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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는 축구 아예 몰라…사랑받을 수 없던 사람" vs "그럼에도 기민한 사업가이자 훌륭한 회장, 후임자 넘어서기 힘들 것" 토트넘 1티어 '레비의 사람들' 밀착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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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다니엘 레비(63)를 잘 아는 전현직 '토트넘인들'이 레비의 사람됨을 일러줘 눈길을 모은다.

    영국 '풋볼 런던'에서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며 내부 사정에 밝은 알레스데어 골드는 8일(이하 한국시간) "지난 수년간 레비와 일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 그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마주하게 된다. 후회하는 듯한 미소와 찡그린 얼굴, 그리고 한숨.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는 승인까지 레비를 설명하는 문장은 참으로 다양하다"고 적었다.

    "토트넘 홋스퍼 회장직을 25년 만에 물러난다는 그의 발표는 구단 안팎으로 거대한 충격을 안겨 줬다. 지난 세월 스퍼스를 현대화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세세하고 꼼꼼한 관리로 새 경기장의 문 손잡이 하나까지 직접 설계해 챙기던 63살의 회장은 이제 북런던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재임 말년에는 영입한 선수가 피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짠물 협상' 성공이 가져다주는 짜릿함에 더 신경 쓰는 '비상식적' 인물로 묘사된 측면이 적지 않다.

    골드 기자는 "그래서 더욱 균형 잡힌 시각으로 레비를 설명하고 싶었다" 귀띔했다. 사반세기 동안 그와 함께 일하거나 일했던 사람을 직접 만나 '레비는 어떤 인물이었나'를 질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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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2007년 토트넘 사령탑을 지내 이영표와도 한솥밥을 먹은 마틴 욜(69, 네덜란드)은 "레비는 사랑받을 수 없던 사람이었다. 스스로 타인과 거리를 뒀다. (내가 토트넘을 떠나고) 지난 18년간 그는 단 한 번도 내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네덜란드에 관심이 있는 선수가 있든 없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비는 '사름들과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된다'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소수의 사람에게만 의지했던 남자였다. 다만 그럼에도 그는 정직한 사람이었다. 정말로 정직했다. 교육도 잘 받았고 남에게 절대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축구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 레비는 사업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이게 100% 진실"이라며 "상업적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지만 그의 밑에서 일하는 스카우트는 끔찍했을 것"이라며 '짠돌이 레비'로 인해 속을 끓여야 했던 토트넘 스카우트진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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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을 요구한 전직 토트넘 인사는 "여러 결점에도 불구하고 레비는 훌륭한 회장이었다. 후임자가 그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레이첼 마틴 토트넘 홋스퍼 서포터스 트러스트(THST) 대표는 "레비는 매우 기민한 사업가로 스퍼스 재정을 혁신적으로 안정화시킨 인물이다. 그는 진정한 토트넘 팬이었다"면서도 "다만 우리는 그가 토트넘 팬들의 경험과 관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 노력이 제대로 관철됐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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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국적인 레비는 2001년 토트넘 회장으로 부임했다. 캐릭터가 확실했다. 특유의 집요한 협상 태도와 낮은 선수단 주급 체계 등으로 유럽 축구계를 대표하는 '짠돌이'로 이름을 얻었다.

    이 탓에 호불호가 조금 갈렸다. 재임 말년에는 팬들 비판 목소리가 등등했다. 저비용 고효율 기조를 고집해 구단 영화(榮華)에 해가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홈구장인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 관중석엔 '레비 아웃(Levy OUT)' 손팻말이 넘실댔다.

    팬들 염원이 현실이 된 가운데 레비 회장은 고별사에서 "걸어온 길이 항상 순탄했던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커다란 발전이 함께한 여정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토트넘을 열정적으로 응원할 것"이라며 애락을 고스란히 녹인 작별 인사를 건넸다.

    레비 회장 사임으로 스퍼스는 '대변혁 시대'에 돌입했다. 현지 언론 평가는 묘하게 엇갈린다. 21세기 첫 사반세기 동안 토트넘을 이끌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6 반열에 올려놓은 '성공한 회장님'에서부터 현재 스퍼스가 안고 있는 온갖 구조적 문제를 뿌리내리게 한 원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론이 봇물을 이룬다. "토트넘 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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