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선택한 첫 단독 개막식 사회자로 재미와 깊이감을 모두 발휘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화려하게 개최 된 가운데, 이병헌은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주인공이자 개막식 단독 사회자로 무대에 올라 기념비적 해를 맞이한 영화 축제의 성공적 개막을 알렸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30년 역사상 남자 배우가 단독 사회를 맡은건 이병헌이 최초다. 앞선 28회 때 박은빈이 홀로 개막식 사회를 진행한 바 있으나 이는 함께 동반 사회자로 낙점됐던 이제훈이 급성 수술을 받게 되면서 정리됐던 사항. 늘 남녀 배우를 함께 세웠던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처음으로 이병헌 단독 사회를 자발적으로 결정해 배우 이병헌에 대한 신뢰와 남다른 의미를 가늠케 했다.

실제 이병헌은 개막식 오프닝에서 "1991년도에 데뷔를 하고 1995년도에 첫 영화를 찍어 올해 '30년차 영화배우'로 이 자리에 서 있다"고 자신을 소개, "공자는 서른이 '새롭게 서는 나이'라고 이야기했고, 발자크는 '서른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정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30년이 되어서야 이제 조금 배우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인연도 언급하면서 "신기한 건 부산국제영화제도 저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을 했다. 같이 성장을 한 것이다. 그 긴 여정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나는 몇몇 순간들이 있는데, 시간은 여러모로 우리를 바꿔놓지만 영화 앞에서 느끼는 설레임 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전했다.

또 "영화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건 모든 이야기엔 시작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오늘 밤 우리는 또 다른 시작을 함께 목격하게 될 것이다"라면서 "제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그 설레임을 여러분께 선물로 드릴 수 있음에 행복하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존재하기에 영화가 있을 수 있고, 배우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고 완벽한 스피치를 뽐냈다.

본인 스스로가 잔뼈 굵은 영화인이기에 영화인들과의 대화도 매끄러웠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나홍진 감독이 "'어쩔수가없다'를 보여준다고 해서 왔다"고 너스레를 떨자, 이병헌은 함께 경쟁부문 심사위원이 된 한효주에게 "이 최악의 스피치를 수습해 달라"고 부탁했고, 한효주는 "수습 불가능이다"라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또 자신이 출연하기도 한 '어쩔수가없다' 팀이 개막식 상영에 앞서 무대에 올라왔을 땐 박찬욱 감독에게 "오늘 제 진행 어떤 것 같냐"고 물었고, 박찬욱 감독은 "앞으로 계속 연기만 하는 걸로"라고 답하는 환상 호흡으로 끝까지 화기애애한 웃음을 떠뜨렸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당도하기 전 '어쩔수가없다'로 베니스와 토론로 영화제에 참석했던 이병헌은 특히 토론토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특별 공로상을 수상하며 K-무비의 위상을 알렸다. 올 한 해만 영화 '승부'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 전 세계 신드롬을 넘어 세계 정복에 성공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더빙 등 어느 해보다 진취적인 존재감을 내비쳤다.

이에 앞선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는 배우 특별전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쳐 오는 24일 개봉할 '어쩔수가없다'로 하반기까지 꽉 찬 행보를 펼칠 이병헌 영화 인생의 또 한 페이지가 기대를 모은다.

한편 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26일까지 영화의 전당 인근에서 치러진다. 올해는 공식 초청작 64개국 241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87편, 동네방네비프 상영작 32편이 상영되며, 경쟁 부문 신설과 함께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 영화에 의한 영화에 의한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재도약의 뜻을 알렸다.

부산(해운대)=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