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찾은 美 독립 레이블 가지 샤미 CEO
켄트릭 라마 유통·앤더슨 팩, 샤부지 소속
K-팝 완성도, 美 음악 실험성 만나면 시너지
가지 샤미 미국 독립 레이블 엠파이어 최고경영자는 “지금의 K-팝은 이보다 더 글로벌 주류일 수 없다”며 “K를 떼도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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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블랙핑크 로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K-팝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 그리고 BTS….
“K-팝은 더 이상 소수가 열광하는 하나의 장르를 의미하지 않아요. 이보다 더 글로벌 주류일 수 없죠. K를 떼도 될 정도로 글로벌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했어요. 정말 미쳤어요.”
IT기업이 밀집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 자리한 대형 독립 음반사이자 레이블인 엠파이어의 가지 샤미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방문만 벌써 5번째. 이번엔 더 특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연 ‘뮤콘(MU:CON) 2025’의 기조 강연차 방한했다. 최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가지 샤미 대표는 “보통 강연이 있을 때 따로 인터뷰를 잡지 않는데 한국을 너무나 좋아하고, 한국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싶어 시간을 냈다”며 웃었다. 그의 사촌 동생이 한국인 배우자를 맞기도 했다.
“K-팝 완벽주의에 실험성 더하면 새 시장 열릴 것”
50센트, 켄트릭 라마부터 스눕독, 카디비, 앤더슨 팩, XXX텐타시온, 올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9주 연속 1위를 한 흑인 컨트리 가수 샤부지까지.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며 엠파이어와 딱 맞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그는 주류 팝 시장에서 ‘선견지명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워낙 쟁쟁한 거물 아티스트가 그와 함께 일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 가수로는 최근 빅뱅의 지드래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샤미 대표는 지드래곤을 “대스타(Mega star)이자 문화적 지표 같은 존재”라고 했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의 홍콩, 대만, 중국 등 중화권 배급도 담당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날 역시 샤미 대표는 “한국에서 무수히 많은 아티스트를 만나고 있고 오늘도 아주 많은 미팅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로의 브랜드 가치를 이해할 수 있고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 아티스트를 영입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생각에 한국 대중음악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엠파이어에선 주로 라디오에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아티스트, 길거리에서 만난 아티스트부터 발굴한다. 아티스트 육성 전략에 있어선 완전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내는 회사다.
샤미 대표가 보는 K-팝의 특징은 명확하다. 그는 “K-팝과 힙합의 존재 방식과 작업 방식은 매우 다르다”며 “힙합은 조금 더 자연발생적으로 음악이 만들어지는 반면, K-팝은 정확한 공식, 방식으로 빌드업된 음악”이라고 했다. 때문에 그는 “아티스트의 주체성, 창작자의 자유가 두드러지는 힙합 장르에 몸담은 내게 K-팝이 각광받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다”고 했다.
가지 샤미 엠파이어 최고경영자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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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K-팝을 ‘완벽주의 음악’이라고 했다. “훌륭한 엔지니어링, 뛰어난 작곡과 편곡은 물론 곡의 구성과 형식, 흠잡을 데 없는 노래 실력”으로 ‘완벽하게’ 직조한 세계라는 생각이다. 다만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음악엔 늘 새로움이 필요하다”며 “K-팝의 완벽주의에 힙합과 같은 미국 음악의 실험성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시장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샤미 대표도 주목하는 콘텐츠다. 특히 걸그룹 헌트릭스의 노래를 만들고 부른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이재, 미국 힙합계가 주목한 오드리 누나와 레이 아미는 샤미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다. 그는 “헌트릭스의 ‘골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써진 곡이고 이재는 경이로운 작가이자 가수이며 오드리 누나와 레이 아미는 놀라운 래퍼이자 가수”라며 “정말 매력적이다. 내 아이들은 요즘 이 노래를 하루 종일 부른다”고 말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는 독특하다. 대부분 영어 가사로 쓰인 곡이나, K-코드를 살리기 위해 한국어 가사도 등장한다. 샤미 대표는 그것이 음악 청취를 가로막는 벽이 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스포티파이에서 노래 가사를 보면 한국어 단어가 포함돼 있지만, 그 뜻을 모른다 해도 멜로디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마음을 움직인다”며 “그것이 K-팝에서 K를 떼고 팝 음악이라고 불러도 되는 이유”라고 했다.
