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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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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의 시간 끝내니, ‘포스트 김광현’이 어렴풋이 보였다… 환상의 12K 쇼타임, 심지어 23세 군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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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025년이 밝을 때까지만 해도 김건우(23·SSG)가 올 시즌 이런 좋은 활약을 해줄지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시즌 막판 제대했지만 1군 전력에 들어오지 못한 채 몸부터 만들어야 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아직 젊은 선수라 구단도 그렇게 급한 기색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2월 플로리다 캠프가 끝날 때쯤 이숭용 SSG 감독의 눈에 가장 매력적으로 들어온 자원이 바로 김건우였다. 이 감독은 “생각보다 많이 올라왔다”고 놀라워했다. 지난해 9월에 봤던 선수가 아니었다. 몇 개월 사이에 확 달라졌다. 이 감독도 대다수 감독들이 그렇듯 파워 피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좌완으로 140㎞대 중·후반의 공을 힘차게 던질 수 있는 재능이 있으니 내심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김건우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엉망이 된 팀 로테이션에서 선발 자리를 얻는 결과로 이어진다. 로테이션에 펑크가 나자 이 감독은 주저 없이 김건우를 불렀다. “앞으로 선발로 키울 선수”라고 공언했다. 다른 신진 세력 선수들도 칭찬을 많이 했지만, 이런 단언을 이끌어 낸 선수는 김건우가 유일했다. 그만큼 기대가 굉장히 컸다. 그렇게 김건우는 올 시즌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했다. 선발로 뛰기도 했고, 불펜에서 긴 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벽도 있었다.

    김건우는 빠른 팔 스윙에서 나오는 빠른 공이 장점이다. 여기에 체인지업을 굉장히 잘 던진다. 우타자 몸쪽으로 깊숙하게 박히는 패스트볼에 우타자 바깥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있다. 투수로서는 환상, 우타자로서는 환장의 조합이다. 그러나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중심이동이 들쭉날쭉한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려고 던진 건 아닌데 좌타자 몸쪽으로 날아가는 공들이 많아 아찔한 장면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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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구가 안 잡히다보니 결국 선발에서 버틸 수 없었고, 8월에 2군으로 내려갔다. 다른 선수들이 자리를 대체 선발로 들어갔다. 하지만 김건우는 낙담하지 않았다. 자신의 단점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 고민했다. 사실 퓨처스팀(2군) 코칭스태프도 여러 아이디어를 가지고는 있었다. 그러나 시즌 중 투구폼에 손을 대는 건 굉장한 도박이었고, 그래서 주저하고 있었다. 그때 김건우가 스스로 이중 키킹 동작을 제안했다. 밸런스를 잡기 위한 동작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자신도 확신이 없었다. 이 동작을 처음으로 실험하고자 했던 경기는 9월 9일 롯데 2군과 퓨처스리그 경기였다. 하지만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는 없었다. 김건우는 “그때는 나도 긴가민가하고 있을 때였다. 과감하게 실험하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절박함 속에 밀어붙이기로 했고, 코칭스태프와 김광현을 비롯한 선배들도 힘을 불어넣었다. 9월 14일 NC 2군 경기에서 이 폼을 전면적으로 가지고 나왔고, 이날 경기에서 5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이 보고가 1군에 올라갔고, 이숭용 감독은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김건우에게 기회를 줬다. 그리고 김건우는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5⅓이닝 동안 1피안타, 그리고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화려한 투구로 자신의 귀환을 알렸다. 시속 140㎞대 중·후반의 공이 제구까지 잡히고, 일정한 리듬에서 뿌려지자 위력이 배가됐다. 여기에 이중 키킹에 KIA 타자들이 타이밍을 잘 잡지 못했다. 자로 잰 듯한 패스트볼, 여전한 체인지업, 여기에 커브까지 섞으면서 인생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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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우는 키킹 동작에 대해 “내가 안 좋았던 부분이 계속 반복된 것 같아서 2군 내려가서 연습을 할 때 이중 키킹으로 연습을 해봤는데 일관성이 좀 생긴 것 같다. 불펜에서 연습하고 시합 때까지 투구를 했는데 좋았던 것 같다”면서 “일관성이 제일 좋아졌다. 급했던 부분도 좀 많이 보완이 됐고 구위도 시즌 초처럼 힘을 많이 쓸 수 있어서 그게 좋았다”고 설명했다. 밸런스가 잡히니 자연스럽게 가장 편하게 던질 수 있는 릴리스포인트도 형성됐다.

    밸런스와 제구 문제가 어느 정도 잡힌 것에 이어, 약점이자 스스로의 최대 과제 중 하나였던 슬라이더의 구속도 빨라졌다. 김건우는 체인지업에 비해 슬라이더가 약했다. 초반까지만 해도 슬라이더 구속이 120㎞대 후반에 그쳤다. 캠프 당시까지만 해도 “이를 커터식으로 구속을 끌어올려 던지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이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김건우였다. 하지만 근래 들어 슬라이더 구속도 130㎞대 중반까지 올라오며 가능성을 찾았다. 그립도 바꿔보고, 던지는 방식도 꾸준하게 바꿔본 결과 지금 폼에 가장 적합한 느낌을 찾았다. 체인지업에 슬라이더까지 빨라지고, 커브 커맨드까지 더 정교해지면 말 그대로 완성형 선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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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숭용 감독도 반색했다. 이 감독은 김건우의 선발 예고를 할 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누차 이야기했었다. 2군에서의 보고를 알고 있었다. 경헌호 코치도 “많이 좋아졌다”며 이 감독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이 감독은 24일 “미리 올려서 체크를 했는데 많이 좋아졌더라”면서 “공이 좋았다. 이중 키킹으로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하게 잡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커브도 좋았다. 건우 장점이 우타자 몸쪽 깊숙이 넣는다는 것인데 이게 극대화되면서 어제는 거의 완벽했다”고 웃어보였다.

    제물포고 시절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에이스였고, 선발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인정받은 끝에 팀의 1차 지명을 받은 선수였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아직 비교하기는 섣부르지만,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상대를 구위로 압도하는 좌완이라는 점에서 스타일은 조금 다르지만 김광현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있다. 군 문제도 해결한 만큼 걸림돌도 없다. 이숭용 감독의 눈이 옳았다는 것은 경기를 본 모든 팬들이 같이 확인했고, SSG가 성적과 별개로 미래까지 잡아가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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