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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LPGA 미국 여자 프로골프

    "어두워질수록 집중력 강해졌다" LPGA에서 돌아온 성유진, 4차 연장 끝에 '메이저'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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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LPGA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연장 끝에 정상

    4차 연장에서 노승희 제압하고 우승

    작년 LPGA 진출 후 성적 부진으로 KLPGA 유턴

    복귀 시즌 메이저 퀸 등극하며 마음고생 털어내

    "준비 없이 LPGA 진출이 실패 요인"

    "손목 통증에 눈물 날 정도였는데 참고 경기해"

    [여주(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앞둔 성유진은 잠시 어드레스를 멈췄다. 앞선 두 번의 연장 승부에서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4차 연장까지 이어졌기에 이번만큼은 꼭 넣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숨은 고른 뒤 퍼터를 움직였고 공은 굴러서 정확하게 홀 안으로 떨어졌다. 순간 성유진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1년 10개월 만에 찾아온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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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유진이 18번홀에서 열린 4차 연장전에서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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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유진이 28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마지막 날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쳐 노승희와 동타를 이룬 뒤 4차 연장 끝에 이겨 시즌 첫 승과 함께 개인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진출했다가 성적 부진으로 시드를 잃어 올해 KLPGA 투어로 복귀한 성유진은 ‘메이저 퀸’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간의 부진을 씻어냈다.

    △72홀+4차 연장..버디-파-파-버디로 끝내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은 일몰로 조명을 켜고 경기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KLPGA 투어에서 일몰로 조명을 켜고 연장 승부를 진행한 것은 2016년 팬텀 클래식 이후 9년 만이다. 이날 경기는 하루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우로 챔피언조가 예정보다 2시간가량 늦은 오후 12시 38분에 티오프해 야간 경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예상대로 승부가 연장으로 이어지면서 KLPGA 투어 통산 두 번째 야간 승부가 이어졌다. 경기 종료 시각은 오후 7시 16분으로 성유진은 무려 6시간 38분이나 코스에 있었다.

    정규 라운드에서 팽팽했던 승부처럼, 연장 승부도 쉽게 끝나지 않았다.

    1차 연장에선 성유진이 불리해 보였다. 성유진은 약 4m 거리, 노승희는 1.9m 버디 퍼트를 남겼다. 먼저 퍼트한 성유진이 버디 퍼트를 넣었고, 노승희도 실수 없이 퍼트를 넣어 2차 연장으로 이어졌다.

    같은 홀에서 계속된 2차와 3차 연장에선 성유진이 유리했다. 노승희가 연거푸 미스샷을 하면서 공을 홀에 가깝게 붙이지 못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파로 막아냈다. 성유진은 2차 연장에서 약 5m, 3차 연장에서 약 2m 버디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해 승부를 끝내지 못했다.

    날씨마저 쌀쌀해져 외투를 입고 경기한 4차 연장에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노승희의 버디 퍼트가 홀에 미치지 못했고, 성유진은 약 2m 버디 퍼트를 넣어 76홀까지 이어진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2022년 롯데 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신고한 성유진은 2023년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과 에쓰오일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개인 통산 4승을 달성했다. 메이저 우승은 처음이다.

    △“LPGA 실패는 준비 부족..친구들과 야간 라운드가 도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일찍 끝내고 싶었는데…” 긴 승부를 마친 뒤 밝게 웃은 성유진은 “첫 메이저 우승이라 감격스럽고, 하루가 길었지만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는 악조건 속에서 치러졌다. 전날 내린 비로 페어웨이가 젖은 탓에 평소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0야드가량 줄었다. 게다가 최근에 손목 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도 아니었다. 날씨와 부상이라는 이중고가 있었지만, 성유진은 두 가지를 모두 이겨내고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지난주 대회도 비슷한 상황이었고 그날 경험이 이번 대회에 도움이 됐다”며 “이번 대회 기간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병원에 다녀왔고 오늘도 눈물이 날 정도였지만 참고 경기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는 야간 연장전이라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승부가 갈렸다. 성유진은 “처음 연장전이라 너무 떨렸다. 예전 LPGA에서도 연장전에서 져본 경험이 있었지만 홀을 거듭할수록 집중력이 더 높아졌다. 마지막까지 한 샷 한 샷 집중하면서 경기했다”며 “최근에 친구들과 야간 라운드를 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연장전에 들어가면서 어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LPGA 투어 도전에 나섰다가 부상과 성적 부진을 겪으며 마음고생 했던 시간도 돌아봤다. 성유진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LPGA 투어에 적응하기 위해선)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고 갔다.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부상으로 이어졌고 이렇게 많이 아파 본 적이 없었다. 계속 약을 먹어야 했고, ‘이건 누굴 위한 삶일까’라는 생각도 했다”며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복귀를 결정했고, 돌아와서 1년 내내 통증을 달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LPGA 투어 재도전에 대해선 신중했다. 그는 “후회가 가장 무섭다. 하지만 미련은 없다. 그 투어를 뛰면서 많은 걸 배웠으니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해 기회가 온다면 모를까, 현재로선 다시 도전할 계획은 없다”고 KLPGA 투어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첫 메이저 우승과 함께 자신을 둘러싼 의심과 통증을 견디며 돌아온 성유진은 더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나 스스로 성적 부진 등 많은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하반기에는 조금 더 저다운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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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유진이 4차 연장 끝에 우승을 확정한 뒤 환하게 웃으며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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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우승 노승희, 상금 12억 돌파..박민지는 KLPGA 최초 65억 돌파

    상금 1위 노승희는 6월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뒤 이번 대회까지 5번이나 준우승에 만족했다. 시즌 2승 기회를 놓쳤지만, 준우승 상금 1억 6500만원을 추가해 시즌 상금을 12억 7553만9754원으로 늘렸다. 유현조가 11억 4711만9148원으로 2위에 올랐고, 홍정민(10억6526만6667원)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3위에 오른 방신실도 1억260만1420원으로 시즌 4번째 10억원 고지에 올랐다. KLPGA 투어 단일 시즌 상금 10억원 돌파 최다 기록은 지난해 나온 4명(윤이나·박현경·박지영·황유민)이다.

    박민지는 공동 29위에 올라 1125만원의 상금을 추가해 KLPGA 투어 최초로 누적 상금 65억원(65억376만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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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승희.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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