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전반 내내 중계 카메라가 손흥민만 잡았다.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기대에 충족하듯 로스앤젤레스FC(LAFC) 데뷔전에서 팀을 패배에서 구해냈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브리지뷰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S 서부 콘퍼런스 27라운드 시카고 파이어FC와 원정경기에서 후반 그라운드를 밟았다. 투입 15분 만에 값진 페널티킥을 유도하면서 2-2 무승부에 기여했다.

손흥민이 지난 7일 LAFC 입단 발표 후 사흘 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당초 MLS를 누빌 수 있는 P-비자와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으나 LAFC가 단숨에 해결하면서 시카고 원정길에 올랐다.

손흥민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LAFC에서 훈련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기에 벤치에서 MLS의 템포와 스타일을 눈에 익히려 했다. MLS는 경기보다 손흥민에게 더 집중했다. 전반 내내 손흥민의 표정을 살피려는 듯 중계 카메라가 반복해서 노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이라는 자막도 달면서 미국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대단한 관심을 표했다.

손흥민은 전반 25분이 지난 시점부터 몸을 풀었다. 동료와 가벼운 대화를 곁들이면서 미소 속에 출전 준비를 했다. 현지에서의 기대감이 상당해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될 것처럼 보였으나 일단은 무리하지 않고 대기했다.

손흥민이 데뷔전을 준비하는 사이 LAFC는 4-3-3으로 시카고를 상대했다. 티모시 틸만을 최전방에 두고 나단 오르다스와 다비드 마르티네스를 좌우 윙포워드로 배치했다. 2선에는 마크 델가도, 이고르 제수스, 마티유 초니에르가 호흡을 맞췄다. 포백에는 라이언 홀링스에드, 에디 세구라, 은코시 타파리, 세르히 팔렌시아가 섰다. 골문은 주장이자 토트넘 시절 손흥민 동료였던 위고 요리스가 지켰다.

LAFC는 시카고와 팽팽하게 맞섰다. 킥오프 이후 잠시 볼 점유율을 높여갔으나 전반 11분 코너킥에서 카를로스 테란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흐름이 넘어갈 무렵 LAFC도 세트피스로 응수했다. 전반 19분 마르티네스가 올려준 코너킥을 홀링스헤드가 머리로 받아넣었다. 상대 골키퍼가 마지막까지 손을 뻗어 걷어냈으나 골 라인을 이미 넘었다는 판단에 동점골로 인정됐다.

두 팀은 초반에 한 골씩 주고받으며 불꽃이 튀었으나 장시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렇다할 결과물 없이 전반 남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LAFC는 후반 들어 올 시즌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는 데니스 부앙가를 투입하며 칼을 꺼냈다.

마침내 손흥민까지 투입했다. 1-1이 유지되던 후반 15분 마르티네스를 대신해 들어갔다. 손흥민의 위치는 스리톱의 중앙 공격수였다. 토트넘과 국가대표팀에서 종종 활용됐던 '손톱'으로 첫 호흡을 터뜨렸다. 슈팅도 빨리 시도했다. 투입 6분 만에 오르다스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에서 왼발 슈팅을 때렸다. 아쉽게도 강도가 약했다.

LAFC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후반 21분 손흥민의 패스미스가 빌미가 돼 시카고에 다시 실점했다. 아직 호흡이 맞지 않는지 손흥민의 패스는 동료 움직임과 너무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이를 잡은 시카고가 바로 공격으로 전개해 조나단 밤바가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분주히 움직였다. 측면 크로스에 힐킥으로 슈팅을 시도하거나 수비 뒷공간을 허물며 내달리기도 했다. 후반 30분 손흥민이 바로 페널티킥을 만들어냈다. 상대 수비수 테란이 손흥민의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하고 박스 안에서 무리하게 태클했다. 주심은 당초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으나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원심을 바꿨다.

손흥민은 직접 페널티킥을 처리하지 않았다. LAFC의 규정을 존중해 전담 키커인 부앙가에게 맡겼다. 부앙가는 차분하게 성공해 2-2를 만들었고, 곧장 손흥민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LAFC는 정규시간 이후 9분이나 주어진 추가시간까지 시카고와 2-2를 유지해 10승 7무 6패 승점 37점을 기록하게 됐다. 서부 콘퍼런스 15개 팀 중 5위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