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나오는 유행어를 인용해 "극복~"이라는 말과 익살스러운 제스쳐를 준비, 경기 전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무거운 분위기 속 부담감까지 느낄 선수들을 위한 묘수였다.
그는 "선수들이 한 번이라도 더 웃고 마음 편하게 먹으라는 의미였다"고 했는데, 이것도 효과가 있었다.
염혜선은 "감독님이 아침부터 만날 때마다 '극복' 제스쳐를 선수들에게 계속 보여줬다"면서 질색했지만, 표정은 밝게 웃고 있었다.
4일 오후 대전 중구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정관장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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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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