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 지니 役
호불호 평가 속 1위…“감사할 따름”
어려운 아랍어 대사 5만번 들으며 연습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멋있다가 망가지고, 망가졌다가도 곧바로 치명적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의 ‘지니’는 김은숙 작가가 상상하고 바랐던 램프의 정령 그 자체다. 한없이 따뜻하다가도 차갑고, 한껏 장난스럽다가도 곧바로 진지해지는 이 변화무쌍한 캐릭터는 배우 김우빈의 표정과 몸짓, 대사와 눈빛 안에서 맘껏 춤추며, 더욱 선명하게 발산한다.
“김은숙 작가님과 저의 뇌 회로가 비슷한 것 같아요. (웃음) 대본을 보면 작가님이 이걸 왜 썼는지 바로 알겠거든요. 예전에 작가님이 제게 ‘너는 이 신을 왜 썼는지 알고 연기하는 것 같다’란 말을 해주시기도 했어요. 작가님이 저를 믿어주시니 연기도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다 이루어질지니’의 지니를 연기한 김우빈을 만났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천여 년 만에 깨어난 램프의 정령 ‘지니’가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 가영(수지 분)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예전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았는데, 요즘은 오늘을 위해 오늘을 살고 있어요.” 투병으로 인한 공백이 그에게 남긴 깨달음처럼, 온전히 김우빈의 ‘오늘’들을 쏟아부은 ‘다 이루어질지니’는 지난 3일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TV 시리즈 1위 자리에 오르며 흥행의 신호탄을 쐈다. 다만 ‘도깨비’(2016)에서 경험했던 김은숙 표 판타지 로코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일까, 시청자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김우빈은 “‘다 이루어질지니’가 넷플릭스 1위를 했을 때 정말 행복했다. 어떤 반응이든, 어떤 형태로든 리뷰를 남겨주시는 것도 감사하다”면서 “1년 가까이 공들여 찍은 작품이다. 이것이 내 일이고 내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인 만큼, 많은 이들이 작품을 즐겁고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많은 작품, 그보다 더 많은 배역이 있지만 정령 ‘지니’를 연기할 기회는 흔치 않다. 촬영 2년 전 대본을 받은 김우빈은 긴 시간 차근차근 ‘지니’란 캐릭터에 다가갔다. 그는 “캐릭터를 만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며 “자는 시간 빼면 작품 생각만 했다”고 했다. 복잡한 전사, 허당과 카리스마를 오가는 성격, 그리고 쉴 새 없이 바뀌는 화려한 의상과 분장까지, 사연도 많고 난이도도 높은 캐릭터를 오차 없이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시간과 노력의 결과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지니’를 내재화하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시청자들이 지니에 거부감을 갖지 않는 것’이었다. 김우빈은 “이번에 지니를 준비하면서 특별한 뭔가를 추가하는 것보다 캐릭터가 가지는 감정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서 “갑자기 감정과 모습들이 훅훅 변화하지만, 시청자들이 거기에 대한 큰 거부감이 없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커 지니로서 모든 상황에 충실히 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극 중 김우빈은 자연스럽게 아랍어 대사를 소화한다. 단순히 대사를 읊는 것을 넘어, 감정까지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결국 그가 내놓은 해법은 ‘무한반복’이다.
“익숙한 언어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너무 어렵게 느껴졌어요. 제겐 또 하나의 도전 같은 것이었죠. 그런데 한 문장씩 녹음 파일을 천번 정도 들으니 외워지더라고요. 대본에 52마디가 있었는데 5만2000번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 대사를 제 안에 완전히 남기는 거죠.”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 이루어질지니’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맛과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간을 오가는 입체적 서사 속에서도 드라마는 위트의 위력을 잊지 않는다. 역시나 그것을 살리는 것은 배우의 몫이다. 그중 압권은 가영 앞에서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 주인공을 패러디하는 지니의 ‘원맨쇼’ 신. ‘상속자들’의 최영도부터 ‘파리의 연인’ 한기주, 그리고 ‘더 글로리’의 문동은까지 야무지게 표현하는 김우빈의 재치와 잔망스러움은 여지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김은숙 작가님의 유머를 좋아해요. 팬이기도 하고요. 그런 코믹 신들이 나올 땐 너무 즐거워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조차 행복했어요. 심지어 작가님이 제가 싫어할까 봐 수정본에서 ‘문동은 신’을 빼셨는데, 제가 아쉬워서 다시 넣었어요. 작가님도 ‘그러면 한번 즐겁게 해보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다 이루어질지니’의 처음과 끝을 잇는 큰 줄기는 지니와 가영의 로맨스다. 지니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낯선 설정에도 두 사람이 펼쳐내는 로맨스는 시종일관 기분 좋은 설렘을 자극한다. 수지와의 호흡은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2016) 이후 10년 만이다. 김우빈은 “3화 엔딩에 나오는 첫 키스 신에서 사랑의 불씨가 생겼다고 생각해 특히나 공들여 촬영했다”면서 “수지와는 2~3년 만에 만난 듯 호흡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친해질 필요도 없이 바로 작품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드라마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메시지로 매듭을 짓는다. 사이코패스지만 자신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한 어른들의 노력과 함께 ‘선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가영, 그리고 인간의 타락을 걸고 신과 거래한 지니가 맞는 마지막은 모두 ‘성선설’에 대한 작가의 믿음으로 귀결된다. ‘지니’이자 ‘사탄’을 연기한 김우빈에게 ‘인간의 선악’에 대한 다소 철학적 질문을 던지자 그는 드라마와 같은 답을 내놨다.
“이번 촬영을 하면서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지에 대한 고민을 처음으로 해봤어요. ‘어떻게 태어났냐’ 보다는 ‘살면서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각자의 선택을 하지만, 그것이 좋은 선택인지 나쁜 선택인지는 스스로 알잖아요. 그것이 본능적으로 인간이 갖고 있는 선함이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지난 2017년 비인두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치료에 전념하며 2년 반여의 공백기를 가졌다. 공백이 무색하리만큼 변함없는 모습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180도 변했다. 목표에 빨리 도달해야 한다는 조급함,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과한 타인 지향적 성향을 살짝 내려놓고, 나 자신 그리고 현재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저는 목표가 정말 많은 사람이었어요. 잠까지 줄여가며 일할 정도로 항상 내일을 위해 살았달까요. 그런데 요즘은 거창한 목표 없이, 그저 오늘을 위해서 오늘을 살아요.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충실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즐겁게 운동하면서요.”
누구보다 건강의 중요성을 잘 아는 그다. “한번 아파보니 건강이 가장 중요하더라”고 말하는 인간 김우빈은 첫 번째 소원도 그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건강하게 100세까지 사는 것’이다. 그는 “건강히, 온전히 하루를 살아가는 요즘이 행복하다”며 웃는다.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쉬면서 내게 좋은 것, 나를 사랑하는 법을 많이 알았거든요. 때론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들어가서 ‘오늘보다 더 잘 살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일 충실히 살려고 해요.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이제는 제가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 드리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