“이미 5년 전부터 K-팝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어요. 지금 제 마음속에서 가장 멋진 팝 음악은 한국의 음악이에요. 지속 성장을 해온 현재의 시점에서 보기에 K-팝은 후퇴의 여지가 없어요. 앞으로 더 성장할 거라 생각해요”
“아티스트는 동등한 파트너”…美 주류 시장 트렌드 만들어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10대 후반 힙합 음악에 발을 들인 가지 샤미 대표는 낮에는 실리콘밸리의 IT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을 하며 음악의 꿈을 키웠다. 엠파이어는 독특한 회사다. 레이블로는 아티스트와 소속사의 수익 분배를 뮤지션 중심으로 나누도록 했다. 애초 이 회사의 출발이 “뮤지션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엠파이어는 아티스트 영입을 신중히 하고, 서로의 ‘브랜드 가치’를 염두한다.
그는 “50%의 비율이 (회사 입장에서) 반드시 좋은 수익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재정적 책임감을 가져야 하나, 중요한 것은 예술가가 회사를 파트너처럼 느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아티스트가 자신들이 이용당하는 것이라 느끼지 않고 위계에 의한 관계가 아닌 예술가가 회사를 동등한 파트너로 느끼기 위해서는 50% 정도의 비율은 돼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대신 수익 모델은 다양하다. 음반 유통과 퍼블리싱(출판), 머천다이저까지 제작한다.
“아티스트는 운전자이고, 우리는 그들의 내비게이션이에요. 그들이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독려할 뿐만 아니라 목적지까지 어디에 교통체증이 있는지 파악해 지름길을 알려주는 파트너인 거죠.”
샤미 대표는 트렌드를 만들며 주류 음악 시장을 이끄는 주역이다. 음악산업의 격변기를 보내고 있는 현재, 그의 눈엔 무수히 많은 변화와 기회가 포착되고 있다. 샤미 대표는 “모든 산업은 포맷의 변화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봤다.
가지 샤미 엠파이어 대표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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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음악계의 가장 큰 변화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이었다. 디지털 스트리밍 플랫폼은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음악 시장의 소비문화를 완전히 뒤바꿨다. 이에 따라 피지컬 음반 시장은 쪼그라들었다. 대신 K-팝 그룹을 비롯한 팝스타들이 세계 투어 공연을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찾았다. 월드투어를 통해 팬덤이 집결하고, 공연용 머천다이저를 개발하며 레이블의 사업도 다각화되고 있다. 여기에 AI(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자, 창작 환경도 변했다.
샤미 대표는 “AI 활용의 보편화는 창작 환경의 민주화, 창작의 가속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기타나 드럼과 같은 실제 악기가 아니라도 작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처럼 AI로 인해 창작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음악계는 “기술의 발전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불법 행위가 성행할 수 있다. AI의 책임감 있는 사용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샤미 대표는 강조했다.
그의 좌우명은 “음악은 곧 문화이며, 접근성이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샤미 대표는 이 말이 “내 DNA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음악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단지 아티스트를 키우고, 음반을 내는 것에 그치는 않는다. 샤미 대표는 “음악과 예술은 특정 커뮤니티에서 태어나지만, 훌륭한 음악과 예술은 그것을 벗어나 주류 시장으로 진입한다”며 “다음엔 어떤 음악이 주목받을 것인가를 늘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서아프리카의 아프로비츠도 엠파이어가 예측한 트렌드다.
요즘 K-팝과 함께 미국 주류 팝 시장에서 주목받는 음악은 라틴팝이다. 샤미 대표는 그중에서도 ‘멕시코 음악’을 꼽았다. 그는 “멕시코는 전 세계 음악 시장의 3위를 차지하는 곳으로 미국 남서부 지역이 이전엔 대부분 멕시코 지역이었다”며 “현재 이민 1~3세대 멕시코인들을 통해 멕시코 지역 음악을 기반으로 한 장르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로스 티그레스 델 노르테와 같은 슈퍼밴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스마트폰과 SNS가 없다면 아티스트는 대중에게 접근할 수 없고, 그들의 음악을 들려줄 수가 없어요. 팔로어를 수백만 명까지 늘리고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는 만들어지죠. K-팝의 슈퍼 팬이 보여주는 방식과 같아요. 이들은 다양한 통로로 자기가 몰두하는 콘텐츠나 아티스트에게 접근해 이들과 관련한 모든 것을 구매하고 싶어 하죠. 슈퍼 팬의 향유 방식은 대중성을 획득했어요. 이렇게 문화가 만들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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